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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비 매거진 Dec 12. 2017

관심 집중, 정선의 매력!

기자가 체험한 우수여행상품, 퍼시즌투어 [정선 아리랑열차 1박2일]

배우 원빈과 이나영이 결혼한 곳, <삼시세끼>와<태양의 후예>를 촬영한 곳 등 요즈음 정선은 세간의 관심 한 가운데에 있다. 
아리랑으로 대표됐던 정선이 여러 타이틀을 얻게 된 것엔 그 이유가 있음이 분명하다. 
고개를 넘어넘어 가는 동안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고요한 풍경, 그리고 당신을 쉴 틈 없이 즐겁게 할 액티비티까지 정선에 다 있다.  


천천히 음미하는 풍경, 정선 아리랑열차


‘탁’ 잘 익은 계란을 깨서 한 입에 쏙, 오물오물 으깨고 사이다를 한 모금. 역시 기차여행에는 계란과 사이다의 조합이 최고더랬다. 청량리를 출발해 정선, 아우라지역을 왕복하는 정선 아리랑열차(A-Train)는 옛 추억을 자연스레 되살린다. 느릿한 속도와 넓은 통창을 넘어 쏟아지는 강원도의 풍경 덕분이다. 지난 2015년 1월 관광열차로 첫 선을 보인 아리랑열차는 정선을 ‘가기 쉬운’ 여행지로 만드는데 일조했다. 물론 정선행 열차는 이전부터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관광열차’란 이름을 얻고 새로운 디자인을 입으면서 ‘생활’보다 ‘여행’에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주말 객차 안을 가득 채운 여행객들은 의자를 마주보게 돌려놓고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웠다. 정선까지 4시간여를 달리는 아리랑열차의 백미는 예미에서 ‘민둥산’역까지 구간이다. 기찻길 왼편으로 협곡이 펼쳐지는데, 총 7개 터널을 지나는 동안 순간포착을 해야 한다. 아찔하게 떨어지는 협곡의 바닥과 세를 이룬 봉우리들이 어깨를 지그재그로 얹고 있는 꼭대기가 창밖을 가득 채운다. 그러잖아도 지루할 새 없이 가을날의 강원도 풍경이 쏟아지던 차인데, 민둥산역을 지나면서는 여행의 시작이 이렇게 낭만적일 수 있는가 감탄하게 된다. 

단체로 모인 관광객들은 민둥산역이나 정선역, 마지막 역인 아우라지역에 내려서 본격적인 관광 일정을 시작한다. 관광열차를 타면 당일치기 정선 여행도 가능하다만, 이번 투어는 보다 깊이 정선을 들여다 보는 1박2일 일정이다. 좋은 선택이었다. 하루로는 턱없이 부족한 여행이 될 뻔 했으니.

아우라지역에 발을 딛는다. 정선 아리랑이 태동했다는 아우라지, 큰 포물선을 그리며 흐르는 아우라지는 두 개의 천이 만나 ‘어우러진다’ 해서 붙은 이름이란다. 옛날 물자와 사람이 모이는 나룻터로, 정선 아리랑의 애절한 가사가 여기서 발생했다. 뗏목을 타고 가신 님을 기다리는 아낙의 이야기 말이다. 도로가 뚫리기 전에는 생기가 넘쳤을 테지만, 수로의 역할이 거의 사라진 지금은 고즈넉하다. 초승달 모양을 한 오작교와 널찍한 돌을 연결해 만든 돌다리를 드문드문 관광객들이 지나간다. 




선 구절리역과 아우라지역까지 폐선로에 만들어진 레일바이크는 계절마다 다른 풍경을 감상할 수 있어 사계절 내내 인기다. 


영차영차, 페달을 밟자 


그러고 보니 정선에서 아리랑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밀양과 진도에서 아리랑 얘기를 빼놓을 수 없듯이 말이다. 지역 사람들의 정선 아리랑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하다. 정선 어디에서나 아리랑의 곡절을 닮은 곡선 디자인이 가득하고, 심지어 관광열차 이름도 ‘정선 아리랑열차’가 아니던가. 

정선군에서 거주하는 관광가이드는 정선 아리랑을 구성지게 한 곡조 뽑아내고서는 ‘다른 지역의 아리랑과는 다른 깊은 애환 그리고 해학이 넘치는 가사가 있는 것이 정선 아리랑이다’라고 추켜세웠다. 듣고 보니 그렇다. 굽이굽이 고개를 넘어가는 듯 밀었다 당기는 곡조는 서글픈데도, 조용히 가사를 음미하다 보면 빙그레 웃게 만드는 신통방통함이 있다. 

예술적 영감을 받으려면 길에 나서야 한다. 레일바이크가 있으니 철로는 더 이상 기차의 것만은 아니다. 정선 구절리역에서 아우라지역까지 약 7.2km 구간의 레일바이크는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폐선로를 활용해 지난 2005년 6월 오픈했다. 국내 최초이자, 하이원추추파크 레일바이크(7.7km)가 2014년 오픈하기 전까지는 국내에서 가장 긴 레일바이크였다. 2인승과 4인승이 운영되는데, 사전에 전화나 온라인으로 예약하지 않으면 현장에서 티켓을 구하지 못할 정도로 인기란다. 쌀쌀한 가을 저녁에도 레일바이크를 타려는 사람이 줄을 섰다. 정선 송천계곡을 끼고 조금씩 속도를 내다보면 이 기찻길이 아니었다면 볼 수 없었을 진귀한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발자취 드물었을 숲 속의 고요함, 함빡 단풍 든 나무들이 만들어낸 터널 말이다. 더위와 추위에 상관없이 사계절 내내 인기가 있다는 설명은 충분히 납득가능했다. 레일바이크 노선을 따라 관광기차도 운행하니 참고하자. 




깊은 화암동굴 안으로 가파른 계단이 이어진다. 일제시대 이름을 떨치던 금광이었다는 화암동굴은 쓰라린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검증받은 정선의 미학을 느끼려면


정선은 석회암의 침식으로 만들어지는 카르스트 지형의 특징을 잘 간직한 지역이다. 고로 산세가 화려하고 풍경은 예측할 수 없으며, 기암괴석이나 동굴도 발견된다. 정선에 ‘화암8경’ 이라 부르는 8개의 경관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화암8경은 화암약수-거북바위-용마소-화암동굴-화표주-소금강-몰운대-광대곡을 아울러 말한다. 정선군 화암리 일대에 모여 있어 길을 따라가다 보면 쉽게 찾을 수 있다. 

그 중에서도 화암약수와 화암동굴의 명성이 높다. 화암약수는 철분과 탄산수가 포함된 약수로, 건강에 좋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화암약수는 약수터가 크게 두 곳인데, 위쪽에 화암약수가 그리고 아래쪽에 두 개의 약수물이 나오는 쌍약수가 있다. 탄산수를 마시는 듯 톡 쏘는 맛이다.

화암동굴로 간다. 강원도 지방기념물 33호로 지정된 화암동굴은 일제 시대 금광이었다. ‘천포광산’이란 이름을 썼다. 당시 국내 5위의 금광이었을 정도로 채굴이 활발했으나 지금은 금생산을 멈췄다. 실제로 금광이 성황을 이뤘을 때는 인근 계곡에서 사금채취도 가능했다고. 관광코스로 변모한 화암동굴은 총 1,803m 길이를 약 1시간30분 동안 둘러보게끔 디자인됐다. 국내 최초로 도입됐다는 모노레일을 타고 동굴 입구로 간다. 같은 땅이지만 동굴 속 세계는 무언가 다르고 신비로운 법. 조명으로 길을 밝힌 동굴 속을 차분히 걷다 보면 신비로운 세계에 빠져들게 된다. 기괴한 모습의 종유석과 석순, 광장처럼 넓은 공간 등 시시각각 모습이 다르다. 물론 과거 일제에 의해 금 채굴에 동원됐던 한국 사람들의 고통스러운 역사도 상기하게 된다. 

탁 트인 풍경을 감상하려면 병방치 스카이워크로 가야 한다. 해발 583m 높이에 투명한 강화유리 바닥을 사용한 병방치 스카이워크는 아찔한 높이감과 시원한 해방감이 동시에 느껴진다. 아래로는 한반도의 모양처럼 생겼다는 밤섬이 내려다 보인다. 최근에는 병방산 정상에서 짚와이어를 타고 내려가는 액티비티도 인기란다. 




정선장에서는 신선한 제철 나물과 지역 특산물인 더덕, 황기 등을 구입할 수 있다


돌돌 말은 메밀전병을 쏙


풍경을 한 가득 봤다면 북적이는 사람구경도 해야 한다. 5일 간격을 두고 장이 서는 정선 5일장은 그 규모와 품목의 다양함에 이미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온갖 산나물과 약초, 손맛이 그대로 살아있는 식당까지. 현대식으로 지붕을 얹어 사계절 날씨 상관없이 이용할 수 있는 정선 5일장은 좋은 물건을 찾아 헤매는 관광객들이 가득이다. 

찰기가 있어 탱탱함이 살아있는 콧등치기 국수

장에 왔으니 허기가 지는 것은 인지상정. 솔솔 메밀전병 부치는 냄새가 코를 자극하고 녹두소를 넣은 수수부꾸미가 빨간 자태로 유혹하니 애초에 이길 수 없는 싸움이다. 식당 밖에 전을 부치는 공간을 내어놓고 쉬지 않고 전을 부치는데 4가지 전이 기본이다. 메밀전병, 수수부꾸미, 매밀부침, 녹두전. 장터 내 음식점 대부분은 메뉴가 비슷하다. 찰기가 있어 후루룩 들이켜다 보면 콧등을 ‘탁’ 친다는 콧등치기 국수, 옥수수앙금으로 쑨 죽을 채에 내린 것이 올챙이를 닮았다는 올챙이국수, 그리고 곤드레나물밥이 그것이다. 음식은 수더분하고, 기교 없는 단순한 맛이 일품이다. 




이곳엔 꼭!


고향집의 정취, 옥산장 돌과이야기 

아우라지역이 있는 여량면에 있는 옥산장은 무어라 말해도 손색이 없는 곳이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2’에서 이곳 옥산장이 언급되기도 했다. 정체는 작은 여관이면서 토속음식점. 어느 것 하나 칭찬하지 않고는 못 배기겠다. 화장실과 침대방으로 구성된 옥산장 여관방은 들어서는 순간부터 푸근한 향이 베어나온다. 5성급 호텔과 비교할 필요가 있으랴, 뜨끈뜨끈한 바닥과 구석구석 꼼꼼히 매만진 품이 그대로 느껴지는 방 안은 그리웠던 고향집에 돌아온 듯 온 몸을 무장해제 시킨다. 식당에서는 정선에서 난 재료를 가지고 진수성찬이 차려진다. 삼삼한 밥에 곤드레나물을 얹어 한 입, 향기 피어오르는 더덕 무침을 한 입, 쫄깃쫄깃한 감자붕생이를 또 한 입. 김치나 계란찜 같이 익숙히 먹어왔던 반찬도 옥산장의 것은 편안하다. 



 

글·사진=차민경 기자 cham@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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