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과 함께 하는 여행은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만큼 세심할 수밖에 없다.
뻔하고 북적이는 관광지나 식당보다 한적하지만 높은 만족도를 보장할 스폿을 소개한다.
여수 현지인의 추천을 받은 스폿들이기도 하니 믿어도 좋다.
꺄르르, 꺄르르, 예술의 섬
장도
여수는 섬의 도시다. ‘1일, 1섬’을 방문하면 딱 1년(365일)이 걸릴 만큼의 섬이 있다. 이런 사실을 잘 모르는 이들을 위해 여수는 2026년 섬 박람회까지 준비 중이다. 여수 하면 떠오르는 섬이 오동도가 전부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중에서도 장도는 ‘예술의 섬’으로 통한다. 섬의 모양이 노루와 비슷해 노루섬으로 불리기도 했는데, 2019년 GS 칼텍스재단이 섬 전체를 복합문화 예술공원으로 조성하며 예술의 섬으로 탈바꿈시켰다. 장도는 멀리서 보면 알록달록한 점들이 움직인다. 입구에서 무료로 빌려주는 형형색색의 우산을 쓴 사람들이 움직이는 모습이다. 햇빛을 막아 체력을 아끼는 데에도 도움이 되고, 눈에 확 띄는 형형색색의 우산은 사진 촬영 소품으로도 제격이다. 무엇보다 예술의 섬과 어울리는 조합이다.
아담하고 아기자기한 섬은 한 바퀴를 여유롭게 돌아도 1시간 코스로 부담스럽지 않다. 바다를 끼고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고 잠시 쉬어갈 수 있는 벤치도 곳곳에 설치됐다. 지천에 널린 꽃과 나무, 작은 조형물과 전망대 앞에서 자주, 종종 꺄르르 아이처럼 웃는 부모님의 모습은 꼭 사진으로 남겨두길. 관광객으로 과하게 북적이지 않다는 점도 장도 여행에 여유를 더한다. 크고 작은 전시회가 열리는 장도전시관을 비롯해 지역 예술가들의 작업실에도 호기심이 쏠린다.
참고로 장도는 물 때 시간을 미리 확인하고 방문해야 한다. 장도로 이어지는 보행교는 하루에 두 번, 바다에 잠긴다.
장도
주소: 전라남도 여수시 웅천동
바다를 품은 사찰
용월사
여수에는 바다를 곁에 둔 사찰이 여럿이다. 대표적으로 향일암이 가장 유명하고,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인다. 그리고 돌산도에는 용월사가 있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섬의 가장자리, 20m 높이의 해안 절벽 위에 콕 박혀 있다.
용월사는 향일암에 비하면 소박한 편이다. 하지만 사찰의 호젓한 분위기를 좋아한다면 용월사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사찰이자 향일암, 무슬목과 함께 여수 3대 일출 명소로도 꼽히는 곳이다. 접근성도 좋다. 차량으로 사찰 바로 근처까지 닿을 수 있다.
용월사는 사시사철 향기로 가득한 곳이기도 하다. 봄에는 벚꽃과 철쭉이, 여름에는 수국이, 가을에는 국화가, 겨울에는 동백꽃이 각각 계절의 변화를 알린다. 범종각 아래로 108계단을 따라 내려가는 길도 탁 트인 바다 전망이 어우러져 아름답다. 자비로운 얼굴로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는 천수천음 관세음보살과 해수관음상 앞에 서면 불자가 아니더라도 마음에 온기가 번지는 마법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용월사
주소: 전남 여수시 돌산읍 월전길 129-60
전화: 061-644-2790
홈페이지: www.yongwolsa.org
여수 밤바다의 낭만
요트 투어
부모님도 안다. 가수 장범준의 노래 ‘여수 밤바다’를. 그리고 여수 밤바다가 정말로 얼마나 낭만적인지도. ‘여수 밤바다, 그 조명에 담긴 아름다운 얘기’는 해가 질 무렵 요트를 타고 바다로 나가보면 확실해진다.
여수에는 이처럼 아름다운 밤바다를 탐닉하는 크루즈와 요트 투어가 여럿인데, 탑승객의 밀도가 적은 쪽은 요트 투어다. 기자의 경우 여수 유탑 마리나 호텔&리조트에서 투숙객들에게 제공하는 요트 투어 프로그램을 이용했다. 오동도와 거북선대교, 해상케이블카가 지나는 돌산대교 등을 거쳐 다시 돌아오는 코스. 선착장에 정박해 있던 요트들은 저마다의 부푼 기대를 안고 탑승한 여행객들을 싣고 하나둘 출항한다. 남해 바다는 동해 바다에 비해 파도가 덜하다. 그래서 요트는 심하게 출렁거리지 않고 편안한 편이다.
요트 투어를 운영하는 업체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기분 좋게 맥주 한 캔 정도는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여기서 여수 밤바다는 심각하게 훌륭한 안줏거리가 된다. 투어가 거의 끝나갈 무렵, 매일 밤 해상 크루즈에서 쏘아 올리는 불꽃은 여수에서만 만날 수 있는 요트 투어의 하이라이트다. 어둠이 내려앉은 밤바다, 그 어둠을 밝히는 조명들. 저마다의 아름다운 추억을 만드는 사람들이 어우러져 ‘여수 밤바다’의 이야기를 써내려 간다.
유탑 마리나 호텔&리조트 요트 투어
주소: 전남 여수시 오동도로 61-15
전화: 061-690-8000
여수의 맛, 맛, 맛!
예사롭지 않은 새콤한 맛
삼학집
여수의 별미, 서대회무침이다. 납작한 생선 서대를 회로 떠 각종 채소와 함께 매콤, 새콤하게 무친 음식인데 호불호가 거의 없다. 여수에서는 서대회무침을 간판에 걸고 영업하는 음식점이 여럿이다. 그중에서도 삼학집은 여수의 서대회무침 대표 맛집이다.
서대회무침 메뉴 하나로 건물을 세웠다. 1947년부터 3대에 걸쳐 80년 가까이 영업 중이다. 비법은 양념 소스에 있다. 삼학집은 막걸리 식초를 직접 만들어 양념에 활용한다. 예사롭지 않은 새콤함이다. 서대회무침은 상추쌈으로 먹어도 좋고 밥과 함께 비벼 먹어도 좋다. 커다란 그릇에 밥을 담고 서대회와 김가루, 콩나물, 상추를 넣고 고소한 참기름을 한 바퀴 휙 돌려 슥슥 비벼 먹으면 집 나간 입맛도 한걸음에 돌아오는 맛이다. 빼놓지 말고 주문해야할 것은 함께 곁들일 막걸리 한 병이다.
삼학집
주소: 전남 여수시 이순신광장로 200-3 1층
전화: 0507-1356-0261
인스타그램: www.instagram.com/samhak_yeosu
이토록 정갈한 백반집
수미네 게장밥상
여수에서 빼놓지 못할 한 끼 식사는 게장 백반이다. 여수에는 돌게를 매콤달콤한 양념에 버무리거나 감칠맛이 폭발하는 간장에 폭 담근 게장과 다양한 밑반찬이 함께 나오는 게장 백반집이 셀 수 없이 많다.
수미네 게장밥상은 게장 백반은 물론 갈치조림, 장어구이 등도 함께 선보이는 한식당이다. 메인 요리와 함께 정갈한 밑반찬 10여가지가 테이블 위에 오른다. 갓 지은 솥밥을 크게 한술 떠 게장이든, 갈치조림이든 올려 한입에 넣자. 어느 것 하나 나무랄 것 없는 다양한 밑반찬들은 ‘남도식 밥상’의 진수를 보여준다. 여수 현지인 찬스로 획득한 백반집이니 믿고 가도 좋다. 소호동 본점은 오션뷰까지 갖추고 있다. 붐비는 시간대에 방문한다면 예약은 필수다.
수미네게장밥상
주소: 전남 여수시 문수로 66 1층
전화: 061-654-0600
커피 없는 여행은 있을 수 없는 일
NCNP
여수에서는 바다가 쉽다. 바다를 접하고 있는 도시라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래서 웬만한 오션뷰가 아니면 여수 시민들의 마음을 얻기가 쉽지 않다.
NCNP는 커다란 통창에 시원시원한 오션뷰를 담은 대형 카페다. 만성리 검은모래해변과 여수 해양 레일바이크 사이에 자리해 여행객들의 발걸음도 많은 편이다. 무엇보다 큼직한 규모의 카페 안에는 대가족도 수용 가능한 넉넉한 테이블이 여럿이고 테이블 간격도 널찍하게 배치해 공간감을 강조했다. ‘NCNP’는 ‘No Coffee, No Peace’의 줄임말로 커피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 담겨 있다.
‘단짠단짠’의 진수를 보여주는 솔티드 크림 커피와 만성리 검은모래해변을 표현한 흑임자 크림 라떼가 대표 메뉴. 여수 밤바다 에이드나 소보루 라떼 등 창의적인 메뉴들도 눈에 띈다. 옥상 테라스에는 천국의 계단 포토존이 마련돼 있다.
NCNP
주소: 전남 여수시 망양로 201 NCNP
전화: 0507-1372-4550
인스타그램: www.instagram.com/ncnpofficial
글‧사진=손고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