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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비 매거진 Jul 10. 2024

세계여행,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꼬박 16개월을 떠돌았다. 그간 30개국을 다녀왔으니, 열심히 여행했다. 
세계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선 <트래비> 강화송 팀장에게 메시지를 하나 보냈다.
“안녕하세요?” 나의 인사가 끝나기도 전에 돌아온 그의 회신. 
“작가님, 세계여행은 어떻게 하는 건가요?” 그러게 말이다.
 그러고 보니 내가 세계여행을 어떻게 했더라?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Step 1
왜 세계여행을 떠났나요?


나는 왜 세계여행을 떠났을까? 여행에 본격적으로 빠져들기 시작한 때는 대학 시절부터다. 처음에는 누구나 그렇듯 짧은 관광으로 시작했고, 그 시간이 쌓이고 쌓이니 어느덧 방학 내내 시간을 들여 장기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다. 여행을 다녀올 때면 주변의 누군가는 꼭 이렇게 내게 물었다. “그래서 이번엔 뭘 느꼈니?” 아주 난감한 질문이다. 뭐라도 대답하지 않으면 지난 내 몇 달이 허송세월처럼 여겨질까 싶다. 그래서 더욱 쉬이 대답하지 못했다. 느낀 게 없어서가 아니라, 느낀 게 너무 많은데 그걸 문장으로 정리하는 방법을 몰랐던 것 같다. 그렇다고 뭐 대단한 걸 느낀 건 아니고, 결국 ‘모든 것은 경험이다’라는 하나의 문장으로 정리하기에 이르렀다. 


튀르키예


여행이라는 게 반드시 느끼기 위해서 가는 건 아니다. 나는 세상이 궁금해서 떠났다. 이유가 이토록 명확해지니 목적도 분명해졌다. 적은 비용으로 최대한 많은 곳을 둘러보는 것이 목적인 여행.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절약이 필수였다. 그래서 여행이 때론 고행이 되기도 했지만, 그것조차 즐거웠던 이유는 결국 이 모든 과정이 세상을 알아가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왜 세계여행을 떠났을까. 맞다, 세상이 궁금했다. 별 이유 없이 떠날 수 있는 것이, 또 떠나도 되는 것이 세계여행이다.


오만


Step 2
세계여행 코스, 어떻게 정하나요?


세계여행을 결심했다면, 이제 방향을 정해야 한다. 그래서 어디로 갈 것인가. 우선 지도를 펼쳐 보자. 수많은 곳들 중 가고 싶은 나라도 있고, 아는 게 없는 나라도 있고, 호기심이 생기는 나라도 있을 것이다. 이 모든 곳을 고려할 수 있는 게 바로 세계여행이다. 사실 정해진 공식 따위는 없지만, 지구를 한 바퀴 돌 작정이라면 대개 서쪽으로 출발하는 것이 좋다. 아시아권은 기본적으로 문화가 비슷하니 천천히 새로운 세상에 본인을 적응시키기 좋다. 그래서 동남아시아 여행을 시작으로 서남아, 중동, 유럽, 북미, 중남미를 찍고 대한민국으로 돌아오는 루트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난 조금 특이한 경로를 선택하게 됐다. 이번 세계여행의 주된 목적은 ‘중동’이었기 때문이다. 

동남아 몇 개국을 시작으로 아랍에미리트를 거쳐 오만, 이집트로 향하는 코스를 계획했다. 한창 계획대로 여행 중이던 때, 갑작스럽게 EBS <세계테마기행> 촬영 제의를 받고 태국을 방문하게 됐다. 촬영을 마치고 중동으로 돌아가려던 찰나, 인도네시아에서 만났던 튀니지 출신의 인플루언서 친구가 튀니지행 편도 티켓을 건네며 나를 튀니지에 초대했다. 세상에, 아프리카라니! 계획했던 중동 여행은 튀니지 이후에 진행하기로 결심했다. 튀니지 여행이 끝나갈 때쯤 세계지도를 보고 유럽이 코앞이란 사실을 실감했다. 그렇게 단 한 번도 여행 목록에 없었던 유럽으로 경로가 바뀌었다.

몰타를 시작으로 남유럽 몇 개국과 발칸반도에 있는 국가들을 모조리 방문했다. 그 후로 오래전부터 가고 싶었던 튀르키예를 방문했고 중동으로 돌아가려고 했을 땐 전쟁이 한창이었다. 결국 코카서스 3개국, 이란 등을 거쳐 집으로 돌아왔다. 중동을 향해 떠났는데 중동만 쏙쏙 피해 다닌 셈이다. 이렇듯 세계여행은 우연의 연속이다. 세세히 동선을 계획해 봐야 계획대로 되는 건 아무것도 없다. 여행자는 매 순간 방향만 선택할 뿐, 결국 바람이 부는 대로 가게 되는 것이 세계여행의 묘미다. 매력적이지 않나. 


이란


Step 3 
항공권을 저렴하게 구매하는 방법?


세계여행은 항공권을 사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항공권을 결제하는 건 전혀 어렵지 않다. 문제는 언제나 ‘가격’이다. 전 세계 항공편을 검색할 수 있는 수많은 사이트가 있지만 나는 세계여행을 하는 동안 ‘스카이스캐너’를 주로 이용했다. 참고로 광고 절대 아니다. 스카이스캐너에서는 항공사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온 항공권의 가격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다. 항공권은 출발일이 가까워질수록 가격이 오르는 게 일반적이지만, 일정 시점까지는 가격이 오르내리니 여유를 가지고 한동안 지켜보는 것이 좋다.

스카이스캐너와 익스피디아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국제선 항공권은 5~6주 전에 최대 20%가량 저렴해진다고 한다. 나는 인천에서 마닐라를 경유하여 두바이까지 편도 17만원 정도에 비행한 경험이 있다. 인천발 두바이행 1회 경유 항공권 평균 가격이 30만원 내외인 것을 고려하면 거의 반값에 항공권을 구매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가격이 저렴한 항공권은 시간이 비교적 여유로운 세계여행자들이 누릴 수 있는 특권 중 하나다. 저렴한 항공권의 긴 경유 시간은 어쩔 수 없는 과정이다. 그것을 일찍이 즐기는 편이 기나긴 세계여행을 매끄럽게 해 주는 팁이다.
 


Step 4
비자, 어떻게 준비하나요?


세계여행에서는 비자가 굉장히 중요하다. ‘2024 세계여권파워’ 순위에서 대한민국이 2위를 차지했다. 무려 193개국을 무비자 혹은 도착 비자로 여행할 수 있다. 애국심이 차오른다. 본론으로 돌아가 비자가 생소한 사람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비자란 국가 입장권 같은 것이다. 즉, 무비자는 무료 입장권, 도착 비자는 공항 또는 국경에서 구매할 수 있는 국가 입장권이다. 문제는 전자 비자(E-Visa)다. 전 세계 국가가 200여 개라는 걸 고려했을 때 193개국이면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상은 또 그렇지 않다.

배낭여행으로 인기 있는 국가 중 하나인 ‘인도’는 도착 비자와 전자 비자를 모두 시행한다. 도착 비자로 받으면 되지 뭐가 문제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도착 비자는 델리, 뭄바이, 첸나이, 벵갈루루, 하이데라바드, 콜카타 공항 6곳에서만 받을 수 있다. 인도만 다녀오면 문제가 없지만, 네팔 등을 통해 육로로 입국하게 된다면 전자 비자가 유일한 수단인 셈이다. 이런 정보를 유동적으로 잘 체크할 필요가 있다.

이번 세계여행에선 이란이 가장 골치였다. 이란 공항에서 발급되던 도착 비자는 코로나 이후로 발급이 중단되었기 때문에 사전에 비자를 발급받는 게 이란을 여행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문제는 이란 방문을 세계여행 도중에 결정했기 때문에 한국에서 사전에 발급받은 비자가 없었다는 것이다. 결국 튀르키예 여행의 마지막 날, ‘트라브존’이라는 흑해 연안 도시의 이란 대사관에서 다행히 급행 비자를 받을 수 있었다. 세상에 당연히 안 되는 것은 없다. 가고자 한다면 갈 방법이 다 있다. 이때 필요한 건 침착함과 정보력, 그리고 실행력이다.


조지아


Step 5
도시 간 이동, 어렵지 않나요?


여행은 이동의 연속이다. 집을 떠난 순간부터 집으로 다시 돌아올 때까지 여행이라는 퍼즐은 이동의 조각들로 이루어진다. 낯선 공항에 도착한 후 처음 이동하는 순간이 가장 긴장되지만, 사실 어려울 게 없다. 세계 어느 곳을 가도 택시는 있으니까. 흥정이 좀 귀찮긴 해도, 겁먹을 거 없다. 너무 심한 바가지요금만 아니라면, 지나고 나면 다 추억이다. 

도시 간 이동은 일반적으로는 버스가 대중적이지만 각 나라의 상황에 따라 다르다. 철도망이 촘촘한 인도 같은 경우에는 기차가 훨씬 편하다. 등급별 슬리핑 버스가 잘 갖춰진 동남아시아의 경우 버스가 편리하다. 섬이 많은 인도네시아, 필리핀, 그리스, 몰디브 같은 경우에는 여객선이 활성화되어 있다. 

이동은 체력, 인내심과도 직결된다. 무거운 짐을 끌고 며칠에 한 번씩 도시를 이동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교통편에 탑승했다고 끝난 일도 아니다. 이동은 탑승부터가 시작이기 때문이다. 한 번은 인도네시아의 섬 사이를 여객선으로 이동한 적이 있다. 경비를 아껴 보겠다고 1시간 15분이면 이동할 수 있는 항공편 대신 46시간을 꼬박 바다에서 보내야 하는 여객선을 선택한 것이다. 개인실인 1등 칸과 2등 칸은 세계여행자에게 사치다.

당연히 탑승객 대부분이 이용하는 마지막 등급을 선택했다. 그곳의 첫인상은 여행을 꽤 오래 한 나에게도 충격적이었다. 군대 생활관보다 열악한, 몇백 명이 함께 머무는 대합실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한국인은커녕 나 같은 외국인 여행자조차 볼 수 없었다. 그렇게 인도네시아인들과 기나긴 여정이 시작됐다.사람만 있으면 차라리 다행이었다. 쓰레기 사이에서 기어 나오는 바퀴벌레는 그야말로 지옥을 선사했다.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했던 것은 탑승권에 삼시세끼 식사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었다. 기쁨도 잠시, 식사를 받아 보니 차라리 죄를 짓고 콩밥을 먹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갑판으로 나와 바다를 보며 꾸역꾸역 밥을 먹는데, 눈에 그렁그렁 눈물이 맺혔다. 정말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결론, ‘저렴한 이동’을 위해서라면 미리 체력과 인내심을 기르는 것이 좋다. 



Step 6
숙소는 어떻게 선택하나요?


사실 이 부분은 할 말이 정말 없다. 숙소 예약사이트에서 늘 가격 낮은 순으로 정렬한 뒤 첫 번째 페이지에 있는 숙소를 예약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아무 곳이나 간 건 아니다. 그 와중에도 나만의 선정 기준은 있었다.

첫째는 안전. 여성의 경우 개인실 혹은 여성 전용 도미토리를 선택하는 편이 안전하다. 귀중품을 보관할 수 있는 사물함의 유무도 중요하다. 세계여행을 하는 처지에 딱히 귀중품이랄 것도 없지만, 만약 사물함이 없다면 여권, 지갑, 전자기기 등을 끌어안고 불안에 떨며 자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문득 아르메니아의 어느 숙소가 떠오른다. 사물함은 있었지만 모두 망가져 도무지 사용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 아무 일 없었는데 무슨 일 있겠어?’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긴 게 실수였다. 그곳에서 난 무려 350달러를 잃어버렸다. 10년 무사고 여행경력에 가장 큰 오점으로 남았다. ‘무슨 일 있겠어?’ 싶으면 무슨 일이 생기는 게 여행이다.

둘째는 위치다. 아무리 저렴한 숙소가 있어도 중심가에서 멀다면 좋은 선택이 될 수 없다. 이동 시간과 비용을 따지면 결국엔 비슷하기 때문이다. 조금 오래 머문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긴 하다. 한적한 숙소의 여유가 여행의 피로함을 풀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건 성향에 따라 호불호가 나뉠 수도 있겠다.

셋째는 주방의 유무다. 마음 같아선 맛집 하나라도 놓치고 싶지 않지만, 장기 여행자의 경우엔 매일 외식하는 게 상당히 부담스럽다. 나의 경우엔 유럽이 그랬다. 외식 비용이 부담스러워서 장을 보러 가는 것이 주된 일과 중 하나였다. 아침, 저녁으로 스스로 끼니를 해결했고 유럽 여행이 끝날 때쯤엔 나는 꽤 훌륭한 스파게티 요리사가 되어 있었다.


불가리아


Step 7
경비, 많이 비싸지 않나요?


여행경비만큼 주관적인 것도 없을 것이다. 소비는 결국 개인의 취향이기 때문이다. 나의 세계여행은 적은 비용으로 최대한 많은 곳을 둘러보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래서 아마 들으면 깜짝 놀랄 만큼의 경비로 30개국을 여행했다. 16개월 동안 사용한 경비(항공, 숙박 포함)를 모두 합하니 1,000만원 남짓이다. 아, 잃어버린 350달러를 포함하면 1,100만원이 조금 넘겠다. 유럽의 몇 나라를 제외하고 물가가 높은 나라를 가지 않은 탓도 있지만, 참 많이도 아끼며 다녔다. 늘 여러 명이 함께 머무는 저렴한 숙소를 선택하는 건 물론이고 현지에서 사귄 외국인 친구의 집에서 머무는 일도 많았다.

직접 요리를 해서 끼니를 해결하는 날이 잦았고 동행자가 생길 때면 함께 식당에 가서 적은 비용으로 여러 요리를 나누어 먹었다. 불가피하게 택시 탈 일이 생기면 목적지가 같은 사람들과 합석하여 택시비를 줄이고 육로로 이동이 가능한 곳에선 아무리 오래 걸려도 비행기 대신 다른 대중교통을 택했다. 이렇게 나열하니 참 고생스럽게 보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런 여행을 더 선호한다. 당시의 진한 여운이 문신처럼 뇌에 새겨져 오랫동안 간직되기 때문이다. 행복한 여행이란 무엇인가. 결국 본인이 즐거운 여행 아니겠나. 


시칠리아


Step 8
필수품, 알려 주세요


세계여행자들 사이에서 ‘배낭의 무게는 자신의 업보와 같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이동이 잦은 장기 여행자의 특성상 짐의 무게에 따라 여행의 질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나 또한 짐을 줄이기 위해 무던히 애를 썼다. 위탁 수하물은 사치, 기본으로 제공되는 기내 수하물 7~10kg에 포함될 필수품을 엄선해 봤다.

여권, 현금, 카드는 몸에 지녀야 할 필수 중에 필수품이다. 거기에 해외에서 운전할 경우를 대비해 국제면허증과 영문면허증을 지참하는 것이 좋다. 여권 분실의 사태를 대비하여 여권 사본과 여권 사진을 가져가는 것도 좋다. 패션에 신경을 많이 쓰는 사람이라면 여행이 고될 수 있다. 옷은 필수품 중 부피가 크고 무게를 많이 차지하는 품목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의류는 실용성을 생각해서 가볍고 빠르게 건조되는 제품이 좋다. 또한 현지에서 구매할 경우를 대비해 최소한으로 챙기는 게 좋다.

‘여행에서 남는 건 사진뿐이다’라는 말은 모두가 들어 봤을 것이다. 개인적인 필수품을 꼽자면 촬영 기기들이다. 카메라는 필수, 액션캠도 액티비티시 꽤 유용하다. 마음 같아선 드론도 하나 장만하고 싶다. 촬영 기기가 있으니, 저장장치와 노트북도 필요하다. 이렇듯 나의 짐 대부분은 전자기기로 채워져 있다. 요즘엔 이 모든 걸 핸드폰 하나로 다 해결할 수 있는 세상이기도 하니 자신만의 방법으로 짐을 간소화해도 좋겠다. 세계여행 중에 만난 친구들의 머리카락을 잘라 주겠다며 미용 도구를 챙겨 다니는 여행자도 본 적이 있다. 책 한 권도 좋고 미술 도구도 좋다. 취향에 따라 자기만의 여행을 완성하면 된다.

이렇게 세계여행에 대해 나열해 보니 사실 별거 없다. 원해서 떠났고, 필요한 만큼 소비했고, 고단한 만큼 즐거웠던 여정이다. 세계여행의 방법은 결국 여행자 본인이 선택하는 모든 순간이다. 이래도 세계여행이 두렵고 막연하게 느껴지는가?  



 글·사진 최재원  에디터 강화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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