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국내여행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트래비 매거진 Dec 13. 2017

취향에 맞게 즐기는
'부산 & 창원'의 문화공간

우리는 하루에도 쉼 없이 무언가를 마신다. 
다양한 종류 중에서 나름의 취향을 찾게 되니  단순히 꿀꺽꿀꺽 마시던 시대는 저물어 간다.  
이제는 한 잔을 마시더라도 나의 방식대로,  나만의 감성으로 잔을 든다. 
그런 당신을 위한 문화 공간, 여기 있다. 
키스와이어 뮤지엄, 고려제강 기념관


부 산
와이어 공장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
키스와이어 뮤지엄(고려제강 기념관)


낡고 버려졌던 공장에 숨을 불어넣었다. 건물의 뼈대는 최대한 살리되, 공간 하나하나는 새롭게 꾸며 냈다. 정원을 가꾸고, 휴식 공간을 마련했다. 어느 곳에서든 따스한 햇볕을 받을 수 있고, 건물 구석구석에 숨겨진 작품을 감상하며 둘러볼 수도 있다. 핸드드립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카페와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는 서점도 들어섰다. 크래프트 맥주를 만드는 양조장과 그 옆으로 전통주를 체험해 볼 수 있는 매장이 공존한다. 때때로 공연을 하거나 영화를 상영하고, 다양한 전시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부산의 새로운 핫플레이스, F1963이다. 

공장에서 뜯어 낸 폐자재를 활용한 안내판

F1963은 Factory의 F와, 공장이 문을 열었던 1963년을 합성한 이름이다. 원래 이곳은 와이어를 생산했던 부산의 향토기업 고려제강의 수영공장이다. 1963년부터 약 45년간 이곳에서 와이어를 생산했는데, 2008년을 기점으로 역사의 한 조각이 되었다. 이후 고려제강의 저장 창고로만 쓰이다가 2014년 부산비엔날레 특별전을 진행한 것이 변화의 계기가 되었다. 2016년 부산비엔날레 전시장으로, 2017년부터는 아예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F1963 외관

F1963은 원재료로부터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자연과의 조화를 끌어내는 조병수 건축가의 작품이다. 세 개의 네모를 콘셉트로 해, 각 공간에 다채로운 테마를 집어넣기 위한 노력의 흔적이 엿보인다. 중정 ‘F1963 스퀘어’가 첫 번째 네모다. 흙바닥을 깔아 사람과 자연이 만나고 있음을, 시원하게 열린 천장은 하늘과 어우러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 공간에서는 소공연과 영화 상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고. 두 번째 네모는 중정을 둘러싸고 있는 건축물로 카페와 펍이 들어서 방문객에게 휴식을 선사한다. 이 모든 공간을 둘러싸고 있는 가장 큰 테두리가 바로 세 번째 네모다. 서점과 함께 앞으로 만들어질 전시장과 도서관 등을 배치해 여러 문화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이다.  

와이어만으로 나선형 데크를 지지하고 있다

공장의 옛 모습을 새롭게 구성한 철제 프레임 작품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F1963으로 들어서는 대문이다. 자동문을 두어 개쯤 열고 들어간 뒤, 다시 양쪽으로 난 계단 옆길을 따라 이동하면 비로소 중정에 다다른다. 사방으로 F1963의 공간이 차례로 자리한다. 

인터넷 서점 YES24의 플래그십 스토어
테라로사의 커피와 쿠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인터넷 서점 YES24의 플래그십 스토어. 무려 20만 권에 달하는 장서를 보유하고 손님을 맞이한다. 강릉을 기반으로 한 로스터리 카페 ‘테라로사’의 내부 공간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입구에서는 손몽주 작가의 와이어 작품이 방문객을 맞이하고, 공장에서 나온 폐자재와 기계 등을 곳곳에 배치해 테라로사 특유의 인테리어를 완성했다. 울산 전통주 양조장 ‘복순도가’가 운영하는 매장은 손 막걸리 시음과 판매를 하고 있어 한국적 즐거움을 느낄 수 있고, 전통 체코 맥주를 직접 만드는 양조장 ‘Praha993’에서는 유럽을 만날 수 있다. 

키스와이어 뮤지엄은 와이어만으로 건물 전체를 받치고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건물의 구석구석은 끊임없이 이어지는데, 건물을 빠져나오면 정원으로 꾸며진 공간과 마주하게 된다. 공장의 폐수 처리장이었던 곳은 작은 대나무 숲으로 울타리를 만들었고, 습지 식물이 자라는 휴식 장소로 변신했다. 뒤뜰과 온실은 계속 꾸밀 예정이라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곳. 리모델링 당시 나왔던 돌조각이나 트러스, 각종 폐자재는 디딤돌이나 의자, 안내 표지 등으로 재활용돼, F1963과 그 주변을 꾸미고 있다. 길은 대나무 숲으로, 다시 고려제강 기념관으로 향한다. 

F1963의 수련가든

고려제강 기념관은 기업의 정체성을 한껏 뽐낸 건물이다. 기둥 하나 없이 와이어만으로 건물 전체를 지지한다. 건물 한가운데 놓인 중심축에서 사방으로 뻗은 와이어가 나선형 데크를, 건물 외벽을 뚫고 나아가 바닥에 고정된 모습이 정말이지 독특하다. 홍보관과 기념관 등으로 활용되는 이 건물은 복도를 거니는 것만으로도 편안함이 느껴진다. 직선과 사선, 딱딱한 콘크리트로 외벽을 만들었음에도 연못과 잔디를 배치해 부드러운 이미지를 살려 낸 건축학적 미학이 돋보인다. 와이어 틈새로 들이친 햇볕이 자연스레 발끝에 내려앉는다.  


F1963 
주소: 부산광역시 수영구 구락로 123번길 20 
전화: 051 756 1963 
오픈: 업체마다 상이(웹사이트 참고) 
홈페이지: www.f1963.org 


키스와이어 뮤지엄(고려제강 기념관) 
주소: 부산광역시 수영구 구락로 141번길 63
전화:  051 760 2604 
오픈: 10:00~18:00(10:00/ 14:00/ 16:00 투어) 공휴일, 일요일 휴무  
관람정보 l 웹사이트에서 사전에 예약 필수  
*2017년 12월31일까지 <투명한 소리를 보다> 전시 관계로 별도 예약 없이 자유 관람(기념관 자료 없음) 
홈페이지: www.kiswiremuseum.com 




창 원
세계의 술이 한자리에 
굿데이 뮤지엄
세계 각지의 술을 한자리에서 구경할 수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750여 년 전, 동아시아를 정복한 원나라는 일본 열도를 침공하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대규모 군대를 한반도 남부에 결집하고 원정을 준비했다. 이때 군사들과 말에게 먹일 식수가 부족해지자, 우물을 파기에 이른다. 이들이 파낸 우물 중에서도 유독 맛이 좋은 곳이 있었는데, 사람들은 이 우물을 ‘몽고정’이라 불렀다. 마을 사람들은 원나라군이 물러간 후에도 이 우물을 이용하여 밥을 짓고, 간장을 담갔으며, 술을 빚었다. 지금의 마산이다. 

굿데이 뮤지엄 전경

마산의 술이 더욱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일제강점기 때부터였다. 마산포 개항 이후 이곳에 들어온 일본인들이 좋은 물과 날씨, 영남 지역의 드넓은 평야 지대를 두고 술을 빚는 양조장을 만드는 데 최고의 입지라고 생각했던 것. 물자가 오가는 항구까지 갖추고 있어 많은 이들이 마산을 찾았고, 요식업과 숙박업이 발달하면서 자연스레 술의 소비량도 급격히 늘었다. 봄이면 대곡천을 따라 벚꽃이 피고, 사시사철 아름다운 마산만이 드넓게 펼쳐지니 어찌 술맛이 나지 않을 수 있으랴. 1930년대 말에는 마산 지역의 경제를 양조 업자들이 주도했을 정도라니, 주향酒鄕 마산이라 불릴 만하다.  

술과 장으로 유명한 항구도시 마산의 옛 풍경을 되살린‘재현전시관’

‘좋은데이’ 등 경남 지역 소주로 친숙한 주조회사 ‘무학’의 시작도 마산이었다. 맛 좋은 물과 풍부한 원재료를 바탕으로 청주와 소주 등을 생산하던 소화주류공업사가 그 시초였다. 정부 정책에 따라서 경남 지역의 주조 업체 여럿을 통합해서 현재의 무학에 이른 것. 회사 이름을 딴 소주를 생산하다가 1995년 ‘화이트’ 브랜드를 출시했다. 당시 알코올 도수 25%가 대세였던 시장에서 23% 소주를 출시함으로써 낮은 도수 경쟁에 불을 붙인 기념비적인 사건이라고. 현재는 2006년 출시한 소주, 좋은데이가 무학을 대표한다.

무학의 옛 로고를 그려 넣은 장식품

좋은데이와 화이트를 주로 생산하는 공장은 경상남도 창원시 마산합포구에 자리한다. 물맛 좋은 곳에서 좋은 술이 난다고 했던가. 이곳에서 생산하는 좋은데이는 경남 지역의 대표 소주를 넘어 전국적으로도 그 명성이 자자하다. 공장 바로 옆으로는 굿데이 뮤지엄이라는 이름의 건물이 자리를 잡았다. 2015년에 무학에서 개관한 세계주류박물관이다. 굿데이 뮤지엄 웹사이트를 통해 예약하면 공장 견학과 함께 박물관도 둘러볼 수 있다.  

무학의 소주를 시대 순으로 전시하고 있다

예약한 시간에 큐레이터가 관람객을 맞이하고, 위생 덧신을 신고 공장 내 브릿지 위를 걸으며 소주 생산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병을 세척하고 소주를 주입한 뒤 포장하는 전 과정이 브릿지 아래에서 펼쳐진다. 순식간에 한 병의 소주가 탄생하는 과정이 꽤 흥미롭다. 그동안 즐기기만 했던 소주의 탄생이 눈앞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감각적으로 놓여 있는 코르크 마개가 예술작품 같다

공장 견학 후에는 다시 전시관으로 이동한다. 세계 각지의 술을 지역별로 모아 전시한 세계 술 테마관을 시작으로 술 문화관, 소주 문화관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세계 술 테마관은 3,300여 종에 달하는 술을 전시하고 있다. 아쉽게도 마셔 볼 수는 없지만, 관람객 중 일부는 저마다 자신이 얼마나 많은 종류의 술을 먹었는지 내기하기도 한다고. 익숙한 술도, 난생처음 접하는 술도 눈에 띈다. 지역별 특성이나 민족의 성향에 따라 술의 생성 과정, 술병의 모양 등도 천차만별이다. 세계에서 제일 비싸다는 ‘루이 13세’, 영혼을 증류해 가장 독하다는 ‘스피리터스’ 등이 인상적이다. 큐레이터의 설명과 함께하니, 시간 가는 줄도 모를 지경.  

술 문화관과 소주 문화관에서는 술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비롯해 소주가 국민적인 인기를 끌게 된 배경도 설명한다. 전시는 재현전시관으로 이어진다. 주향 마산의 역사가 고스란히 드러난 마산의 1970년대 풍경을 재현해 두었다. 무학양조장의 옛 모습에서, 대폿집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며 옛 추억을 되새기는 이도, 마치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를 현실 세계에서 마주한 듯한 표정을 짓는 이도 있다. 박물관을 운영하는 무학의 역사, 회사 소개 등을 전시한 무학의 전당을 마지막으로 굿데이 뮤지엄의 모든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전시관을 나오면서 시음도 할 수 있으니 빠뜨리지 말자.  

굿데이 뮤지엄 
주소: 경상남도 창원시 마산회원구 봉암공단2길 22 
전화:  070 7576 2017 
견학 정보 | 전화 또는 웹사이트에서 예약 
견학 시간: 1차 견학 10:00/ 2차 견학 14:00/ 3차 견학 16:00 
홈페이지: www.gooddaymuseum.co.kr



글 김정흠  사진 전용언 기자  에디터 이성균 기자
취재협조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매거진의 이전글 관심 집중, 정선의 매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