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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비 매거진 Nov 29. 2023

일본 주고쿠, 소도시 여행법
'구라시키&다케하라'

일본, 대세는 소도시 여행


소도시 여행에 대한 인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작은 도시를 어슬렁거리다 보면, 대도시에서 맛보기 힘든 느긋함과 아기자기한 매력, 탐험이 주는 즐거움을 만날 수 있다. 웅장한 랜드마크를 중심으로 인증숏만 찍고 가는 여행보다 사람 냄새 폴폴 나는 소도시를 산책하며 지역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구라시키 미관지구


소도시 여행을 생각할 때, 먼저 떠오르는 나라는 일본이다. 지리적으로 가까울 뿐만 아니라, 작은 도시로 데려다 주는 직항편이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히로시마와 오카야마, 가고시마, 미야자키, 센다이, 시즈오카, 마쓰야마, 구마모토, 돗토리, 다카마쓰, 도야마 등 10개 이상 노선이 일본의 소도시로 빠르게 연결해 준다. 지속되는 엔저에 항공 운항이 늘면서, 일본 소도시를 찾는 이들이 앞으로도 많아질 전망이다.


느낌표가 떠오르는
구라시키 미관지구


구라시키에는 에도시대부터 쇼와 초기까지 일본 전통가옥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구라시키 미관지구’가 있다. 마을 전체가 역사지구로 지정된 곳으로, 하얀 벽과 앙증맞은 운하가 동화 속에 들어온 기분을 안겨 준다.  


구라시키 미관지구의 뱃사공


구라시키는 과거 상업 중심지였다. 1600년대 쌀이나 조공을 영주에게 보내기 위해 창고에 모아 두었던 지역으로, 수운업이 쇠퇴하면서 도시도 힘을 잃었다. 이후 방직공장이 하나둘 들어서 다시 생기를 찾는가 싶더니, 섬유산업이 사그라지면서 공장도 문을 닫게 됐다.

구라시키로 사람이 다시 사람들이 몰려든 것은 그다음 일이다. 멈춘 방직공장을 복합문화공간으로 바꿔, 옛 건물을 보전하고 새로운 숨을 불어넣기 위해 힘을 썼다. 그리고 상인들이 이 공간에 들어와 사업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췄다. 흥망성쇠의 역사, 변화의 시기마다 주저앉지 않고 다시 시작하는 정신, 여러 시대를 아우르는 건축 덕분에 구라시키를 여행하다 보면, 머리 위로 느낌표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구라시키 미관지구에서 뱃놀이를 즐기고 있는 여행자들


구라시키 미관지구

Central, Kurashiki, Okayama 710-0054 일본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진 구라시키 스토리


구라시키 미관지구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운하다. 버드나무가 운하에 잎을 늘어뜨리고 하얀 벽의 창고는 물 위에 그림자를 그려낸다. 나룻배에 몸을 싣고 흔들흔들 뱃놀이를 즐기다 보면, 세상 부러울 게 없다. 운하 주변에는 가족끼리 친구끼리 걸터앉아 웃음을 뿌리며 이야기를 나눈다. 배에 앉아 사람들과 파란 하늘을 바라보면 더없이 평화롭다. 


카모이의 마스킹테이프. 아이비스퀘어에서 100주년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아이비스퀘어


구라시키 아이비 스퀘어

7-2 Honmachi, Kurashiki, Okayama 710-0054 일본


발길 닿는 대로 돌아봐도 좋지만, 이곳에도 필수 여행지가 있다. 아이비스퀘어와 오하라미술관이다. 담쟁이넝쿨로 싸인 아이비스퀘어는 1889년 지어진 일본 최초의 방직공장으로, 현재 갤러리와 카페, 도예 체험장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구라시키는 마스킹테이프가 탄생한 지역이기도 한데, 마침 아이비스퀘어 전시장에서는 마스킹테이프를 처음 만든 회사인 ‘카모이 1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오하라미술관


오하라 미술관

1 Chome-1-15 Central, Kurashiki, Okayama 710-8575 일본


다음은 오하라미술관. 피렌체를 여행할 때 메디치가를 알아야 하듯, 구라시키를 돌아볼 때는 오하라 가문을 살펴봐야 한다. 오하라 가문은 방직사업으로 쌓은 부로 고아원과 학교를 세우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사회에 환원했다. 그중 하나가 미술관 설립이다. 일본 최초의 서양식 근대 미술관으로, 모네와 고갱, 세잔, 피카소 등 세계적인 거장의 원작을 전시하고 있다. 


고즈넉한 구리시키 미관지구의 밤 풍경. 물에 하얀 건물이 비쳐 독특한 정취를 자아낸다


기념품가게부터 헌책방까지,
골목골목 앙증맞은 상점투어


필수 코스를 돌아본 후에는 예쁜 골목을 구경할 차례다. 지도는 놔두고 좁은 길을 따라 걸으니 소도시 여행의 기쁨이 스민다. 먹기 아까울 정도로 예쁜 과자와 아기자기한 소품을 구경하다 보면, 시간은 사라지고 지갑은 홀쭉해진다. 귀여운 상점이 많지만, 그중에서 구라시키에 갈 때마다 들르는 곳이 ‘테누구이(手ぬぐい)’ 전문점이다.


아기자기한 패턴에 지갑이 절로 열리는 테누구이


테누구이는 일본 전통 수건의 하나로, 물기를 닦는 용도 외에 머리에 묶는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한다. 디자인이 다채로워 수집 욕구가 솟아오른다. 이번 여행에서도 고민 끝에, 구라시키 건축물을 단순화한 그림과 혼마치를 배경으로 한 팬더 그림의 테누구이를 골랐다.


'나의 작은 헌책방'의 저자 다나카 미호의 무시분코
무시분코


Mushi Bunko

11-20 Honmachi, Kurashiki, Okayama 710-0054 일본


인상적인 헌책방 무시분코도 그중 하나다. 다섯 명이 들어가면 꽉 찰 정도로 작은 책방이지만, 구라시키의 역사를 볼 수 있는 책부터 최근 나온 신간까지 다양한 책을 볼 수 있다. ‘나의 작은 헌책방’이라는 책으로 국내에도 이름을 알린 다나카 미호 대표가 운영하는 책방으로, 책을 좋아하는 이에게 알려 주고 싶은 공간이다. 



구라시키를 이야기할 때 빠트릴 수 없는 주제 중 하나가 청바지다. 구라시키는 1960년대 일본에서 처음으로 청바지 원단을 생산한 지역으로, 데님으로 만든 개성 넘치는 옷이 즐비하다. 청바지 골목이 따로 있어 각양각색 디자인의 데님 소재 패션을 볼 수 있으며, 파란색 찐빵과 아이스크림도 별미다. 


구라시키는 데님도 유명하다. 청자켓 모양의 열쇠고리



HOT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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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인 구라시키 천연온천 아치노유

구라시키는 하루에도 충분히 돌아볼 수 있는 작은 도시지만, 이왕이면 미관지구 근처에서 하룻밤은 머물러 보기를 추천한다. 낮에는 북적북적했던 거리가 밤이 되면 낮의 열기가 사그라지면서 더없이 낭만적인 정취를 뽐내기 때문이다.


호텔은 ‘도미인 구라시키 천연온천 아치노유(天然温泉 阿智の湯 ドーミーイン倉敷)’를 추천. 구라시키 미관지구 근처에 있어 이른 아침 산책을 즐기기 좋고, 가성비도 훌륭한 데다 온천욕까지 가능하다. 아침이 되면 새소리를 들으며 우아하게 운하를 떠도는 백조를 구경하거나, 고즈넉한 거리를 어슬렁대는 것도 좋겠다. 마음속에 켜켜이 쌓아 둔 근심이 스르르 사라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도미인 구라시키 천연온천 아치노유

웹사이트 : https://www.hotespa.net/hotels/kurashiki
주소 : 3 Chome-21-11 Achi, Kurashiki, Okayama 710-0055
전화 : +81 8642 65489



Restaurant


우나키타 구라시키점
(うな北 倉敷店)
우나키타 구라시키점 '장어정식'


구라시키 미관지구 가운데 있는 민물장어 요리 전문식당. 제대로된 장어구이를 맛보고 싶은 이에게 추천.

Unakita Kurashiki Store
주소 : 1-32 Honmachi, Kurashiki, Okayama 710-0054
전화 : +81 8645 44545
홈페이지 : unagi-nobori.shop/#menu7



카미쿠라
(神くら)


구라시키 미관지구에 있는 맛집. 굴튀김 정식을 비롯해, 장어덮밥 등 메뉴가 다양함. 레몬우동도 인기 메뉴.

Kamikura
주소 : 10-2 Honmachi, Kurashiki, Okayama 710-0054 일본
전화 : +81 8645 47181
홈페이지 : kurashikikamikura.com/



구라시키 여행 TIP
인력거 투어



구라시키에서 황홀한 일몰을 보고 싶다면, 도보 5분 거리의 아키신사를 추천. 미관지구 인력거 투어도 구라시키를 특별하게 여행하는 방법 중 하나.





히로시마의 리틀 교토
다케하라 竹原


여행자들이 전통가옥이 늘어선 거리를 산책하고 있다


구라시키보다 더 아담한 도시를 찾는다면, 히로시마현 다케하라(竹原)는 어떨까. 에도시대에 소금과 사케를 생산한 항구마을로, ‘히로시마의 리틀 교토’라고 불릴 정도로 잘 보존된 역사 마을이다.


고즈넉함이 매력인 다케하라
애니메이션 배경지로도 유명한 다케하라
애니메이션 배경을 찾아온 이들의 방명록


혼마치를 중심으로 전통가옥이 이어져 있는데, 거리 끝에는 에비스도(胡堂)라는 작은 사당이 자리하고 있다. 1983년 일본 애니메이션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최근에는 TV 드라마 애니메이션인 <타마유라(たまゆら)> 배경지로 등장해 일본 젊은이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소금 생산지였던 옛 모습을 보여주는 사진
곳곳에 대나무 조각과 대나무 숲을 볼 수 있다


또 다른 볼거리는 ‘다케하라 미치나미 보존지구’. 2000년 국토교통성이 선정한 도시경관 100선 중 하나로, 한적한 일본 마을 분위기를 만날 수 있다. 대나무도 유명해 곳곳에서 대나무로 만든 공예품이나 조각품을 볼 수 있으며, 우리나라 담양군과 자매결연도 맺고 있다. 



공간을 연결하고 사람을 잇고,
니포니아 호텔


사카구라교류관(酒蔵交流館)도 다케하라에서 꼭 들러야 하는 곳 중 하나다. 19세기에 문을 연 사케 양조장으로, 이곳에서 생산하는 술을 시음해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견학도 가능하다. 사케 뿐만 아니라 나무와 자기로 된 각종 기념품을 구입하기에도 좋다. 


19세기에 문을 연 사케 양조장, 사카구라교류관


Fujii Shuzo Sake and Souvenir Store

3 Chome-4-14 Honmachi, Takehara, Hiroshima 725-0022 일본


다케하라를 걷다 보면 눈길을 잡는 이름, ‘니포니아(Nipponia)’가 나타난다. 발걸음이 멈춘 이유는 거리를 사이에 두고 양쪽에 간판이 있어서였다. 알고 보니 한쪽은 객실, 다른 한쪽은 로비와 식당이 있는 건물이었다. 숙소는 하나의 공간에 모든 게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 준 호텔이었다.


일본의 마을 호텔, 니포니아


니포니아는 시골의 오래된 집을 숙소로 개조한 마을 호텔로, 일본 각지에 10여 개의 지점이 있다. 옛것이 가진 고풍스러움에 현대적인 인테리어와 세련된 서비스가 가미돼, 니포니아만의 분위기를 풍긴다. 


다케하라 거리를 걷다 보면 대나무 공예품을 쉽게 볼 수 있다


NIPPONIA HOTEL Takehara Saltworks Town

1 Chome-4-16 Honmachi, Takehara, Hiroshima 725-0022 일본



글·사진 채지형 에디터 곽서희 기자 취재협조 일본정부관광국(JNTO)  www.japan.tra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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