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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여행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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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비 매거진 Sep 13. 2023

‘대구 10미(味)’에서 찾은 맛집 4

펄펄 끓었던 올해 여름이 지나가면서 입맛이 살아나고 있다.
무언가 특별한 맛이 필요하다면 ‘대구 10미’를 찾아 여행하는 건 어떨까.


수복찜갈비


대구를 맛으로 기억하는 시간이다. 대구 10미는 대구시에서 지정한 지역 대표 음식들로, 대구따로국밥(대구 육개장), 막창구이, 뭉티기, 동인동 찜갈비, 논메기 매운탕, 복어 불고기, 누른 국수, 무침 회, 야끼우동, 납작만두 총 10가지로 구성돼 있다. 1박2일로는 빠듯하고, 2박3일 또는 3박4일은 대구에 머물러야 골고루 맛볼 수 있다. 먼저 육개장, 동인동 찜갈비, 야끼우동, 뭉티기로 10미 사냥을 시작했다.


육개장의 근본
옛집식당


할머니 집에 놀러 왔는데, 마침 그 할머니의 손맛이 끝내준다. 옛집식당(1948년~, 3대에 걸쳐 운영 중)이 딱 그렇다. 메뉴는 단 하나, 개운한 대구식 육개장뿐이다. 고추 장아찌와 깍두기, 두부구이, 쪽파무침이 곁을 지킨다. 일단 국물 맛을 보면 잘 끓인 소고기 국임을 단번에 알 수 있다.



소고기와 대파, 무, 토란대만 갖고 국을 끓여 텁텁함이 전혀 없다. 여기에 살짝 매콤한 인상만 주는 고추기름이 음식에 방점을 찍는다. 파의 달큼함, 소고기의 고소함, 적당히 씹는 맛이 있는 토란대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훌륭한 육개장이다. 다진 마늘과 후추를 취향껏 넣어 맛의 균형을 조정할 수도 있다. 지나치게 자극적인 프랜차이즈 육개장과 달리 깔끔한 스타일이라 아침 식사로도 훌륭하다. 전날 막창구이나 뭉티기에 술을 마셨다면 해장은 이곳에서 하기를 추천한다.


대구의 오래된 골목


식사 후에는 골목으로 들어가 보기를. 아주 오래전 대구의 모습을 간직한 공간들이 여행자를 반긴다. 낯설기도 하면서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의 화면에 빨려 들어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옛집식당

주소: 대구 중구 달성공원로6길 48-5
전화: 053-554-4498
영업시간: 11:00 - 18:00, 정기휴무 (매주 일요일)
가격: 육개장 10,000원



중국집의 별미
인화반점


옛집식당에 맞먹는 또 다른 장수 식당이다. 인화반점은 1952년 동인동 의대 옆 옛 육군본부 옆에서 영업을 시작했으며, 2005년에 지금의 자리로 이전했다. 중국집답게 메뉴들이 무척 많은데, 이곳의 별미는 야끼우동이다. 다른 지역 중국집에서 보기 힘든 대구 중식당만의 메뉴다. 볶음짬뽕과 닮은 듯 다른 음식이라 한 번쯤 맛봐도 좋다.



식당마다 야끼우동 맛이 다르니 취향을 찾아가는 재미도 있다. 인화반점의 경우, 오징어와 새우, 흰살생선, 양파, 배추, 호박, 숙주, 목이버섯 등이 푸짐하게 들어갔으며, 면 굵기는 짬뽕 수준이다. 적당히 매콤(맵지 않음)하면서 달착지근한 맛이 있어 일단 한 젓가락 뜨면 젓가락을 내려놓기 쉽지 않다. 중독성 있는 맛이다. 게다가 남은 소스를 볶음밥과 함께 먹어도 좋다. 고슬고슬하고, 불맛 나게 잘 볶아 그냥 먹어도 맛있는데 소스를 추가하면 더 맛있다. 요리 메뉴는 콕 짚어서 추천하기 어려운데, 새우를 좋아한다면 토스트 새우(멘보샤로 알려진 요리)도 괜찮다.



인화반점

주소: 대구 수성구 국채보상로 914 호산빌딩
전화: 053-751-4191
영업시간: 매일 11:00 - 21:30



마늘 폭탄이 포인트
수복찜갈비



1970년대 동인동 주택가에서 시작된 화끈한 맛의 갈비찜이다. 뼈와 살코기가 자연스럽게 분리될 정도로 푹 익힌 갈비와 매콤달콤 알싸한 양념이 만나 밥도둑이 됐다. 찌그러진 양은 냄비는 감성을 더한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맛인데, 간장+설탕+고춧가루, 여기에 엄청난 양의 다진 마늘이 맛의 방점을 찍는다. 매콤함은 조절되는데 기본적으로 신라면 정도라고 보면 된다. 맵찔이라 해도 한국인이라면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수준이다.



동인동 골목에 가면 찜갈비 식당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으니 선택만 하면 된다. 가격은 대체로 비슷하다. 한우 찜갈비는 1인분 3만원, 호주산 또는 미국산은 2만2,000원 선이다. 이번에 찾은 수복찜갈비의 경우, 숟가락으로 퍼먹게 되는 매혹적인 양념과 부드러운 갈비를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 따뜻한 쌀밥에 마늘 듬뿍 들어간 양념장을 비비고, 고기와 함께 쌈을 싸 먹으면 한 공기는 뚝딱 해결한다. 갈비를 먹고 볶음밥을 주문하면 남은 양념에 밥을 볶아주는데, 이것도 별미니 놓치지 말자.



수복찜갈비

주소: 대구 중구 동덕로38길 15
전화: 053-423-8667
영업시간:  11:00 - 22:00 정기휴무 (매주 월요일)
가격: 한우 찜갈비 1인분 30,000원 호주산 찜갈비 22,000원



금주 불가 선언
녹양 향촌점


뭉티기는 막창구이, 찜갈비와 함께 대구를 대표하는 빅3 음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대구 음식’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기 때문. 그리고 음식에 관심이 있다면 미디어나 SNS에서 접시를 뒤집어도 흘러내리지 않는 뭉티기의 모습을 한 번쯤 봤을 것이다.



대구트립로드(대구시 운영)에 따르면, 뭉티기(생고기)는 1950년대 후반 처지개살(사태살의 일종으로 소 뒷다리 안쪽의 허벅지살)을 뭉텅뭉텅 썬 생고기다. 참기름, 마늘, 굵게 빻은 고춧가루 등을 섞은 양념(식당마다 달라서 비교하는 재미가 있음)에 찍어 먹으면 된다. 생고기의 찰진 식감과 은은한 풍미, 고소하고 매콤한 양념의 맛이 어우러져 술을 부른다. 금주 중이라도 뭉티기를 만나면 버티기 쉽지 않을 것이다.



녹양 향촌점은 뭉티기를 비롯해 육회, 양지머리, 오도래기, 등골, 대창구이, 곱창전골 등 다양한 메뉴를 갖추고 있다. 애주가들을 위한 안주가 총집합한 메뉴판을 확인할 수 있다. 생고기를 시키면 깔리는 반찬도 예사롭지 않다. 오징어무국(식당마다 국이 다름)과 양, 지라, 한입 국수 등으로 예열하고, 생고기로 넘어가면 된다. 작은 주먹밥이 나오는데 생고기를 더하면 생고기 주먹밥으로 몸값이 오른다. 뭉티기로 유명한 집이 여럿 있는데, 대구트립로드 홈페이지 내 대구 10미 코너에서 확인할 수 있다.



녹양 향촌점

주소: 대구 중구 중앙대로 441
전화: 053-257-1796
영업시간:  매일 12:00 - 22:30
가격: 생모듬 80,000원 생고기 대60,000원 육회,석쇠불고기,곱창전골 각 40,000~60,000




대구+
소소한 볼거리


 달구벌대종


종로에 보신각이 있다면 대구에는 달구벌대종이 있다. 새해를 맞이하거나 3.1절을 기념하는 등 특별한 날에는 타종 행사가 열리는 의미 있는 공간이다. 달구벌대종은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1907년 대구에서 비롯된 국채보상운동의 시민 정신을 기념)에 자리해 있다. 동인동 찜갈비 골목을 나와 동성로 방면으로 걷다 보면 누각과 종이 눈에 띄는데, 바로 달구벌대종이다. 기념공원 입구 격이니, 대종 구경 후에 산책하면서 부른 배를 꺼드리는 것도 괜찮다.


달구벌대종

대구광역시 중구 국채보상로 670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인생네컷 대구직영점


요즘 인생네컷을 비롯해 셀프 사진관이 상당히 많은데 인생네컷 대구직영점은 조금 다르다. 디즈니 공식 스토어인 스모어마켓과 결합한 콜라보 매장으로 좀 더 특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겨울왕국과 곰돌이 푸, 토이스토리, 미키마우스 등 친숙한 디즈니 캐릭터들이 공간을 꾸미고 있으며, 다양한 굿즈도 구매할 수 있다. 1~2층에 인생네컷 부스도 있어 대구여행을 추억할 수 있는 사진도 남길 수 있다. 또 곳곳에 포토존이 있어 사진 찍는 맛도 있다.


인생네컷 대구직영점

대구광역시 중구 동성로2길 55



글·사진 이성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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