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라나이섬과 오아후섬으로 박준우 셰프와 함께 미식 여행을 떠났다.
새콤한 즐거움, 달콤한 낭만, 짭조름한 감동, 쌉쌀한 행복, 톡 쏘는 스릴이 다 있었던
다이내믹한 맛 여행 이야기.
LANAI 라나이
때 묻지 않은 하와이의 낙원
라나이섬을 한 단어로 표현하라면 ‘순수’라고 말하고 싶다. 때 묻지 않은 하와이의 모습을 간직한 섬. 3억6,000만 평방미터 면적에 3,000여 명의 사람들이 가족처럼 살아가는 이 섬에는 인간이 만들어 놓은 것보다 자연 그대로의 것이 훨씬 많다. 마을엔 신호등도 없고 그 흔한 패스트푸드점도 하나 없지만, 산과 들에는 사슴 6,000여 마리가 뛰어 놀고 밤하늘엔 반짝이는 은하수와 별이 가득하다.
작은 비행기를 타고 작은 섬의 작은 공항에 착륙했다. 활주로 표시도 없는 공터에 시골 마을의 기차역을 떠올리게 하는 건물이 달랑, 이게 공항이라니! 너무 귀여워 코를 찡긋거렸다. 수하물 찾는 곳에선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가는 대신 셔터 문이 드르륵 열리더니 사람이 나타나 짐을 턱! 턱! 내려놨다. 하긴, 이렇게 작은 공항이라면 컨베이어 벨트가 무용할 테지. 생전 처음 보는 광경에 재미있어하는 우리와 달리 로컬들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자기 짐을 찾아 들고 유유히 공항을 빠져나갔다. 라나이의 첫 인상은 그렇게 귀엽고 정겨웠다.
라나이는 하와이의 6개 주요 섬 중 가장 작은 섬이자, 래리 엘리슨(Larry Ellison)이라는 개인이 98%를 소유하고 있는 사유 섬이다. 사유 섬이어서 좋은 점은 경쟁적인 개발이 없다는 것. 래리 앨리슨은 라나이에 단 두 개의 포시즌스 리조트만을 허락했다. 바닷가에 하나, 산기슭에 하나. 그러므로 라나이섬을 여행한다는 건 포시즌스 리조트에 머문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건 곧 아주 특별하고 럭셔리한 휴가를 보내게 된다는 뜻이다.
포시즌스 리조트 라나이에 도착하면 웰컴드링크로 환영해 준다
우리의 목적지는 바닷가에 있는 ‘포시즌스 리조트 라나이(Four Seasons Resort Lanai)’였다. 리조트 전용 차량을 타고 공항에서 리조트까지 가는 15분 동안 운전기사는 마주 오는 모든 차량과 안녕, 안녕, 손 인사를 나누었다. 차창을 통해 처음 만난 라나이는 온통 붉은 토양으로 덮여 있었고 온통 푸른 바다에 둘러싸여 있었다. 신비롭고 묘한 풍경의 끝, “알로~하!” 노래처럼 기분 좋은 인사와 함께 레이*를 목에 걸며 라나이에서의 꿈같은 시간이 시작되었다.
*레이(Lei)│하와이에서 환영의 뜻으로 걸어 주는 꽃목걸이
라나이의 아침과 저녁을 여는 레스토랑
원포티 One Forty
라나이의 아침이 밝으면 원포티 레스토랑으로 향한다.
파란 아침 바다를 바라보며 하와이식 조식을 즐기기 위해서다.
진한 커피 한 모금으로 잠을 깨고 뷔페 탐색을 시작하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다양한 종류의 열대과일이다. 하와이안 망고와 파인애플, 파파야, 용과 등 익숙한 것들부터 생전 처음 보는 희한한 것들까지 수북하게 쌓여 있다. 원하는 과일을 골라 이야기하면 즉석에서 과일 스무디도 만들어 준다. 미국식 아침 메뉴는 물론 흰쌀밥과 일본식 두부·계란·생선 요리 그리고 김치까지 있다. 하와이를 대표하는 디저트인 아사이볼, 말라사다 도넛, 하우피아(코코넛 푸딩) 등도 모두 맛볼 수 있다.
‘원포티’라는 레스토랑 이름은 라나이섬의 면적이 약 140 스퀘어마일(Sq Miles)이고, 스테이크를 가장 맛있게 굽는 온도가 140도라는 데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그러므로 이곳에서는 스테이크를 꼭 맛보아야 한다. 어둑해진 저녁, 우리는 은은한 촛불을 밝힌 레스토랑에서 선선한 바닷바람을 즐기며 와인과 함께 푸짐한 저녁 만찬을 나누었다.
가장 맛있었던 메인 요리는 프라임 본 인 립아이 스테이크와 하와이 빅아일랜드산 로브스터. 특히 디저트에 일가견이 있는 박준우 셰프의 선택으로 주문한 초콜릿 수플레 타르트는 모두 최고라고 입을 모았다.
이곳의 시그니처 칵테일 ‘140 디그리(Degree)’는 만드는 과정이 마치 과학실험 같다. 민트, 시나몬, 오렌지껍질, 정향, 바닐라루이보스, 히비스커스 등 여러 가지 향을 가진 재료에 열을 가해 만드는 뜨거운 칵테일이다. 끓일 때 온도는 170~180도까지 올라가고, 잔에 옮겨 담을 때 온도는 140도다. 맛보다 향으로 마시는 칵테일. 만드는 과정을 보는 것이 이벤트처럼 재미있어 한 번쯤 시도해 볼 만하다.
가격: 조식 뷔페│52USD
메인메뉴│빅아일랜드 로브스터 68USD, 프라임 본 인 립아이 스테이크 95USD
디저트│초콜릿 수플레 타르트 14USD
라나이 사슴 고기 버거 맛은 어떨까?
스포츠바(Sports Bar)
라나이섬에는 사람보다 사슴이 많이 산다.
사람은 3,000명, 사슴은 6,000마리 정도.
사슴의 개체 수 관리를 위해 하와이 주정부는 매년 사냥 시즌을 정해 놓고 있다고.
그런 이유로 라나이에는 사슴 고기 요리가 흔하다.
포시즌스 리조트 라나이의 스포츠바에서는 라나이 사슴 고기로 만든 수제 버거와 피자를 맛볼 수 있다. ‘스포츠바’는 큰 텔레비전으로 스포츠 경기를 관람하며 식사나 술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든 콘셉트의 레스토랑인데, 꼭 스포츠 경기를 보지 않더라도 캐주얼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즐기기 원한다면 이곳이 적합하다.
사슴 고기는 쇠고기와 비슷한 식감이었고 잡내도 전혀 없었다.
하와이에 왔으니 하와이 로컬 맥주도 곁들여야지. 우리는 코나 브루잉 컴퍼니(KONA Brewing Co.)의 맥주, 롱보드(Longboard)·빅웨이브(Big Wave)·캐스트어웨이(Castaway)와 마우이 브루잉 컴퍼니(Maui Brewing Co.)의 비키니블론드(Bikini Blonde)를 하나씩 주문했다.
“수입 맥주는 한국에서 마시는 것보다 생산지에서 마시는 것이 맛있어요. 훨씬 신선하거든요. 그래서 사람들이 벨기에, 칭다오 여행 가서 마시는 맥주 맛을 잊지 못하는 거예요.”
애주가로 소문났고, 소문처럼 실제로도 애주가인 박준우 셰프가 말했다. 박 셰프의 취향으론 하와이 맥주 중 ‘롱보드’와 ‘비키니블론드’가 가장 맛있다고. 둘 다 바닷가에서 마시기 딱 좋은 맥주라는 말도 덧붙였다.
가격: 사슴 고기 버거 28USD, 사슴 고기 피자 29USD, 참치 포케 덮밥 22USD
말리부 가든(Malibu Garden)
포시즌스 리조트 라나이는 약 1년 전부터 레스토랑에서 사용할 채소와 과일, 허브를 직접 재배하고 있다. ‘말리부 가든’이라 이름 붙인 작은 텃밭에는 오이, 가지, 애호박, 무, 수박, 파파야, 파인애플, 바나나, 민트, 바질, 로즈마리 등 20여 가지 농작물이 크고 있다. 최근엔 김치를 담기 위해 배추도 새로 심었다고.
하와이에는 유명한 와이키키 해변과 호놀룰루 국제공항이 있는 오아후(Oahu)섬 외에도 빅아일랜드(Big Island), 마우이(Maui), 카우아이(Kauai), 몰로카이(Molokai), 라나이(Lanai) 등 5개의 주요 이웃 섬이 있다. 이번엔 그중 가장 크기가 작은 라나이섬 그리고 하와이를 대표하는 오아후섬에 머물며 하와이 미식 여행을 즐겼다.
셰프 박준우
식품주간지 기자로 일하다 2012년 <마스터셰프 코리아> 시즌1에서 준우승했다. <올리브쇼>와 <냉장고를 부탁해> 등에 출연했고 2017년 현재는 KBS <서가식당>에 출연하고 있다. 라디오와 칼럼을 통해 유럽문화와 음식 이야기를 한다. 서울 연희동에서 레스토랑 알테르에고와 디저트카페 오트뤼를 운영하고 있다.
글 고서령 기자 사진 고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