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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비 매거진 Dec 27. 2017

울산하고도 울주군,
옹기종기 재미난 4색 매력

외고산 옹기마을

서울에서도 생각보다 멀지 않다. 
아침 일찍 움직이면 당일치기로도 여행할 수 있다.

울산하고도 울주는 낯설지 않다
한반도에서 해가 제일 먼저 뜬다는 간절곶은 새해 다짐을 담기에 딱 좋은 선택이다.

옹기 마을에선 전통가마체험을 하고 우리나라 3대 불고기라는 언양불고기와 
신선한 크래프트 비어는 덤이다.

어릴 적 살던 집 안마당에는 검붉은 옹기 여러 기가 늘어서 있었다몇 기는 텃밭 한구석에 묻어두기도 했던 것 같다된장이나 간장젓갈 등의 조미료김치가 들어있던 옹기도 있었다그 무거운 옹기들을 옮기기라도 할라치면 집에 있던 장정 여럿이 나서야 했고어린 나이에 힘을 보태겠다고 나서다 혼이 난 기억도 있다친구들과 공놀이를 하다가 깨 먹은 뚜껑만 해도 네댓 개쯤은 되었을 터그래서인지 어머니는 일주일에 한 번쯤 우리 동네를 찾았던 옹기 상인에게 종종 뚜껑을 구매하곤 했다지금에야 김치냉장고가 옹기들을 대신한다지만 여전히 어머니는 옹기를 버리지 못하셨다그래도 간장을 담그기에는 제일 좋다면서


14번 국도를 따라 온양읍에 들어서면문 앞에 옹기 수십 기를 진열해 놓은 상점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전통 옹기의 명성이 옛날 같지 않다지만이곳에서는 여전히 많은 이들이 옹기를 빚어 판매한다마을 전체가 옹기를 전문으로 하는 매장이자 갤러리인 셈이다국내 유일의 옹기 집산촌인 외고산 옹기마을이다울산은 물론우리나라에서도 가장 큰 옹기 생산지로 꼽히는 곳이다전국 옹기 생산량의 절반 이상이 이곳 외고산 옹기마을에서 나올 정도라니 그 규모가 상당하다.





외고산 옹기마을의 시작


때는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영덕 지역에서 옹기점을 운영했던 허덕만 선생이 외고산 일대에 옹기를 굽기 위한 가마를 만든 것이 마을의 시작이다당시 개량형 가마(칸 가마)를 개발해 보급하는 데 앞장섰던 허덕만 선생이 외고산 일대를 둘러보고는 가마를 짓는 데 가장 적합한 곳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외고산의 경사와 함께 이 지역에서 나는 흙의 높은 내화성(높은 온도를 견디는 성질열에 대한 저항성)이 주된 이유였다고온양(溫陽)이라는 지명답게 따뜻한 기후와 높은 일조량이 한몫했던 것은 물론이다


허덕만 선생이 외고산 일대에 자리를 잡은 이후 이곳에서 본격적으로 옹기 생산이 이루어졌다마침 6·25전쟁의 여파로 집에 가재도구를 버려둔 채 부산으로 내려와 살았던 이들에게 옹기는 필수품이었다근처에 있는 남창역울산의 주요 포구 등은 옹기를 실어 나르는 데 적합하기도 했다이 마을에서 생산된 옹기는 남창역을 통해 전국으로해안에 자리한 포구를 통해 해외로도 퍼져 나갔다. 196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는 외고산 옹기마을의 전성기이기도 했다전국 각지에서 350여 명의 옹기 장인과 도공이 이곳에 모여들었을 정도. 1980년대에 이르러서는 해외의 도예가들이 방문해 기술을 배우기도 했단다플라스틱 그릇 등의 보급으로 예전과 같은 전성기는 아니지만여전히 많은 이들이 이곳에서 자신의 작품에 영혼을 불어넣고 있다현재 7명의 옹기 장인과 40여 명의 도공이 이곳에서 옹기를 생산하고 있다





옹기와 마주하다


외고산 옹기마을에서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울산옹기박물관이다. 1천여 점의 옹기 유물을 소장하고 있는 이곳에서는 옹기의 역사와 제작 과정지역과 용도에 따라 달라지는 옹기의 모양 등을 살펴볼 수 있다. 1층의 상설전시관과 2층의 기획전시관이 운영되고 있는 곳문을 열고 들어서면 한눈에 쉬이 담기 어려운 크기의 초대형 옹기가 관람객을 맞이한다기네스북에도 등재된 세계 최대 크기의 옹기다물론 쉽지는 않았다제작 중이던 옹기에 금이 가거나 깨지기도 하고 가마 자체가 무너져 내린 적도 있었다5전 6기의도전 끝에 지난 2010년 제작에 성공한 이 옹기에 외고산 옹기마을 장인들의 혼과 피땀 어린 노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단순히 항아리 정도로만 생각했다면 꽤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는 옹기의 쓰임도 확인할 수 있다음식 저장부터 발효와 숙성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나라의 음식 문화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화로나 문방 용품으로도 사용했다는 사실이 인상적이다지역별로 차이를 보이는 형태와 문양재료 등을 비교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최근 들어 실용성과 예술성을 모두 담아 제작하는 오르골이나 장식품 등도 눈에 띈다마을에 있는 옹기 장인들의 작품도 한쪽에 전시되어 있다
  




장인의 손길을 만나다


옹기장 허진규 님

울산옹기박물관을 나와 마을을 둘러보았다. 곳곳에 마련된 포토존에서는 방문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마을을 꾸며 놓은 작은 장식 하나하나까지도 전부 전통 방식으로 만든 옹기를 활용한 것들. 대형 가마 여러 기를 마을 구석구석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옹기를 빚고 있는 장인의 모습도 지켜볼 수 있다. 

작은 옹기 형태의 장식품이 항아리 사이에 진열된 모습을 볼 때마다 구매 욕구가 솟구쳤다. 카페에서는 아기자기한 형태의 옹기가 현대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모습을 마주할 수 있다. 옹기를 소재로 한 테마 공원을 거닐고 있는 듯했다. 옹기장마다 특징이나 작품 스타일 등에 따라 각기 다른 옹기의 모양새도 관람 포인트. 특별한 행사가 있는 날이면 옹기장의 시연을 관람할 수도 있단다. 




직접 만드는 옹기


외고산 옹기마을에서는 옹기를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한다마을에 있는 옹기 아카데미에서 아이들을 위한 흙놀이와 도예체험 등을 진행하고 있다옹기의 주된 재료인 흙으로 옹기를 빚어 제출하면 가마에 구워서 집으로 배송해주는 방식이다매년 5월 펼쳐지는 울산옹기축제에서는 기본 체험과 함께 옹기 장인들의 제작 시연옹기 물레 체험 등도 가능하다.


지난 10월에는 옹기가마 체험캠프도 있었다‘한국 옹기의 현재와 미래라는 주제로 진행된 캠프에서는 전통 가마로 옹기를 만드는 전 과정을 직접 체험하는 기회가 있었다그 밖에도 외고산 옹기마을에서는 전통 옹기가마 무료 소성옹기타렴학교 운영 등 전통 옹기를 알리기 위한 여러 활동을 수시로 진행하고 있다


외고산 옹기마을
위치울산광역시 울주군 온양읍 외고산 3길 36
문의전화052-237-7894(울산옹기박물관) / 052-237-7893(옹기아카데미)
웹사이트http://onggi.ulju.ulsan.kr
박물관 관람시간: 09:00~18:00 (입장가능시간 17:20까지)
박물관 휴관일: 1월 1일 설날추석 당일 매주 월요일 공휴일 관리운영상 정하는 휴관일
박물관 관람요금무료
옹기 아카데미 체험 프로그램 요금: 1인 7,000원 (방문 전 전화 문의 및 예약 필수)




우리나라 3대 불고기 ‘언양불고기’

울주군은 서울과 부산, 그리고 울산의 바다를 잇는 과거 울산 지역의 교통 중심지였다. 철도와 경부고속도로가 지나는 것도 다 그 때문이었다고. 그 덕분이었을까. 50년대부터 언양읍 일대에는 우시장과 도축장이 크게 열렸단다. 언양불고기의 시작은 그때부터였다. 거기서 나온 소고기를 다지고 양념한 뒤 숯불에 구워냈던 것이 오늘날의 언양불고기다. 울주를 거쳐 다른 지역으로 오가는 이들, 자수정 광산들의 광부들이 즐겨 찾으며 불고기 전문점이 늘었다. 옹기 체험만으로 아쉽다면 간장 양념과 진한 숯불 향이 가득한 불고기 한 접시를 꼭 한 번 맛보도록. 참고로 한우의 육질이 뛰어나기로 유명한 언양과 봉계는 이들 지역의 불고기 맛을 타 지역에 알리기 위해 격년제로 10월에 한우 불고기 축제도 개최하고 있으니 가을에 여행을 계획한다면 참고하는 것도 좋다.


언양봉계불고기 축제
기간: 매년 10월경 
장소: 울산광역시 울주군 언양읍/ 두동면 봉계리(격년 개최) 
주최/주관기관 울산광역시 울주군 언양/봉계 한우불고기단지 축제추진위원회 
문의처 (052)229-8561~8564

http://etc.ulju.ulsan.kr/bulgogi/




로마엔 트레비, 울산엔 트레비어 TREVIER

 

울주를 여행한다면 찾아야 할 곳이 하나 더 있다. 유럽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이국적인 느낌의 외관으로 눈길을 끄는 ‘트레비어’가 이곳 울산에 있다. 로마의 트레비 분수처럼 또다시 찾고 싶은 명소로 만들겠다는 포부로 2003년 오픈한 트레비어는 총 아홉 가지 스타일의 맥주를 자체 양조해 전국에 유통하고 있다. 
그중 꼭 마셔 봐야 할 메뉴는 호피 라거Hoppy Lager(ABV* 5.0% IBU* 30). 익숙한 라거 맥주에 드라이 홉핑*을 더했는데, 은은하게 머금은 솔 향과 꽃 향이 한 모금 마시는 순간부터 훅 느껴진다. 평소 크래프트 비어를 많이 접해 본 당신이라면 세종Saison*(ABV 5.0% IBU 5.4)을 추천한다. 정통적인 세종 본연의 맛을 구현해 목 넘김이 가볍고 깔끔하면서도 새콤한 맛까지 느껴진다. 트레비어는 곧 울산 대표 맥주의 자부심을 담아 장현에서 나는 딸기를 활용해 맥주를 양조할 계획이라고. 더군다나 여름휴가로 울산역을 찾는 기차 여행객들을 위해 역사 내 직매장 오픈과 브루어리 투어도 계획 중이라고 하니, 기대가 만발한다. 브루어리를 방문하면 맥주잔과 그라울러를 기념품으로 구입할 수 있고, 맥주를 페트병에 포장해 갈 수도 있다.

트레비어
주소: 울산광역시 울주군 언양읍 반구대로 1305
전화: 080 225 1110
오픈: 월~토요일 09:30~19:00, 일요일 10:00~19:00

*ABV│‘Alcohol By Volume’의 줄임말로, 맥주의 알코올 도수를 나타낸다.
*IBU│‘International Bittering Units’의 줄임말로, 맥주의 쓴 정도를 나타내는 단위다.
*드라이 홉핑│홉핑은 맥즙에 홉을 첨가하는 작업이며, 드라이 홉핑은 완제 전 다시 한 번 홉을 첨가하는 작업을 말한다. 열을 가하지 않고 신선한 홉의 향을 마지막에 끌어내 신선하면서도 청량한 홉의 향을 구현한다.
*세종│벨기에 농부들이 농번기 여름에 주로 마시던 맥주. 밝고 화사한 노란 색상이 특징이다.




간절히 기도하면 소원이 이루어진다

울산의 남쪽 끝, 동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탁 트인 바다가 모습을 드러낸다. 간절곶이다. 예부터 먼 바다로 조업을 나간 어부들이 이곳의 절벽을 보며 간짓대(긴 대나무로 만든 장대)라고 불렀던 것이 그 이름의 유래. 지금은 간절히 기도하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뜻과도 묘하게 연결되는 덕에 해돋이 명소로도 알려졌다. 새해 첫날 울릉도와 독도를 제외하고 우리나라에서 해가 가장 빨리 뜨는 곳이다. 등대 옆에 있는 거대한 소망우체통은 1년 후에 배달해주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간절곶

울산광역시 울주군 서생면 대송리



 글 = 김정흠, 오윤희 / 사진 = 김정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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