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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비 매거진 Mar 29. 2018

현지인에게 직접 추천 받아 찾아간
오사카 맛집 4

오사카가 식상하다면 난바와 우메다는 잊어라. 
관광객 틈에서 한발만 내밀면 미처 몰랐던 오사카가 있다.

현지인에게 알음알음 소개 받은 오사카 숨은 맛집 4곳을 찾아 갔다.
모던한 분위기가 인상적인 소셜 잇 어웨이크


오물오물 오사카 오므라이스
소셜 잇 어웨이크(Social Eat Awake)


일본의 대도시에는 웅장한 근대 건축물이 지역의 상징인 경우가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역을 본떠 만든 도쿄역과 빨간 벽돌 벽으로 치장한 삿포로의 아카렌가 건물 등이 시간의 멋을 덧입은 건축물이다. 이런 건물들을 바라보며 걷는 것도 일본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이다.
 

오사카 중앙공회당


그런 의미로 볼 때 오사카의 번영과 시민의 긍지가 담겨 있는 오사카 중앙공회당(大阪市中央公会堂)은 꼭 들러야 할 명소다. 오사카 중앙공회당은 1911년 주식 중개로 돈을 번 이와모토 에이노스케(岩本栄之助)가 오사카 시민들의 문화 공간 마련을 위해 내놓은 100만엔을 기반으로 한다.
 
그 후 1913년부터 1918년까지 총 5년 4개월간, 18만명을 동원해 완공했다. 그러나 이와모토 에이노스케는 1916년 주식 대폭락으로 큰 손해를 입어 건물의 완공을 보지 못한 채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이런 배경 때문일까. 건물의 웅장함에도 그 이면에는 구슬픈 인생사가 묻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의 바람처럼 오사카 중앙공회당은 현재 시민들이 이용하는 문화공간으로, 소셜 잇 어웨이크와 같은 세련된 식당에서는 맛있는 음식으로 시민들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소셜 잇 어웨이크는 감각적인 조명과 가구, 쇼파 좌석 등을 배치한 캐주얼 식당이다. 편안한 분위기라고 음식까지 가볍지는 않다. 


미슐랭 스타 셰프인 요네무라 마사야스씨가 요리를 감수했으며 데미그라스 소스의 오므라이스와 전채, 메인이 나오는 2코스 런치가 인기다. 선선한 날에는 야외 테라스 좌석에서 다양한 음료와 작은 요리도 즐길 수 있다.  

프랑스식 햄인 테린과 샐러드


음식 종류만 보고 젊은 사람들만 온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점심시간에는 남녀노소 구분 없이 몰려오는데 특히 나이 지긋한 어른들이 눈에 띈다. 20세기에 학교를 다닌 그들에게 카레와 오므라이스는 흰밥 위에 계란 프라이와 햄이 올라간 우리의 도시락과 비견될 정도로 애정이 깊은 음식이라고. 일본 어른들에게 오므라이스는 어릴 적 추억을 상기시키는 소울푸드인 셈이다. 

오므라이스는 일본 중년들에게 소울푸드다


오므라이스는 밥 위에 넓은 계란 옷을 얹고, 쇠고기의 맛이 진하게 밴 데미그라스 소스를 넉넉히 부어 낸다. 이런 오므라이스를 제대로 즐기려면 한 스푼 크게 떠서 입에 가득 넣고 천천히 씹으며 소스와 계란의 풍미를 충분히 음미해야 한다. 

간단한 음료를 즐길 수 있는 바도 있다

주소: B1F 1-1-27 Nakanoshima, Kita-ku, Osaka-shi, Osaka-fu  
전화: +81 06 6233 9660  
오픈: 월~금요일 런치 11:30~15:00 / 디너 17:30~22:00, 주말·공휴일 런치 11:00~15:00 / 디너 17:30~22:00, 4번째 화요일 휴무(비정기 휴무 있음)  
가격: 오므라이스 1,250엔, 2코스 런치 1,600엔, 3코스 런치 2,300엔, 크림소다 380엔  
홈페이지: www.nakanoshima-social-eat-awake.jp


글 TAN  사진 Raycat




이탈리아를 만난 오코노미야끼
오코노미 텟판 세가와
(Okonomi Teppan 瀬川)


토마토 소스, 바질 페스토, 오징어 먹물, 카르파치오(Carpaccio) 하면 무엇이 먼저 떠오를까. 많은 사람들이 이탈리아 요리를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이곳은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아니라 오코노미야끼, 야끼소바 등의 철판요리 전문점 텟판 세가와(鉄板瀬川)다. 

텟판 세가와의 요리는 이색적이지만 일본의 맛이 살아 있다


우리가 흔히 알던 간장 소스의 오코노미야끼부터 토마토 소스 오코노미야끼까지 색다르고 다양한 맛을 접할 수 있다. 야끼소바 소스, 간장 소스, 샐러드 드레싱, 토마토 소스 등 모두 시판 제품이 아니라 주인장의 손을 거치는 것도 자랑거리다. 모든 소스를 직접 만들기 때문에 재료가 소진되면 일찍 문을 닫으니 예약을 하는 것이 안전하다. 당일 예약이 가능하고, 대관을 통해 단체 모임도 할 수 있으며, 메뉴판에 일어와 영어로 표기돼 있어 여행객도 어렵지 않게 주문할 수 있다.  

와사비와 간장은 잠시 잊고 카르파치오를 즐겨 보자


전채로는 광어 카르파치오를 추천한다. 간장과 와사비는 잠시 잊고 올리브오일과 새콤한 맛의 소스로 입맛을 한껏 돋운다. 여기에 시원한 생맥주와 일본 소주 한 모금이면 하루의 고단함이 싹 가신다. 다음으로는 이 집의 두 번째 명물 이까노스미 소스 야끼소바다. 오징어 먹물을 활용한 야끼소바로 파스타와 야끼소바 중간의 맛을 내는데 이질감 없이 기가 막힌 맛으로 혀를 농락한다.
 

프레시 토마토 치즈 오코노미야끼와 오징어먹물 야끼소바가 인기메뉴


메인으로 위풍당당하게 등장하는 NO.1 인기 메뉴 프레시 토마토 치즈 오코노미야끼는 신선한 재료를 아낌없이 사용한 수제 토마토 소스와 바질 페스토, 치즈 등의 토핑을 얹은 퓨전 오코노미야끼다. 생소하지만 맛을 보면 이 조합에 수긍이 간다.
 
이탈리아 스타일의 요리지만 일본의 색채가 없는 것도 아니다. 무엇 때문일까. 그 이유는 모든 음식에 오사카 식문화의 중심인 다시(육수)가 들어간다고. 또 이 다시를 만드는 데 3일이나 걸릴 정도로 공을 들인다고 한다. 음식 맛을 보고 나니 큰 이익을 남기는 것보다 좋은 재료를 이용해 손님이 맛있게 먹는 모습이 더 보고 싶다는 주인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주소: 3 Chome-1-23 Daikoku, Naniwa-ku, Osaka-shi, Osaka-fu  
전화: +81 06 6632 0013  
오픈: 월·수~일요일 17:00~22:00  
가격: 프레시 토마토 치즈 오코노미야끼 1,380엔 이카노스미소스 야키소바 1,380엔, 야끼메시 1,030엔, 생맥주 500엔, 니혼주 1합 850엔  
홈페이지: ameblo.jp/teppan-segawa
 
글 이성균 기자  사진 Photographer 유운상




20세기 초 오사카 상류층의 양식
가스비루 쇼쿠도(ガスビル食堂)


에도시대, 동서를 잇는 중개교역으로 번영을 이룬 오사카는 이미 17세기경에 인구 40만이 넘는 거대 도시로 성장했다. 또한 19세기 중엽에는 지역 경제와 사회, 산업, 문화가 번영하면서 일본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덕분에 오사카의 경제를 지탱해 온 요도가와 나카노시마 주변에는 옛 모습의 근대적 건축물이 현재까지 남아 있으며 이들 중 일부는 레스토랑이나 카페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1897년 창립한 오사카 가스회사의 건물인 가스비루(가스빌딩)ガスビル 8층에는 가스비루 쇼쿠도라는 식당이 자리한다. 이곳은 1933년에 영업을 시작해 오사카 시민들에게 서양의 식문화를 소개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클래식함이 돋보이는 가스비루 쇼쿠도의 내부


가스비루 쇼쿠도는 지금까지도 지역 상류층이 즐겨 찾는 명소로 가격대가 높은 편이다. 식당으로 가는 전용 엘리베이터가 따로 있을 정도. 8층에 도착하면 고급 양식당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응접실과 절도가 몸에 밴 직원들이 등장해 혼마치 시내 전경이 내려다보이는 창가 자리로 안내한다.
 


런치 타임에는 디너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수준 높은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주 메뉴는 그리스 가정식을 본떠 만든 무사카와 카레라이스, 새우 그라탕 도리야와 전채, 메인, 디저트가 나오는 3코스 런치 등이 있다. 

그리스 가정식을 본떠 만든 무사카


특히 데미그라스 소스와 으깬 감자, 쇠고기, 각종 채소가 들어간 무사카는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음식이 아니라서 꼭 한 번 먹어 볼 만하다. 취향에 따라 밥이나 빵을 추가해 즐길 수 있다. 물론 무사카만 먹어도 상관없지만 음식 자체에 염도가 높고, 버터가 한껏 들어간 전형적인 서양 음식이라 탄수화물과 곁들여 먹어야 맛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 

쇠고기의 깊은 맛이 한껏 배인 카레라이스


카레라이스는 데미그라스 소스를 기본으로 진한 걸쭉함을 자랑하는데 이는 옛 카레의 맛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곳의 카레라이스는 젊은 사람들에게는 과거와의 만남을, 중·장년층에게는 과거의 향수를 흠뻑 느끼게 하는 메뉴다. 

가스비루 쇼쿠도는 가격대가 높고, 10%의 봉사료가 추가되지만 식문화에 관심이 많고, 20세기 초 오사카 상류층이 즐기던 맛의 풍미를 느끼고 싶다면 이만한 곳도 없다. 
 

소품 하나도 신경을 쓴 티가 난다


주소: 8F Minamikan 4-1-2 Gas Building Hiranomachi, Chou-ku, Osaka-shi, Osaka-fu  
전화: +81 06 6231 0901  
오픈: 11:30~20:30(런치 11:30~14:30), 토·일요일 및 연말연시 휴무  
가격: 무사카 2,160엔(빵, 라이스 추가 324엔), 비프카레 1,944엔, 새우도리야 1,512엔, 런치코스 2,700엔  
홈페이지: osakagas.co.jp


글 TAN  사진 이성균 기자




동네 골목으로 들어 온 호텔 셰프
카페 드 가모욘 
(カフェ ド ガモヨン)

 
삼삼오오 모여 귀가하는 초등학생, 장을 보는 아주머니들이 있는 소박한 동네인 조토구 가모지역에는 평범하고, 차분한 풍경이 남아 있다. 이곳에 어르신들도 찾아와 커피 한 잔 마시고 가는 주민들의 사랑방, 카페 드 가모욘이 있다. 그리스 산토리니를 연상시킬 만큼 파랗고 하얀 외관은 새로 생긴 카페처럼 보이지만 이곳은 80년이 넘은 주택을 개조해 2001년에 오픈한 동네 터줏대감 같은 곳이다. 일상에서 힘들었던 것들을 털어 내고, 모든 근심을 씻어 내 줄 것만 같은 편안한 분위기가 실내를 감싸고 있다. 

파랑과 흰색이 조화를 이룬 카페 드 가모욘


특히 바쁜 와중에도 밝고 싹싹한 여종업원과 터프하지만 말 한마디에서 따스함이 묻어나는 사장님이 진짜 주인공이다. 이곳의 주인인 타마키 토모상은 오사카에서 제과 전문학교를 졸업하고, 나카노시마 리가로얄 호텔에서 근무하는 등 경력을 쌓고 카페 드 가모욘을 오픈했다. 그 덕분에 작은 카페임에도 상당한 종류의 음식과 디저트를 준비함은 물론 결코 허투루 내지 않는다.


토모상은 우리에게 카페로 변하기 전의 모습이 담긴 스크랩을 보여주며 건물과 관련된 에피소드와 카페에서 벌어지는 평범한 일상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녀는 “우리 카페는 그냥 카페가 아니라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는 장으로도 활용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특히 크고 작은 지역 공동체 행사가 열릴 때는 종종 이 카페를 대관해 행사를 진행한다고. 단순한 카페를 넘어서 지역 주민들과 함께 호흡하는 카페 드 가모욘의 푸근한 분위기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메뉴판을 들여다보니 수제 햄버거, 가모욘 특제 함박스테이크, 가모욘 플레이트, 카페 나폴리탄 등 다양한 요리와 사이폰 커피, 믹스 주스, 딸기케이크, 티라미수 등 달콤한 디저트가 눈에 들어왔다. 가게 분위기만큼 앙증맞게 나온 음식들은 가성비가 훌륭하고, 각각 요리의 맛도 좋아 감탄사를 자아낸다. 디저트로 나온 깊은 향이 매력적인 사이폰 커피와 티라미수 케이크는 누가 먹어도 박수 칠 정도다. 

가게를 가득 채운 아기자기한 소품


주소: 4-20-4 Gamo Joto-ku, Osaka-shi, Osaka-fu  
전화: +81 06 6167 4204  
오픈: 월~목요일 11:00~18:30, 금요일 11:00~22:00, 토요일 09:00~22:00, 일요일 휴무(비정기 휴무 있음)  
가격: 수제 햄버거 900엔, 가모욘 플레이트 1,200엔, 가모욘 특제 카레 1,200엔, 카레 나폴리탄 980엔, 사이폰 커피 500엔, 진저밀크 600엔  
홈페이지: www.cafedegamoyon.com
 
글 TAN 사진 Raycat

취재협조 오사카관광국 osaka-info.jp/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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