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은 한국인의 인기 여행지다. 올해 유독 그렇게 느껴진다. 젊은층에서는 더더욱. 실제로 2022년 하반기부터 한국인의 대만여행 키워드 검색이 급증했는데, 19~39세 그룹의 관심이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1월부터 9월까지 대만을 찾은 한국인은 47만9,266명으로 전체 외국인 중 2위를 차지했다.
Kaohsiung Bridge
Kaohsiung Bridge, Kaohsiung City, 대만
다녀와 보니 좋아할 만한 이유가 많다. 심지어 수도 타이베이가 아닌 제2의 도시 가오슝에서 대만여행을 시작했는데도 말이다. 적당한 항공권 가격과 현지 체류비, 자유여행에 적합한 환경(교통·관광지 접근성 등), 여행자에 대한 현지인의 배려 등 여러모로 부족함 없는 목적지였다.
새로운 여행을 나서기 전에는 기대와 걱정이 공존한다. 날씨, 관광지 상태, 치안, 위생은 물론 본인의 컨디션까지. 시작부터 순조롭길 기대하며 항공사 선택에도 신중했다.
고민 끝에 가오슝으로 향하는 하늘길은 중화항공과 함께했다. 인천-가오슝(12:15-14:25), 가오슝-김포(14:30-18:15) 일정을 조합했는데, 3박 4일이든 4박 5일이든 어떠한 여행에도 적합한 스케줄이다. 게다가 가오슝공항은 후쿠오카공항처럼 도심과 매우 가까운 곳에 있다. 중심지인 메이리다오역(Formosa Boulevard Station), 가오슝역, 가오슝 아레나역까지 MRT(지하철)로 15~25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입국심사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 오후 4시 정도면 여행을 시작할 수 있다.
Dayi Pier-2
803 대만 가오슝 옌청 구
11월 초의 가오슝은 여행하기 좋은 날씨였다.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바짝 덥고, 오후 3시 이후에는 누그러진다. 해가 조금씩 지기 시작하는 오후 5시부터는 선선한 바람이 분다. 걷고 싶은 그런 날씨다.
가오슝을 걷다 보니 다양한 도시의 모습을 조금씩 발견했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강과 조경은 후쿠오카(또는 일본)와 닮았고, 냄새는 발리를 생각나게 한다. 수많은 오토바이는 방콕을, 간판 모양새는 홍콩을 떠오르게 한다. 각기 다른 모습이 조화를 이뤄 가오슝을 이루고 있는 셈이다. 한 가지로 정의하기 힘든 다양성이 매력인 여행지다.
方記水餃(六合夜市)
No. 23, Liuhe 2nd Rd, Xinxing District, Kaohsiung City, 대만 800
또 5일이라는 짧은 시간을 통해 가오슝 사람들을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여행 중 만난 사람들은 모두 친절하고, 상냥했다. 단, 영어 소통은 지금까지 다녔던 모든 여행지 중에서 가장 안 되는 곳이었다. 당황할 정도로. 오랜만에 신체를 적극 활용해 원하는 것을 쟁취했다. 음식 주문도 구글 지도에 나온 이미지로 해결했다.
Bo Home
No. 167-2號, Qingnian 1st Rd, Lingya District, Kaohsiung City, 대만 802
음식은 대체로 입에 맞았다. 대만식도, 광둥요리도, 일식도 많아 음식 선택은 어렵지 않은데, 그중에서도 루러우판은 꽤 인상적이었다. 미쉐린 가이드에서 빕구르망을 받은 보홈(Bo Home)의 루러우판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맛이다. 잘 만든 갈비찜을 흰쌀밥 위에 얹은 맛이다. 가격도 좋다. 루러우판 한 그릇이 고작 60TWD(약 2,700원). 양이 부족하면 한 번 더 주문하면 그만이다. 갖가지 반찬을 시켜도 1만원이면 충분하다.
Hanshin Arena
No. 777號, Bo-ai 2nd Rd, Zuoying District, Kaohsiung City, 대만 813
대만의 맛이 버겁다 하더라도 괜찮다. 가오슝에서 일본 문화의 흔적을 쉽게 찾을 수 있는데, 식당도 마찬가지다. 일식당(이자카야부터 파인다이닝까지)이 꽤 많고, 한신 아레나(백화점) 등 일본 기업도 상당수 진출해 있다. 백화점에 가면 한식도 있으니 끼니 걱정은 접어둬도 된다.
旗津豐收廣場
No. 1號, Miaoqian Rd, Qijin District, Kaohsiung City, 대만 805
관광지 중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몇 곳을 살짝 공개한다. MRT 주황색 노선의 종점인 시즈완역(Sizihwan Station)에서 내려 5분 정도 걸으면 구산 선착장(Gushan Ferry Pier Station)에 닿는다. 페리를 타고 5분이면 가오슝의 섬 ‘치진섬(Cijin)’에 발을 들이게 된다. 분위기도 동남아 휴양지와 비슷하다. 길거리 음식들을 지나면 가오슝의 바다가 여행자를 반긴다. 그리고 일몰은 꼭 보기를. 11월에는 오후 5시부터 해가 뉘엿뉘엿 지고 5시30분이면 꽤 어두워진다. 노을을 보고 저녁 식사하러 가는 일정으로 구성하면 된다. 치진섬의 일몰은 괌, 코타키나발루 등의 것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었다. 가오슝의 도심과 완전히 분리된, 다른 차원의 공간처럼 느껴진다.
루이펑 야시장
804 대만 Kaohsiung City, Zuoying District, Yucheng Rd, 南屏路
게다가 가오슝은 밤이 돼야 제대로 깨어나는 도시 같다. 오전에는 명소에 가도 문을 연 상점이 그리 많지 않다. 더위의 기세가 가라앉는 시간부터 가오슝의 시계는 정상으로 돌아가는 모양새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도 특정돼 있다. 관광객은 야시장으로, 현지인들은 백화점으로. 관광지에는 사람이 그렇게 없더니 두 곳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특히, 가오슝 아레나역에 있는 루이펑 야시장과 한신 아레나는 나름 핫플이다.
Gaoxiong Gang
대만 Gaoxiong Gang
마지막으로 야경 포인트. 소우산으로 향하면 된다. 걸어갈 수도 있는데, 우버 가격이 합리적이니 되도록 택시를 타길 권한다. 이곳은 일몰+야경 포인트라 5시쯤 가면 가오슝이 갖가지 색으로 물드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가오슝 도심과 치진섬을 두루 조망할 수 있는데, 항구 쪽은 마치 부산항 같아 친숙하게 느껴진다.
가오슝 쇼핑+
카발란(KAVALAN)’이 인기라던데
Kavalan Showroom
No. 137號, Zhongzheng 2nd Rd, Lingya District, Kaohsiung City, 대만 802
국내 위스키 시장의 성장과 함께 대만의 싱글몰트 위스키 카발란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대만 여행 시 캐리어 한구석은 카발란의 몫이다. 가오슝에서는 어디서 구매해야 할까. 우선 롯데면세점 온라인 기준 카발란 비노 바리끄 솔리스트는 24만7,000원~27만8,000원(1L, 11월5일 기준)이다.
采盟免稅店 入境店
No. 2號, Jhongshan 4th Rd, Siaogang District, Kaohsiung City, 대만 812
가오슝공항 면세점에서는 4,400TWD(약 20만3,000원, 1L)이다. 가오슝 시내에 있는 카발란 쇼룸(Kavalan Showroom)에서는 700ml 기준 3,500TWD(약 16만1,500원)이다. 쇼룸에서는 카발란 솔리스트 피노 쉐리(6,600TWD, 약 30만4,700원) 등 카발란 위스키의 거의 모든 종류를 갖추고 있어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위 가격을 기준으로 가오슝 내 리쿼샵, 까르푸(마트)와 비교해서 구입하면 득템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다른 손에는 ‘펑리수’
써니힐
803 대만 Kaohsiung City, Yancheng District, Dayi St, 2-6號C11-1倉庫
대만 기념품으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역시 파인애플 케이크인 ‘펑리수(鳳梨酥)’다. 브랜드도 다양한데, 치아더, 수신방, 이메이, 순청, 써니힐, 썬메리, 신진향 등이 유명하다. 가오슝 시내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브랜드는 써니힐(SunnyHills)과 치아더(ChiaTe)다.
써니힐은 보얼예술특구 근처에 매장이 있는데, 펑리수 1개+홍차 1잔을 무료로 시식할 수 있다. 구매하지 않더라도 여행 중 쉼터로 활용할 수 있어 한 번 찾아갈 만하다. 써니힐 펑리수의 가격은 6개 300TWD(약 1만3,800원), 10개 500TWD(2만3,000원)다.
글·사진 이성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