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의 대구 여행법은 야생 버라이어티다.
곱창이 질긴가 닭똥집이 질긴가 겨뤄 보고, 멍키스패너 모양의 마들렌을 먹으며 장인들의 손때 묻은 공구들을 실컷 구경할 수도 있다.
앞산전망대 오르기, 수성못 한 바퀴는 기본체력으로!
여심을 겨누듯 탕탕, 사격으로 마치는 터프한 여행이다.
Day 1
대구사격장→동인동 찜갈비 골목→근대골목1코스(향촌문화관, 북성로공구골목)→수성못→서문시장 야시장
Day 2
김광석 다시그리기길→앞산카페거리→앞산전망대→안지랑곱창골목
앞산에 내려진 심장주의보!
야간 트레킹이다. 앞산전망대까지는 1.6km.
쉬지 않고 오르니 1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숨을 몰아쉬며 전망대로 나아간 순간 대구의 야경이 발 아래로 납작 엎드렸다.
도전한 자를 위한 달콤한 승리다.
심장이 새로운 맥박으로 뛰기 시작했다.
Chapter 1
여기는 호모 하빌리스의 성지라오
북성로공구골목
드르륵, 윙윙, 쿵쾅쿵쾅. 북성로의 리듬은 남성적이다. 성의 북쪽, 지금은 허물어지고 없는 대구 읍성을 기준으로 북쪽에 위치한 이 거리가 바로 북성로공구골목이다. 웬 성이냐고? 대구는 601년 경상감영이 설치되면서 경상도의 중심도시로 발전했다. 경상도의 중심도시 위상에 맞는 읍성이 세워졌고 인구와 물자가 몰려들었다. 대구약령시는 외국의 상인들이 와서 거래했을 정도로 국제적인 시장이었다고.
그랬던 대구 읍성이 관찰사 서리로 있던 박중양*에 의해 철거되면서 그 위에 깔린 신작로가 지금의 북성로, 동성로, 남성로, 서성로다. 보행로에서 투명유리바닥을 발견한다면 거리박물관을 찾은 것이다. 땅 밑에 묻혀 있는 대구읍성의 흔적이 보일 것이다.
대구역과 연결된 지리적 이점으로 상가와 은행이 들어선 상업지역으로 발전했던 북성로가 공구골목이 된 것은 한국전쟁 후의 가난 때문이었다. 물자가 턱 없이 부족했던 시절,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폐자재와 공구가 이곳에서 팔리기 시작했다. 공구가 있으니 무엇이든 척척 만들어 내는 ‘맥가이버’들이 늘어난 것은 수순이었다. 이로써 대구역에서부터 1.42km의 거리에 300여 개의 철물과 기계 공구상들이 들어설 만큼 번성했었다.
그런 호시절도 지나서 지금은 공구상도 기술자들도 많이 사라졌지만 거리재생의 움직임은 활발하다. 지난 10월에 열렸던 북성로축제의 표어 ‘손으로 만드는 미래’는 얼마나 멋진 말인가. 호모 하빌리스(Homo Habilis), 도구를 쓰는 인간로서 인류의 자부심을 찾아보고 싶다면, 여기가 바로 그 성지다.
*대구읍성 철거 | 대구의 상권을 노렸던 일본 거류민단은 읍성이 방해가 된다며 철거를 건의했고 당시 관찰사 서리로 있던 박중양은 조정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철거를 밀어붙여 버렸다.
북성로공구골목에 공구점, 철물점, 기계공업소만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빈 점포에 들어선 것은 아트공방과 카페와 박물관이고 옛스런 다방과 식당들도 골목골목 숨어 있다.
손으로 만드는 과거, 현재, 미래
공구박물관
망치, 스패너, 드라이버, 렌치는 없다. 장도리, 도라이바, 헤라, 빠루, 뺀찌 등등이 있다. 색바랜, 그러나 여전히 통용되는 이 이름의 주인공들이 빼곡하게 걸려 있는 2층 목조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일제시대 곡식 창고를 원형에 가깝게 고쳐서 2013년부터 공구박물관으로 운영 중이다. 안쪽 다락에는 북성로 기술자들의 사무 공간을 재현한 공구상의 방도 만들었다. 의자에 앉으니 세상이 달라 보인다. 2층은 (사)시간과공간연구소가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다. 북성로 지역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교육문화사업과 출판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곳에서 발간하는 서적들이 특히 흥미롭다. 재고가 많지 않은 비매품이라 안타까울 뿐.
주소: 대구 중구 태평로 28길 24
오픈: 10:00~17:00(매주 일요일, 공휴일 휴관)
연리지 같은 카페
믹스카페 북성로(Mix Cafe Booksungro)
연리지 같은 카페다. 두 채의 근대 가옥을 하나로 연결해 미로 같은 구조가 만들어졌다. 1950년대에 지어진 3층 건물과 후방 골목 쪽의 1920년대 목조 가옥이 잘 ‘믹스’되어 있다. 북성로가 추구하는 도심재생의 방향성이 시각적으로 확인되는 곳이기도 하다. 연신 꼬리를 촐랑거리는 강아지의 안내로 안채에 들어가면 두 건물 사이에 안기듯 자리한 뜰로 이어진다. 옆 건물의 외벽을 기어 올라가는 커다란 거미 조형물에 이끌려 2층으로 올라가면 골동품이 가득한 다다미방, 1946년에 같은 자리에서 운영됐던 태극다방의 느낌을 이어받은 카페 테이블들이 있고, 지하 방공호는 와인을 보관하는 저장고로 사용 중이다. 예사롭지 않은 인테리어 감각이다.
주소: 대구 중구 북성로 86-2
전화: 053 768 8821
멍키스패너 하나 드실래요?
북성로공구빵(Factory09)
너트, 볼드, 스패너는 함께 있어야 완전해진다. 북성로공구빵(Factory09)의 공구 모양 마들렌도 마찬가지다. 세 개를 한꺼번에 주문해야 뭔가 그림이 완성된다. 아니 하나가 더 있어야 한다. 촉매 역할을 하는 아메리카노 커피다. 투박한 공구를 마들렌으로 재탄생시킨 아이디어는 대구콘텐츠코리아랩의 브랜딩 프로젝트 공모전에서 3위를 한 최현석씨의 것이다. 그것을 현실화시킨 빵틀 주물 제작은 북성로에 유일하게 남은 주물업체인 선일포금과의 콜라보로 가능했다. 아이디어로 창업을 하게 된 최현석씨는 공예 작업을 하던 예술가 출신이라 가게 내부가 작지만 아기자기하다. 다만, 공구골목이 아니라 수제화골목에 위치하고 있으니 유의할 것.
주소: 대구 중구 서성로14길 79
가격: 몽키스패너 1,600원, 너트 1,500원, 볼트 1,200원, 아메리카노 2,500원
Chapter 2
나의 살던 향촌은 골목마다 낭만이
향촌문화관
신사로 산다는 건 어떤 모습일까? 확실한 롤 모델을 꼽으라면 시인 구상(1919~2004년)을 말하겠다. 한국전쟁 이후 1960년까지 대구에서 살았던 구상은 여러 장르의 문화예술인과 교류했었다. 화가 이중섭(1916~1956년)도 이때 구상의 권유로 대구에 와서 향촌동의 다방과 음악감상실에서 은지화를 그리곤 했다. 당시 구상 시인이 향촌동 술집 골목에 뜨는 날이면 가난한 예술인들도 마음 놓고 술을 마실 수 있었다고. 그래도 형편이 나았던 구상 시인이 술도 사 주고 외상값도 갚아 주며 동료들을 품었기 때문이다. 의리 넘치는 신사다.
대구 읍성이 무너진 자리에 생겨난 향촌동은 1970년까지 대구 최고의 번화가였다. 특히 전국의 피란 예술가들이 모여들면서 향촌동의 1950~60년대는 한마디로 ‘벨 에포크(belle epoque)’*였다. 다방을 중심으로 이른바 살롱문화가 만들어져 쟁쟁한 문인, 화가, 음악인들이 교류하고 작품 발표를 하기도 했다.
그런 그 당시의 교동시장, 대구역, 중앙로, 북성로의 옛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향촌문화관이다. 1·2층은 향촌문화관, 3·4층은 대구문학관이다. 지하층에는 1946년에 이창수 선생이 향촌동 자택에서 시작한 음악감상실 ‘녹향’을 옮겨 놓았다. 유치환(1908~1967년), 양주동(1903~1977년), 박목월(1916~1978년) 등의 문인들이 단골이었던 곳이다. 유가족은 음향기기 일체를 시에 기증했고 아들 이정춘 선생이 아버지의 뜻을 이어가고 있다. 초상화 속 아버지를 꼭 닮은 초로의 아들이다. ‘멋짐’도 유전인 것인가.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구상 <꽃자리> 중
*벨 에포크 | 프랑스어로 ‘좋은 시대’라는 뜻. 1890년에서 1차 세계대전 이전까지 프랑스 파리가 문화예술적인 풍요와 번영을 누렸던 시기를 일컫는다.
향촌문화관
오픈: 동절기 09:00~18:00, 하절기 09:00~19:00(월요일 휴관)
주소: 대구 중구 중앙대로 449
입장료: 1,000원
전화: 053 661 2331
Pub
소소하게 맥주 먹는 재미
사람들은즐겁다 2호점
서울의 연남동, 경리단길이 그랬다. 평범한 주택가에 조그만 카페와 맥주 집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대구의 삼덕동도 마찬가지다. 최근 몇년 새 작지만 감각 있는 공간들이 속속 생겨났다. ‘사람들은즐겁다’에는 간판조차 없다. 때가 되면 불이 들어올 뿐이다. 동성로에 1호점이 있지만, 삼덕동에 위치한 2호점의 매력이라면 한적하고 고즈넉한 분위기다. ‘편안하고 조용한 공간이고 싶습니다.’ 메뉴판 첫 장에 적힌 문구가 정확하다. 대표메뉴의 이름은 정직하다. ‘닭튀김과 토스트, 감자튀김’. 네모난 트레이에 사이좋게 올린 바삭한 닭튀김과 달콤 짭조름한 치즈 토스트, 수북한 감자튀김은 절대 맛없을 리 없는 맥주 안주다.
오픈: 17:00~03:00(매달 두 번째 화요일 휴무)
주소: 대구광역시 중구 삼덕동3가 186-2
가격: 닭튀김과 토스트, 감자튀김 1만5,000원, 대동강 페일에일 7,000원, 클라우드 3,500원
Chapter 3
빼앗긴 들, 다시 찾은 못에서
대구 수성못
수변 데크길 위로 가족, 연인, 친구들이 줄지어 걸어간다. 2km 정도의 산책길이라 40분 정도면 한 바퀴를 돈다. 단풍은 노란 가로등 불빛에 더 노랗고, 갈대는 질투라도 하듯이 고개를 주억거린다. 대구 시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호반 유원지, 수성못이다.
시작은 수성들에 물을 공급할 농업용 저수지였다. 1910년대 이후 수성들 일대에 농업용수가 크게 부족해졌다. 시인 이상화가 ‘수성들’을 배경으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발표했던 1926년 무렵의 대구는 일제 치하에서 안팎으로 메말라 가고 있었나 보다. 급수난 해결을 위해 설립된 수성수리조합에 의해 수성못이 축조됐다. 1927년의 일이다.
이후 수질 악화와 난개발 등을 겪던 수성못은 1983년에 유원지로 조성되면서 다시 흐름을 되찾았다. 낡고 좁은 수로관을 교체해 물의 순환을 돕는 생태복원사업도 이뤄졌고, 데크길, 영상음악분수, 조명 등도 설치됐다. 지금이 수성못은 여름이면 음악분수가 70m 높이로 솟아오르고, 오리보트와 오리들이 함께 떠다니는 곳이다.
해질 무렵의 포켓무대에서는 버스킹이 열리고, 수변식물을 감상하며 산책을 하거나 데이트를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이 주말에는 2만여 명에 이른다. 물이 정화되듯 일상도 정화되는 그런 곳이다. 산책 후 따끈한 커피 한잔은 좋은 마침표다. 수성못 인근에는 카페와 술집, 맛집이 즐비하다. 굳이 나누자면 수성못길에는 술집과 카페가 많고, 들안로에는 한우, 복어 등 특별한 외식을 위한 맛집이 많은 편이다.
Tip
수성못역을 통과하는 대구 도시철도 3호선은 대구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지상철이라 ‘달리는 전망대’라고도 불린다. 쭉 타고 유람을 해도 좋고, 서문시장역까지 교통수단으로 이용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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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생 여기로 오는 이유
이자카야 천상
“왜 이름이 천상인가요?” “하늘이 열려요. 열어 봐 드릴까요?” 버튼을 누르자 천장이 주르륵 움직였다. “못 보고 가는 줄 알았는데, 열렸네요!” 뒤돌아보니 막 계산을 마치고 나가려면 중년의 여인이 활짝 웃고 있었다. 빌딩 4층에 위치한 이자카야 천상은 스카이어닝을 여는 순간 테라스 바로 변신하는 곳이다. 싱싱한 회부터 스테이크, 나베요리에 사케, 칵테일에 연어회 등등 안주의 범주 또한 하늘만큼 넓다. 아래층에 일본식 선술집 ‘소노마마’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주소: 대구 수성구 수성못길 22 4층
전화: 053 767 0760
대구에 카페가 많은 이유는?
대구의 커피문화는 치맥보다 뿌리 깊다. 다방의 역사를 보면 안다. 전후 대구로 온 문화예술인들에게 다방은 동네사랑방이었다. 다방에서 전시도 하고 출판 기념회도 했다. 1982년부터 대구의 명소였다는 진골목 안 미도다방의 마담 정인숙 여사도 여전히 현역이다. 그래서 지금도 대구는 인구대비 커피전문점이 가장 많은 도시다. 대구보건대, 경북대 평생교육원 등에서 매년 배출하는 커피교육생도 최다인원이다. 대구 커피 & 카페 박람회도 7년째 개최하고 있으며 올해는 대구커피축제도 함께 연다. 장소는 수성못 일원이다.
제7회 대구커피 & 카페박람회 | 12월7~10일 대구EXCO
제1회 대구커피축제 | 12월7~10일 대구 수성못 일원
Chapter 4
앞산은 압도적이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사실 비슬산, 대덕산, 성불산 등의 그럴싸한 이름이 있었다. 다만, 그 어떤 이름도 부르기 쉬운 ‘앞산해발 658m’을 이길 수가 없었을 뿐. 영어로 ‘APSAN’이라고 쓰고 보니 알프스가 스치기도 한다. 알프스가 높고 험난해서 신성한 산이었다면 앞산은 반대다. 풍수적으로 대구를 포근하게 감싸 주는 안산(案山)이다. 공산전투927년에서 패한 고려 태조 왕건을 숨겨 주기도 했다. 그 흔적이 앞산공원에서 멀지 않은 은적사(隱跡寺)에 남아 있다. 좌우로 산성산653m, 대덕산546m을 거느리고 있기에 계곡도 많고 산림도 풍부하다.
현재 앞산이 지닌 압도적인 장점은 전망이다. 엄밀히 말해 전망대가 2개 있는데, 하나는 케이블카 정상부의 옥상이고, 다른 하나는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비파산 정상500.5m 전망대다. 물론 대구 야경을 더 가까이서 볼 수 있는 비파전망대가 더 인기다. 케이블카를 타지 않고 야간 트레킹으로 올라오는 사람들도 꽤 있다. 83타워가 기준점처럼 손을 높이 들고 있으니 어디가 어딘지 금방 눈에 들어온다. 케이블카의 막차 시간은 현명하게도 탄력적이다. 주말과 공휴일에는 일몰 후 2시간을 보장한다. 그만큼 앞산 야경은 볼 가치가 충분하다는 이야기다.
앞산케이블카
요금: 왕복 9,500원, 편도 7.500원
시간: 운행개시 10:00부터, 정상에서 마지막 운행 평일 18:00까지(동절기), 19:00까지(하절기), 금·토·일·공휴일 19:30까지(동절기), 21:30까지(하절기)
Cafe & Restaurant
남다르게 앞서다
카페 민스크(Minsk)
앞산전망대에서 살짝 언 몸을 녹일 장소가 필요하다. 앞산카페거리에는 프랜차이즈 커피브랜드뿐 아니라 대구 토종 카페와 레스토랑이 40여 곳 이상 밀집해 있다. 주택을 개조한 경우가 많아서 상업거리라기보다는 동네 같은 아늑한 분위기다. 그중에서 카페 겸 편집숍을 겸하는 민스크는 남동우 대표와 아내가 매년 2회 이상 유럽을, 매달 한 번씩 일본을 오가며 눈여겨봐 둔 홈데코, 가구, 패브릭 등을 선별해 판매하는 곳이다. 분유가 아닌 우유를 넣고 만든 아이스크림이 인기 메뉴다. 2017년 코리아바리스타어워드에서 수상한 도형수 바리스타표 원두를 핸드드립으로만 내려 주는 커피도 자랑이다.
주소: 대구시 남구 현충로6길 9-2
전화: 053 656 6292
홈페이지: www.minsk.co.kr
닭똥집이냐 곱창이냐, 이것이 문제로다
안지랑곱창골목 & 평화시장 닭똥집골목
앞산에 왔다면 멀지 않은 안지랑곱창골목을 가 봐야 한다. 한 바가지(500g)에 1만2,000원. 가성비 최고다. 대구 곱창이 유명해진 것은 고령, 김천, 창녕 등 인근 도축장에서 공급하는 싸고 신선한 재료 덕분이라는데 안지랑에서는 재료를 공동구매한다. 하지만 누린내를 제거하는 방법과 소스의 비법은 60여 개 식당마다 다 다르니 두루 맛보며 감별해 보자. 곱창과 자웅을 겨루는 대구 명물이 치맥이라면, 그 아성의 지류에는 닭똥집튀김이 있다. 원조집 ‘삼아통닭’을 시작으로 1972년부터 형성됐다는 평화시장 닭똥집골목에는 점심부터 새벽까지 고소한 튀김 냄새가 진동한다. 메뉴 발전사는 통닭과 비슷하다. 튀김에 이어 양념똥집, 간장똥집, 누드똥집, 파똥집까지 나왔다. 오늘밤 똥맥 한잔 어떠신가?
안지랑곱창골목: 남구 대명로36길 63 평화시장
닭똥집골목: 동구 신암1동 평화시장 내
Chapter 5
저격 취향! 평정심을 노려라
대구사격장
“일주일 동안 아령을 열심히 들고 왔습니다. 이제 힘이 좀 붙을 것 같아요.” 지난주에 처음 ‘사격에 맛’을 들였다는 한 남자가 어깨를 들썩이며 차례를 기다리는 중이다. 사격을 마치고 나오는 중학생들은 스트레스가 좀 풀렸는지 꽤 홀가분한 표정이다. 고도의 집중력과 짜릿한 쾌감이 있는 곳, 사격장에 왔다.
왜 대구까지 와서 사격장이냐고 묻는다면, 전국 최대 규모에 답이 있다. 주차장 3곳, 매표소 2곳, 무료 서틀버스도 운행한다. 올림픽 선발전도 열리고, 각종 사격대회가 개최되는 곳이라 주말이면 단체 예약이 연중 꽉 차 있다. 2~3명의 개인들은 대기 시간이 길지 않으니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실탄 사격을 제외한 스크린 사격, 전투 체험, 비비탄 사격은 만 14세 미만도 가능하다.
종목별로는 날아가는 접시를 깨트리는 쾌감이 큰 클레이 사격이 가장 인기 있다. 권총의 경우 종이과녁의 흔적이 고스란히 성적표로 돌아와 희비가 엇갈린다.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호흡을 멈추는 것이 요령이라는 귀띔이다. 이른바 밀덕(밀리터리 덕후)이라면 조끼에 헬멧, 무선장비까지 갖추는 전투 사격 체험에 마음이 끌릴 듯. GPR 핸드 피스톨을 사용해 마치 온라인 게임을 야외에서 하는 기분을 준다.
주소: 대구시 북구 문주길 170
오픈: 09:00~18:00
찾아가기: 도시철도 3호선 팔달역에서 사격장까지 무료 셔틀버스 운행
전화: 053 312 0000
Restaurant
매콤알싸한 중독성
벙글벙글 찜갈비
‘동인동 찜갈비 골목’이라고 들어 보셨는지? 대구 동인동에서는 1970년대부터 찜갈비를 먹기 시작했는데, 전쟁 후 가난하던 시절 찌그러진 양은냄비에 고기를 담아 연탄불에 구워 먹은 게 유래다. 이후 인근 직장인들이 퇴근 후 술 안주로 찾기 시작하면서 찜갈비 집이 여기저기 문을 열었다고. 조그만 가게들이 서로 합쳐져 지금은 꽤 규모가 있는 식당들이 죽 늘어선 골목을 형성했다.
‘벙글벙글’은 동인동 찜갈비 역사의 산 증인이라 해도 무방하다. 지난 40년간 가게를 운영해 온 사장님은 이젠 찜갈비의 당연한 짝꿍이 된 백김치를 처음 손님상에 올린 장본인이기도 하다. 대구의 찜갈비는 간장 양념이 아닌 고춧가루 양념을 사용해 그 맛이 얼핏 떡볶이 같기도 하다. 끝 맛이 알싸하게 매콤한 갈비는 깔끔한 백김치나 새콤한 쌈무, 각종 채소와 잘 어울린다. 그 맛이 중독적이다.
오픈: 매일 09:00~22:00
주소: 대구 중구 동덕로 36길 9-12
전화: 053 424 6881
가격: 찜갈비(200g) 1만8,000원, 한우찜갈비(200g) 2만8,000원
글 천소현 기자 사진 Photographer 이승무
취재협조 대구관광뷰로 www.dtb.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