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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비 매거진 Mar 24. 2017

익숙한 남자와 낯선 부산 산책

흰여울문화마을 안내소의 창문으로 보이는 평화로운 바다


서울에선 아직 겨울이 끝나려면 먼 줄 알았는데, 부산에 오니 이미 봄이 눈앞에 있다. 

봄날, 부산 남자가 추천하는 산책길 세 곳.


절영해안산책로는 부산에서 바다와 가장 가깝게 걸을 수 있는 길이다
바다와 가장 가까운 길
절영해안산책로 & 흰여울길

절영해안산책로는 바다와 연결되어 있다고 해도 될 정도로 바다와 가깝다. 길 옆에 크고 작은 까만 바닷돌들이 널려 있고 그 다음은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다. 파도가 거의 없이 아주 잔잔한 바다가 더없이 평화롭다. 해녀들은 군데군데 돗자리를 펼쳐 놓고 싱싱한 해물과 초록병에 든 술을 팔고 있었다. 

  

바다를 따라 절영해안산책로를 300m 정도 걸으면 흰여울 문화마을로 올라가는 가파른 계단이 나온다. 그 계단부터는 온전히 흰여울길이다. 봉래산 중턱에 자리한 흰여울 문화마을은 900여 명의 주민들이 삶을 꾸려 가고 있는 곳이다. 지극히도 소박한 그들의 삶과 대비되게 마을에서 내려다보이는 바다 전망은 몹시도 화려하다. 오후 네 시쯤이었던가. 먼 바다에서 해가 뉘엿이 눕기 시작하자 바다가 온통 금빛으로 반짝였다. 눈이 호강한다는 표현은 이런 순간에 쓰는 것이다.


(좌)영화 <변호인>의 촬영지였던 작은 집. 당시 엔 빈집이었지만 이제 흰여울 문화마을 안내소가 됐다 (우) 흰여울길 중간에 자리 한 ‘점빵’


info

찾아가기 : 절영해안산책로 입구는 부산광역시 영도구 영선동 4가에 있다. 여기서부터 바다를 따라 300m 정도 걸으면 흰여울 문화마을로 올라가는 계단이 나온다.

소요시간 : 절영해안산책로 입구에서 흰여울길 끝까지 여유롭게 왕복 1시간30분

절영해안산책로입구

부산광역시 영도구 영선동4가



기차가 다닐 적엔 많이 시끄럽지 않았을까? 기찻길 바로 옆에 작은 집들이 줄지어 서 있다
바다가 보이는 기찻길
미포~청사포 동해남부선 철길

바다가 보이는 기찻길. 다른 설명 없이도 그냥 걷고 싶은 길이다. 부산에 가면 해운대가 보이는 기찻길을 걸을 수 있다. 2015년 3월부터 일반인에게 개방된 해운대 미포~청사포 동해남부선 폐선 철길이다. “여기가 진짜 예쁜 길이지! 근데 부산 사람 중에도 아직 이런 게 생겼는지 모르는 사람 많다고.” 

  

호언장담하며 앞장선 부산 남자를 따라 해운대 미포부터 시작된 철길을 걸었다. 조용한 철길 위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기차가 달렸던 시간 동안 레일을 단단히 고정시키는 역할을 해냈을 나무침목은 이제 사람들의 발 디딤대 역할을 해내고 있다. 기찻길의 자갈이 걸음을 느리게 만들었지만 그래서 더 산책다웠다. 

  

어느 정도 걷다 보니 오른쪽에 파란 바다가 나타났다. 저 멀리 광안대교도 보였다. 기차를 타고 달렸다면 너무 빨리 지나가 버려 아쉬웠을 만큼 멋진 풍경이다. 걸어가기 때문에 원하는 만큼 오랫동안 서서 바다를 감상할 수 있다. 파도 소리와 자갈 밟는 소리만 들리는 길. 아주 천천히 여유롭게 걸어도 1시간이 채 안 걸리는, 부담 없는 길이다.

(좌)철길을 따라 걷다 보면 ‘달맞이재’라는 이름의 작은 터널을 만난다 (우)철길을 걷는 동안 이렇게 바다가 보인다


info

찾아가기 : 해운대 ‘달맞이모텔(부산광역시 해운대구 달맞이길 62번길 11)’을 찾아가면 바로 옆에 미포 철길 시작점이 있다. 주차가 필요할 경우 ‘문탠로드 공영주차장(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중동 974-1)’에 하면 편하다.

소요시간 : 미포에서 청사포까지 편도 약 50분

참고하기 : 철길 산책로에는 화장실이 없으니 미리 다녀오는 것이 좋다.

미포철길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달맞이길62번길 13 건널목관리소


감천문화마을 버스정류장 뒤편에 설치된 예술품은 각도를 잘 맞춰 보면 마을 풍경과 이렇게 연결된다
 이유 있는 산책
감천문화마을

주말이나 공휴일이 아니면 감천문화마을도 조용하고 한가로운 곳이다. 감천문화마을 버스정류장 뒤편으로 가니, 알록달록한 달동네 레고 마을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신기하고, 예뻤다. 이래서 그렇게들 많이 찾아오는 거구나. 유명한 데엔 다 이유가 있구나. 

  

마을 입구의 안내사무소에 가면 스탬프 투어 지도를 2,000원에 살 수 있다. 이 지도에 나온 갤러리, 공방, 상점 등을 찾아가 도장을 찍으며 미션을 풀 듯 다니는 거다. 하나씩 찍다 보니 모든 도장을 다 찍어야겠다는 집착이 생겨 어느덧 이를 악물고 언덕을 오르내리고 있었다. 그런 스스로가 웃겼지만, 다른 방문객들을 보니 감천문화마을에 오면 다들 이렇게 되는구나 싶었다.

옛날 교복을 입고 우정사진을 찍는 여학생들을 자주 마주친다

스탬프 지도 말고도 이 마을을 산책할 땐 여러 가지 소소한 재미를 누릴 수 있다. 대학생들은 옛날 교복을 대여해 입고 삼각대를 들고 다니며 우정 사진을 찍는다. 주민들과 예술가들이 함께 만든 수십 개의 설치 예술품을 찾아다니며 감상하는 것도 즐겁다. 

(좌)물고기 머리가 향한 방향을 따라 산책하는 감천문화마을 (우)구불구불, 오르락내리락, 감천문화마을 산책은 지루할 틈이 없다


info

찾아가기 : 감천문화마을 안내센터(부산광역시 사하구 감내2로 203)부터 산책을 시작하면 된다. 주차가 필요하면 ‘감정초등학교 공영주차장’에 하면 된다.

소요시간 : 스탬프 지도를 따라 천천히 한 바퀴 돌면 2~3시간 소요

감천문화마을

부산광역시 사하구 감내2로 203 감천문화마을안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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