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해외여행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트래비 매거진 Jul 23. 2018

시간의 흔적을 따라,
말레이시아 페낭 여행

시간이 쌓은 도시, 페낭


생경한 경험이었다. 
고작 한 골목을 돌아 들어섰을 뿐인데 방금과는 확연히 다른 풍경과 만난 건.
제각기 다른 향과 색을 지닌 건물들은 이미 오래 전에 땅따먹기 게임을 끝냈다는 듯 자연스럽게 저마다의 영역을 지키고 있었다.




조지타운을 걷는 법
Georgetown


조지타운Georgetown을 걷고 있으니 마치 구역마다 콘셉트를 달리한 테마파크에 들어선 게 아닌가 싶었다. 세월의 더께가 묻은 유럽풍의 건물 끝자락부터는 인도의 전통복을 파는 가게가 늘어서 있었고, 그로부터 한 골목 너머 차이나타운에서는 중국음식 특유의 향이 먼저 마중을 나왔다. 조지타운의 골목은 마치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경계선을 그려 놓고는 저마다의 마을을 세운 듯 했다.


1786년 영국은 말레이시아 반도 서부에 위치한 페낭penang섬에 조지타운을 조성하고 해상무역의 거점으로 삼아 약 200년 가까이 점령했다. 자연스럽게 조지타운에서는 빅토리아 시계탑Queen Victoria Memorial Clocktower, 콘월리스 요새Fort Cornwallis를 비롯해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이 입점한 건물까지, 도시 곳곳에서 영국이 남긴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페낭은 말레이시아 내에서 유일하게 화교가 다수를 차지하는 주로, 중국의 사원만 해도 200여 개에 이른다. 중국풍의 건물 중 가장 유명한 페라나칸 맨션Peranakan Mansion은 푸른 외관이 두드러져 그린 맨션Green Mansion이라고도 불린다. 페라나칸 맨션은 그 이름 자체로 건물의 정체성을 넌지시 알려 준다. 말레이 반도로 이주해 온 중국인 남성과 말레이인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이들을 지칭하는 페라나칸은 페낭 문화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페라나칸 문화를 실제로 옮겨 놓았다는 맨션 내부는 수수한 외관과 달리 금이 덧칠해진 화려한 장식들로 치장돼 있다.

조지타운의 대표적인 벽화 옆에서 포즈를 취하는 아이

걸음을 조금 옮겨 도착한 쿠콩시 사원Khoo Kongsi Temple 또한 중국 구씨 가문이 세운 사원이다. 도저히 한 가문이 건축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웅장하고 화려한 사원이 1893년부터 건립에 착수해 몇십 년의 세월을 거쳐 완공됐다. 사원을 둘러보고 나면 이제는 골목을 돌아볼 차례다. 조지타운 골목 구석구석을 누비는 데에는 인력거가 최적의 교통수단이었으니, 햇볕에 잔뜩 데워진 의자에 과감히 몸을 싣고 본격적인 조지타운 탐방을 시작했다.


*페라나칸 맨션Peranakan Mansion

29, Church St, Georgetown, 10200 George Town, Penang

월~일요일 9:00~17:00


*쿠콩시 사원Khoo Kongsi Temple

18, Cannon Square, George Town, Pulau Pinang

월~일요일 09:00~17:00

+604 261 4609

www.khookongsi.com.my

입장료 RM10 


200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조지타운은 영국과 말레이시아, 중국과 인도의 흔적이 곳곳에 배어 있었다. 풍파의 흔적이 드리운 거리와 제각기 다른 언어로 쓰인 간판이 그 자체로 문화유산인 셈이다. 그만큼 이방인에게는 낯설고 볼거리가 풍부한 곳이지만 무엇보다 조지타운의 시그니처는 단연 벽화다. 골목마다 알차게 자리 잡은 벽화는 포토존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여행자들은 종종 걸음을 멈춰 서서 벽화 옆에 다소곳이 포즈를 취하곤 했다. 그간 얼마나 많은 손이 거쳐 갔는지, 벽화 옆에는 손바닥 모양으로 그대로 닳거나 패여 있는 벽을 종종 만날 수 있었다. 벽화를 따라하느라고 잔뜩 긴장한 한 아이 앞에 부모는 행복한 표정으로 연신 셔터를 누르고 있었다. 




페낭, 어쩌면 빈랑
Botanical Gardens


지명의 유래는 늘 유난스럽기는 하지만, 페낭의 이름은 다소 황당한 이야기에서 붙여졌다. 페낭섬에 처음으로 도착한 영국인이 이곳이 어디냐고 물었을 때 원주민은 마침 그의 손가락이 가리킨 빈랑Betelnut나무를 보았고, 그렇게 섬의 이름이 그것이 페낭이라는 지명의 유래가 되었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한 이야기이지만 그만큼 페낭에는 빈랑나무가 많다. 특히 조지타운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보타닉 가든Botanical Gardens에서도 이 빈랑나무를 쉽게 볼 수 있다. 1884년에 개장한 보타닉 가든은 식물원 부근에 넓게 펼쳐진 폭포가 유명해 폭포 정원으로 불리기도 한단다. 주변 풍광이 아름다워 현지인들의 웨딩촬영 장소로도 애용되는 보타닉 가든에는 아마존강에서나 볼 수 있는 거대 수련, 캐논볼 트리Cannonball Tree 등 이색 식물, 100년 이상 된 다양한 고목을 관찰하는 것도 가능하다. 

한동안 미세먼지에 지독하게 당했던 탓일까. 보타닉 가든의 쾌적함이 더욱 간절하게 다가왔다. 공원 곳곳에는 머카크 원숭이, 검은잎 원숭이가 돌아다니기도 하는데, 사람이 무섭지 않은지 푸른색의 수풀 사이로 거리낌 없이 모습을 드러내며 반겼다.


*보타닉 가든Botanical Gardens

673A, Jalan Kebun Bunga, Pulau Tikus, 10350 George Town, Pulau Pinang

월~일요일 05:00~20:00

+604 226 4401

botanicalgardens.penang.gov.my

입장료 무료




페낭의 꼭대기로
Penang Hill


날이 맑으면 페낭 시내가 한눈에 펼쳐진다는 페낭 힐Penang Hill. 이곳에 오르기 위해서는 푸니쿨라funicular라는 산악기차에 탑승해야만 했다. 푸니쿨라가 해발 712m까지 거침없이 오르면서 페낭의 전경과 함께 말라카 해변이 아스라하게 보였다. 해발 830m의 페낭 힐은 섬이 없는 페낭섬에서 가장 고지대지만, 인근에 사원과 작은 놀이공원을 비롯해 각종 식당과 카페 등이 있어 즐길거리와 볼거리도 갖추어져 있다.

푸니쿨라에서 내려 카트를 타고 5분 여를 달려 도착한 곳은 몽키 컵Monkeycup, 파리지옥 카페.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와중에도 올드타운 화이트커피를 고집했다. 커피믹스 3개 분량을 털어 넣은 듯 묵직한 맛을 음미하며 푸른 대나무 숲을 배경으로 오래도록 담소를 나누었다. 지표면으로부터 널찍이 떨어진 만큼 이곳에서만큼은 서늘한 페낭을 느낄 수 있다.


*페낭 힐Penang Hill

Penang Hill, Georgetown, Penang

월~일요일 06:30~23:00

+604 828 8839

penanghill.gov.my

푸니쿨라 성인 RM30 학생 RM15 아동 RM5




2위안 짜리 소원
Kek Lok Si Temple


말레이시아를 넘어 동남아시아 최대 규모의 불교사원이라는 그 명성답게 켈록시 사원Kek Lok Si Temple에는 목을 한껏 젖혀서 봐야 할 만큼 거대한 불상이 자리하고 있다. 웅장한 풍채와 화려한 색채를 자랑하던 사원 안에는 각기 다른 종류의 리본을 골라 소원을 빌 수 있었다. 리본은 디즈니 만화의 리본을 핑킹가위로 투박하게 잘라낸 조악한 모양새에 비해 선택지는 꽤나 다양했다. 

‘공손하게Obediently’나 ‘부모님 말씀 잘 듣기Listen to Mom And Dad’ 등의 귀여운 소원부터 ‘추가 정보More Information’ 같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리본까지 총 22개의 소원을 고를 수 있었다. 단번에 눈에 들어온 건 ‘세계 평화World Peace’였다. 세계평화로 말미암아 부디 평양냉면 투어가 실현될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하며 지갑 속에 오래도록 묵혀 두던 2위안을 기꺼이 투자했다.


*켈록시 사원Kek Lok Si Temple

Jalan Balik Pulau, 11500 Air Itam, Penang

월~일요일 09:00~18:00

+604 828 3317

kekloksitemple.com

사원 무료 입장, 파고다 입장 RM2, 리프트 편도 RM3




TRAVEL INFO PENANG


AIRLINE

말레이시아항공이 인천-쿠알라룸푸르 직항편을 운항한다. 약 6시간35분 소요되며. 쿠알라룸푸르에서 페낭까지는 국내선으로 약 55분 가량 비행한다.


TIME

말레이시아가 한국보다 1시간 느리다.


RELIGION

말레이시아는 이슬람교를 국교로 정해 대부분의 공휴일과 행사를 이슬람교 기념일에 기반을 두고 있다. 특히 이슬람교에서 가장 큰 종교 의식 중 하나인 라마단은 약 한 달 동안 일출부터 일몰 시간까지 금식을 진행한다. 음식뿐 아니라 물도 마실 수 없으며 금식을 통해 굶주림을 체험하는 한편 알라에 대한 믿음을 시험하는 의식으로, 일몰이 지나고 아잔(예배시간을 알리는 소리)이 울린 후 첫 식사를 하는데 이를 아프타르Iftar 라 한다. 라마단 기간 중 낮에는 영업을 하지 않는 가게가 많고 거리에도 사람이 적어 조용하지만 밤이면 식사를 위해 나온 사람들로 거리가 북적인다.


HOTELS

더블트리 리조트 바이 힐튼 호텔 페낭DoubleTree Resort By Hilton Hotel Penang

탄중붕가Tanjung Bungah에 자리한 호텔로 공항에서 20km 거리로 도심에서 조심 떨어져 있어 고즈넉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특히 더블트리 리조트 체크인 시 제공하는 웰컴 쿠키의 인기가 높아 따로 판매하기도 한다. 페낭의 역사를 주제로 한 테디베어 박물관부터 키즈카페 및 키즈풀, 레스토랑 키즈존 등 아이들을 위한 부대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다.

: 56, Jalan Low Yat, Puncak Ria, 11100 Batu Ferringhi, Pulau Pinang

 +604 892 8000


플라밍고 호텔 바이 더 비치 페낭Flamingo Hotel By The Beach Penang

바다를 목전에 둔 4성급 호텔로 전 객실이 오션뷰로 이루어져 있다. 제트스키, 윈드서핑, 카누 등 다양한 해양 액티비티 활동도 즐길 수 있으며, 호텔 내에 충실한 기본시설을 구비하고 있으면서도 가성비가 뛰어나다. 올해 정원과 수영장 등 호텔 내 시설을 리노베이션할 예정이다.

Tanjong Bungah, 11200, Tanjong Bungah, Pulau Pinang

+604 890 4111


G 호텔 거니G Hotel Gurney

조지타운 위치한 5성급 호텔이며 시내와의 접근성이 좋다. 번화가에서 쇼핑을 즐기기 용이하며, 호텔 내에도 명품샵과 도심 속 고층 건물 사이에 마련된 인피니티풀과 바다를 배경으로 한 피트니스센터도 이곳의 장점이다. 인근에 비즈니스 고객을 타깃으로 한 5성급 G 호텔 켈라와이G Hotel Kelawai도 위치해 있다.

168A, Persiaran Gurney, George Town, 10250 George Town, Pulau Pinang

+604 238 0000


글·사진 전용언 기자

취재협조 말레이시아항공 malaysiaairlines.com/kr




매거진의 이전글 레고 덕후들의 천국 '조호바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