교토를 가로지르며 흐르는 카모가와강. 강 주변으로 주요 관광 명소가 있어 오며 가며 쉽게 만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교토 여행의 베이스캠프로 삼기 좋은 지역이다. 당신의 여행에 든든한 지원군이 돼줄 호텔 2곳을 소개한다. 한 곳은 가성비와 아기자기한 매력이 있고, 다른 한 곳은 교토의 압도적인 럭셔리를 선물한다. 에디터가 먼저 경험(feat. 내돈내산)했다.
교토의 아기자기함을 담다
더 챕터 교토, 트리뷰트 포트폴리오
요즘 호텔뿐만 아니라 많은 분야에서 물가가 오른 상태라 가성비의 기준이 모호하다. 그렇지만 호텔이 제공하는 투숙 경험을 고려하면 20만원대의 더 챕터 교토, 트리뷰트 포트폴리오(The Chapter Kyoto, a Tribute Portfolio)는 꽤 괜찮은 가성비 호텔이다.
일단 접근성이 준수하다. 교토역에서 버스 또는 택시로 15~20분, 지하철을 이용할 경우 교토시야쿠쇼마에역에서 도보 5분이다. 카모가와강은 걸어서 3~5분이면 닿고, 니조성, 니시키 시장, 기온 등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10~20분이면 닿을 수 있다.
객실은 203개(시그니처 스위트 2개 포함)가 준비돼 있는데, 일본 다도에서 영감을 얻어 내부를 꾸몄다. 그리 넓은 공간은 아니지만 다실의 차분함을 잘 표현했다. 교토다움이 한껏 느껴지는 공간이라 교토 여행임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한다. 특히, 소파에 앉아 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 제법 멋진 순간을 남길 수 있다. 로비와 레스토랑 등도 정갈하게 꾸며져 있다.
호텔 시설이 많거나 크진 않은데, 음식과 액티비티에는 진심이다. 조식과 해피아워, 야식 등 골고루 챙겨준다. 조식 뷔페는 일본 느낌을 한껏 담았다. 일본의 식문화를 이해할 수 있게 계란 요리도 오믈렛 대신 온센다마고(온천계란)를 준비했고, 시라스(실치), 오뎅, 이나리 스시(유부초밥), 돈지루(일본식 돼지고기 된장국), 사쿠라모찌, 와라비모찌 등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6~7가지의 빵과 수프, 샐러드, 햄, 버섯구이 등도 있어 든든한 한 끼가 된다.
해피아워에는 사케 3종과 와인, 맥주 등의 주류와 간단한 안주가 차려진다. 사케 3종을 비교 시음하는 즐거움이 있고, 아사히 엑스트라 콜드는 완벽한 청량감을 선사한다. 야식으로는 교토에서 유명한 구조네기(파)를 곁들인 소바가 제공돼 출출함을 달래준다. 매일 챙기진 못하더라도 조식부터 야식까지 한 번은 경험하길 추천한다.
또 로비에서 매일 진행되는 액티비티도 놓치면 섭섭하다. 사케 테이스팅과 레터 프레스 커버 제작, 사이폰 커피 체험, 호텔 오피스 투어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준비된다. 심지어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마지막 매력 포인트는 공중목욕탕 ‘CHAPTER NO YU’다. 검은색이 선사하는 차분함이 매력인 목욕탕은 하루를 마무리하기 적절한 공간이다. 따뜻한 물에 몸을 담가 피로를 녹이고, 여행을 되돌아볼 수도 있으니까. 노천탕 느낌이 나는 곳도 작게나마 갖추고 있는 것도 장점이다.
The Chapter Kyoto, a Tribute Portfolio Hotel
341 Shimizucho, Nakagyo Ward, Kyoto, 604-0911 일본
럭셔리 그 이상의 기품
더 리츠칼튼 교토
카모가와강과 맞닿은 곳에 교토 럭셔리의 상징인 ‘더 리츠칼튼 교토(The Ritz-Carlton Kyoto)가 자리한다. 교토의 절제된 미가 응축된 호텔은 규모를 늘리는 대신 투숙객 한 명 한 명에 집중한다. 객실은 134개뿐이며, 가장 기본인 디럭스 객실도 50㎡(약 15.1평)로 넉넉한 크기를 자랑한다. 기본 객실 중에서는 그랜드 디럭스 카모가와강 뷰를 추천하며, 호화로운 여행을 원한다면 가든 테라스 스위트, 코너 스위트 키타 등을 추천한다.
교토의 많은 럭셔리 호텔이 그러하듯 리츠칼튼도 체크인 시 간단한 다과와 호지차를 낸다. 여기서부터 여행은 시작된다. 객실에 들어선 순간 또 놀란다. 눈 앞에 펼쳐지는 카모가와강과 친근한 교토 풍경이 우리에게 인사한다. 천천히 교토의 아름다움이 담긴 객실을 보는데, 분재를 비롯해 객실에 있는 소품 하나하나 기품이 넘친다. 또 욕조의 머리 받침대 등 아주 사소한 부분에서도 세심함을 엿볼 수 있다. 참, 아쉬울 수도 있는데 리츠칼튼 교토는 환경을 위해서 일회용 어메니티를 제공하지 않는다.
호텔 시설도 알차다. 미즈키(가이세키·스시·테판야끼), 라로칸다(이탈리안), 로비라운지, 더 바, 피에르 에르메 파리 부티크(파티스리) 같은 F&B 업장과 스파, 수영장, 피트니스센터, 연회장 등 5성 호텔의 요소를 제대로 갖췄다. 게다가 호텔을 채우는 409개의 작품(객실에 있는 작품 포함)이 특별함을 더한다.
일본의 모던 아트를 엿볼 수 있는 작품들로 구성돼 있다. 특히, 로비 라운지가 문을 닫는 저녁 8시 이후에 호텔을 천천히 거닐어 보자. 밤이 내려앉은 호텔은 마치 박물관처럼 느껴진다. 곳곳에 배치된 작품들이 더욱 도드라지고, 조용한 분위기에서 멋진 오브제들을 감상할 수 있다.
기분 좋은 투숙은 다음 날 아침에도 계속된다. 잘 차려진 조식이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다. 뷔페 형식은 아니지만 교토를 담은 벤토(도시락)와 서양 스타일의 한상차림을 받을 수 있다. 벤토는 계절감에 맞춰 다양한 반찬과 밥, 미소시루(된장국)으로 구성돼 있다. 가장 기본인 밥은 윤기가 나면서 고슬고슬하고 단맛이 풍부하다. 밥만 먹어도 될 정도다. 여기에 밥과 잘 어울리는 절임류, 생선구이, 고기, 계란찜 등이 준비된다. 따뜻하고, 간이 딱 맞는 구수한 미소시루도 밥의 곁을 지킨다.
서양식 밥상을 선택하면 처음에 고를 수 있는 크루아상부터 남다르다. 호텔 파티스리인 피에르 에르메 파리 부티크의 크루아상이라 파리만큼 훌륭하다. 이어서 샐러드와 수프, 신선한 과일 주스, 커피 등이 나오며 메인으로는 에그 베네딕스, 피에르 에르메 프렌치토스트, 오믈렛 중에서 고르면 된다. 어느 것을 선택해도 아침 식사로 제법 훌륭하다.
아침 식사 후에는 따스한 햇볕이 비춰서 반짝이는 카모가와강을 거닐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추천한다. 아침 공기 특유의 상쾌함을 마시고, 운동하는 교토 현지인들을 보며 이곳의 일상에 녹아들 수 있으니 말이다. 이밖에도 호텔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액티비티도 주목할 만하다. 하이크 교토와 사이클 교토, 아트 투어, 오리가미(종이접기), 보물찾기(아이 전용) 등 무료 액티비티는 물론 화과자 만들기, 기모노 체험, 사무라이 체험 등은 유료로 진행된다.
이처럼 호텔에서 누릴 수 있는 모든 경험이 교토 여행 그 자체다. 호텔의 객실, F&B, 액티비티와 주변 환경 등을 종합해서 보면 리츠칼튼 교토가 여행의 목적이 되기에 충분하다.
리츠 칼튼 교토
일본 〒604-0902 Kyoto, Nakagyo Ward, Hokodencho, 543 鴨川二条大橋畔
글·사진 이성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