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해외여행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트래비 매거진 Dec 01. 2023

자전거와 고양이의 도시 '오노미치'

‘옛것을 지키면서 새로움을 향해 나간다’는 온고지신(溫故知新). 시간이 겹겹이 쌓인 곳에 새로움을 불어넣은 지역에 마음이 간다. 쓸모가 사라진 공간에 에너지를 넣고, 사람이 떠난 도시를 매만져 다시 발길을 돌리게 만드는 ‘도시재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요즘. 일본정부관광국(JNTO)의 추천을 받아 지속가능성을 보여 주는 주고쿠 지방의 소도시 '오노미치'를 여행했다.  


오노미치 고양이 오솔길


레트로 감성의 아담한 바닷가 마을
오노미치(尾道)


일본을 꽤 여행했다 해도 오노미치(尾道)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고양이’와 ‘자전거’, ‘빈집’에 관심이 있다면, 오노미치라는 지명을 들어 봤을 확률이 높다. 오노미치는 인구 14만명의 아담한 도시지만, 색깔이 확실하다. 사랑스러운 고양이를 볼 수 있고, 섬을 잇는 아름다운 자전거 코스가 있다. 또 빈집 프로젝트와 데님 프로젝트 등을 통해 도시재생에 성공, 도시 기획자들에게는 널리 알려져 있다. 



지리적 특징을 바탕으로 설명하자면, 오노미치는 ‘산과 바다로 둘러싸인 바닷가 마을’이다. 구글맵을 켜고 오노미치를 입력하면, 혼슈 서남쪽 주고쿠 지역으로 지도 중심이 이동한다. 주고쿠에서 이정표가 되는 도시는 히로시마로, 오노미치는 히로시마에서 동쪽으로 약 80km 떨어져 있다. 남쪽에는 우리나라 다도해처럼 크고 작은 섬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과거 오노미치는 중요한 기항지였다. 바쁘게 물자가 오가고 배가 드나들던 항구였다. 그러나 배가 커지면서 수심이 얕은 오노미치 항구에 들어오는 배가 줄었다. 항구의 기능이 약해지면서 인구는 감소하고, 창고는 하루가 다르게 비었다.



오노미치의 아이콘인 ‘오노미치 U2’도 과거에는 해상운송을 위한 물품을 보관하던 창고였다. 그러나 현재는 ‘자전거, 여행 그리고 좋은 물건(Cycle, Travel and Good things)’을 슬로건으로 하는 공간답게, 내부에는 호텔과 바이크 숍, 레스토랑, 카페, 생활용품 매장이 입점해 있다.



오노미치 U2는 창고를 개조한 공간인 만큼 천장이 높아 시원한 느낌을 준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물건과 음식은 주로 ‘오노미치산’이다. 식당과 카페에서는 로컬 농장에서 키운 식재료를 사용하고, 소품숍에서는 레몬 문양이나 자전거 패턴 등 오노미치 특징을 담은 기념품을 판매한다. 



U2는 특히 자전거 여행자에게 명성이 자자하다. 자전거를 점검하고 수리할 수 있는 자이언트 바이크 숍이 있고, 자전거에서 내리지 않고 커피를 주문할 수 있는 ‘사이클 쓰루’ 야드 카페가 있다. ‘호텔 사이클’의 객실에는 자전거를 걸어 놓을 수 있는 행거가 설치되어 있으며, 곳곳에 자전거 관련 잡지도 비치되어 있다. 자전거 여행자를 위한 세심한 배려가 느껴진다. 


자전거 여행자에게 명성이 자자한 U2. 자전거 호텔부터 바이크 숍, ‘사이클 쓰루’가 가능한 카페까지 갖추고 있다


U2가 라이더를 위한 유일무이한 공간이 된 배경에는 ‘세토우치 시마나미 카이도’가 있다. 오노미치에서 출발해 에히메현 이바리시까지 길이 약 60km(자전거 도로 약 70km)의 자전거 코스로, 6개의 섬을 지난다. CNN이 ‘세계 7대 사이클링 코스’ 중 하나로 선정한 코스로, 일본에서는 ‘자전거 라이더의 성지’로 알려져 있을 정도다. 



ONOMICHI U2
주소: 5-11 Nishigoshocho, Onomichi, Hiroshima 722-0037 일본
전화: +81848210550
홈페이지: onomichi-u2.com



오노미치를 한눈에!
로프웨이&센코지 공원 전망대


관광객들이 로프웨이에서 오노미치를 내려다보고 있다


U2를 둘러본 후에는 로프웨이를 타러 갈 차례다. 로프웨이는 단숨에 센코지산 정상에 데려다준다. 로프웨이 표는 편도로 구입하는 게 좋다. 해발 140m로 그다지 높진 않지만, 빠르게 올라갔다 천천히 내려오면서 길을 둘러보는 것이 체력을 아끼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로프웨이 타는 곳
로프웨이에서 내려 스탬프를 찍는 어린이


로프웨이에서 내리면, 스탬프를 찍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고양이역장 그림의 종이부채에 기념도장을 남기고, 전망대로 향한다. 유려한 곡선으로 이어진 센코지 공원 전망대에 오르면, 윤슬이 반짝이는 바다와 배가 정박해 있는 항구, 오래된 절과 목조 가옥, 아기자기한 기차와 철도가 어우러진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전망대는 높을수록 좋다고 생각했는데, 이곳에 와서 생각이 바뀌었다. 손에 잡힐 듯한 풍광에 가슴이 더 콩당콩당 뛴다.  


센코지 공원 전망대
센코지 공원 전망대에서 본 풍경


센코지산 로프웨이 千光寺山ロープウェイ 山頂駅
주소: 20-1 Higashitsuchidocho, Onomichi, Hiroshima 722-0033 일본
운영시간: 오전 9:00~오후 5:15/ 매시 15분 간격 운행
요금: 성인 왕복 ¥700
전화: +81848224900
홈페이지: https://mt-senkoji-rw.jp



센코지 공원 전망대 千光寺頂上展望台 PEAK
주소: 20-2 Higashitsuchidocho, Onomichi, Hiroshima 722-0033 일본
전화: +81848389184
홈페이지: www.city.onomichi.hiroshima.jp



‘냥집사’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곳,
고양이 오솔길(猫の細道)



전망대에서 좁은 길을 따라 내려오다 보면, 고양이 오솔길(猫の細道)이 나온다. 200m 정도 좁게 이어진 길로, 이곳이 ‘냥집사’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곳이다. 이 길에는 소나야마하루지(園山春二)라는 화가가 둥근 돌에 빨갛고 노란 색으로 고양이를 그린 ‘복돌 고양이(福石猫)’가 곳곳에 포진해 있다.


앙증맞은 복돌 고양이가 여행자를 맞이한다


귀여운 복돌 고양이만큼이나 사랑스러운 것은 좁은 골목 구석구석 그려진 고양이 그림이다. 갈라진 시멘트 바닥 틈, 버려진 우물 벽 등 골목의 낡음 속에 고양이가 담겨 있다. 부서진 계단을 고양이 때문에 한 번 더 들여다본다. 고양이 그림이 계단에 새 생명을 입힌 셈이다. 


깨진 틈 사이에 그린 고양이 그림


물론 진짜 고양이도 볼 수 있다. 골목길에 큰 대자로 누워 있으면서 사람이 지나가든 말든 신경 쓰지 않는다. 그 무신경한 태도가 부럽고 신기하고 귀엽다. 오노미치를 이야기할 때 고양이가 빠질 수 없는 이유다. 히로시마현 관광청은 고양이 시선으로 본 오노미치 거리뷰 영상으로 지역을 홍보하기도 했으며, 고양이 오솔길은 소니 미러리스 카메라 CF 배경으로도 등장했다. 


사람이 길을 가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고 낮잠을 자고 있는 고양이
오노미치 고양이 오솔길


Cat Alley (Neko no Hosomichi)猫の細道
주소: 19-26 Higashitsuchidocho, Onomichi, Hiroshima 722-0033 일본
운영시간: ihatov.in/cattrail
요금: 무료




▶AIRLINE

제주항공이 히로시마까지 화·목·토요일 주 3회 직항 항공편을 운행한다. 아침 8시5분 출발로, 이른 아침부터 여행을 시작할 수 있다.  



글·사진 채지형 에디터 곽서희 기자 취재협조 일본정부관광국(JNTO)  www.japan.travel

매거진의 이전글 일본 주고쿠, 소도시 여행법 '구라시키&다케하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