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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비 매거진 Jul 24. 2018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국경,
치앙라이 골든 트라이앵글

[치앙라이 원정대 #1]

동굴에서 돌아온 기적의 소년들을 기억하는가? 
그들이 살고 있는 태국 치앙라이에 다녀왔다.   
원시 그대로의 자연이 보존되어 있고, 국경을 넘어온 많은 난민과 소수 부족들이 공존하고 있는 곳.  
전 세계가 주목했던 치앙라이를 독자모델 은지와 인경이 다녀왔다. 


추이퐁 차 농장. 반세기 전 양귀비가 만발했던 대지는 이제 온통 녹차밭이다


치앙마이 아니고, 치앙라이죠!


떠나기 직전까지도 인경은 치앙라이가 치앙마이의 오타인 줄 알았다. 7월 내내 속보로 도착했던 동굴 소년들의 구조 소식 때문에 지금이야 그 이름이 조금 익숙해졌지만 사실 은지와 인경이 떠날 때만 해도 치앙라이는 그저 낯선 곳이었다.

‘치앙마이 위에 있다!’ 정도가 유일한 정보였달까. 이름 한끝 차이일 뿐인데 이웃 주 치앙마이가 ‘한 달 살이’ 후보지 1위로 떠오르는 동안 치앙라이는 가려져 있었다. 

사실 500년 란나 왕국13~18세기의 역사가 먼저 시작된 곳은 치앙라이였다. 이름을 풀이해 보면 이해가 쉽다. 공통분모가 되는 치앙Chiang은 ‘도시’라는 뜻이다. 치앙라이에서 라이Rai는 1262년 란나 왕국을 처음 세운 멩 라이Meng Rai 왕의 이름에서 따온 것. 반면 치앙마이에서 마이Mai는 ‘new’를 뜻한다. 즉 신도시인 것이다. 

란나 왕국은 건국 5년 후에 수도를 치앙라이에서 치앙마이로 이전했다. 이후 왕국의 모든 부귀영화는 치앙마이의 유산으로 남겨졌고, 치앙라이는 국경으로 가는 관문으로 남았다. 그 덕에 더 한적하고, 덜 개발된 태국을 여행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치앙라이로 모여들고 있다. 평화롭고 청정한 자연, 전통적인 삶의 방식 등을 찾는 사람들에게 잘 어울리는 곳이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국경


골든 트라이앵글에 세워진 대형 부처상 너머로 메콩강이 흐른다. 이 강을 경계로 태국, 미얀마, 라오스가 나뉜다

  

치앙라이 여행의 시작점은 국경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국경이 여기 있기 때문이다. 메콩Mekong강을 경계로 태국, 미얀마, 라오스 3개국의 국경이 만나는 꼭지점. 바로 골든 트라이앵글Golden Triangle이라고 알려진 그곳이다. 공항을 출발해 국경이 있는 치앙 쌘Chiang Saen까지는 차로 2시간 거리. 중간에 파라볼라Parabola라는 카페에 들러 커피를 한 잔 하느라 조금 더 시간이 걸리긴 했을 것이다. 악명 높았던 국경으로 가기 전에 주어진 꿀맛 같은 휴식이었다.  

국경으로 가는 길목에 잠시 들렀던 파라볼라 카페


잘 알려진 대로 골든 트라이앵글 지역은 1950~80년대 세계 최대의 아편 생산지였다. 일대가 모두 양귀비 재배지였다고 했다. 장제스의 국민당 잔당과 지역 군벌들이 아편 사업을 확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중국, 미국까지 등장한다. 아편을 팔아 무장조직이 유지될 수 있었고, 그들을 앞세워 파워게임은 유지될 수 있었다. 당시 주요한 아편 밀거래지였던 솝루악Sop Ruak 마을은 이제 관광도시가 됐다. 

메콩강변을 따라 호텔, 레스토랑이 서 있고, 아편박물관도 붐볐다. 이해당사국들이 1997년부터 함께 조성했다는 대형 불상은 애매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국경의 풍경은 기대한 것과 달랐지만, 생각할 거리가 많아졌다. 가이드가 건넨 파인애플을 씹는 동안 배 한 척이 출렁거리며 국경을 따라 흐르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다고 사라진 것은 아니다. 아편은 필로폰과 카지노 산업으로 대체되었고 국경 너머 정글 속에는 여전히 미얀마 반군조직들이 생존투쟁을 하고 있단다.   

악명 높았던 골든 트라이앵글의 아편은 박물관에 남아 있다


금단의 열매를 121 하우스 오브 아편121 House of Opium이라는 작은 박물관에서 직접 볼 수 있었다. 말라비틀어진 작은 열매가 폭탄보다 위험할 수도 있다니…. 아편을 생산하고, 계량하고, 운반하고, 피우기 위한 도구들은 정교하게 다듬어져 예술의 경지에 올라 있었다. 양귀비 재배에 동원됐던 카렌, 몽, 야오, 라후, 리수, 아카, 빠롱, 카야우 등의 소수 민족들은 곰방대를 문 모습으로 사진 속에 들어가 있었다. 무엇을 들이마시고 있는지, 누구를 위해 일하고 있는지, 그들은 정확히 몰랐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하루하루를 지탱하는 것뿐. 

치앙라이 고산지대에는 여전히 소수 민족들이 모여 사는 고산족 마을이 있다. 여성들의 목에 두꺼운 링을 둘러 긴 목을 갖게 된 카렌족이 대표적이다. 이들 마을을 방문하는 것이 치앙라이에서는 중요한 관광코스지만, 사실 많은 소수 민족들은 일찌감치 도시로 내려와 난민으로 살고 있다. 동굴에서 살아 돌아온 코치와 2명의 소년도 그들처럼 난민이었다. 그 숫자가 48만명에 이른다고 했다.  


국경을 넘지 않아도 되는 이유


매 싸이 국경시장의 액세서리


치앙 쌘에서 10km 정도 떨어진 매 싸이Mae Sai 국경관문소의 풍경은 한결 더 시끌벅적했다. 양쪽이 모두 시장이기 때문이다. 방콕에서부터 올라온 1번 국도가 이곳에서 다리를 건너 미얀마로 흘러간다. 코앞이 국경이었지만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강변까지 가는 데는 시간이 꽤 걸렸다. 은지와 인경에게 시장은 항상 시간 가는 줄 모르는 놀이터이기 때문. 태국 쪽 매 싸이 마켓Mae Sai Market에는 수공예품과 기념품이 많았고, 국경 너머 키 렉 마켓Khee Lek Market의 규모가 더 크고 명품 복제품들이 많다는데, 건너가 볼 엄두까지는 나지 않았다. 장기 여행자들에게는 이 국경을 당일치기로 넘어갔다 오는 것이 체류 기간을 갱신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기도 하다.  

가면에 호기심을 보이는 인경
용맹함을 상징하는 전갈상으로 유명한 왓 프라 탓 도이 와우


몸은 넘어갈 수 없었지만 시선이야 자유가 아닌가. 차를 타고 구불 길을 휘휘 돌아 도이 와오Doi Wao, 전갈 산으로 올라갔다. 왓 프라 탓 도이 와우Wat Phra That Doi Wao는 초대형 조형물로 굳어져 있는 새까만 전갈상과 바로 그 앞에 있는 국경 조망대로 유명하다. 이 사원은 미얀마와 태국의 사원 스타일이 혼재되어 있다는데, 이방인의 눈으로는 구별이 불가능했다. 마찬가지로 전망대 아래 풍경을 두 나라로 가르는 것도 쉽지 않았다. 태국과 미얀마의 국기가 교차하는 다리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분주히 오가는 한 덩어리의 도시처럼 보였을 뿐이다. 우리에게는 생소한, 그러나 우리가 바라는 국경의 모습이 거기 있었다.  

국경 너머 미얀마를 내려다보고 있는 은지


태국 치앙라이


태국 최북단의 주Province. 메콩강을 경계로 라오스, 미얀마, 태국의 국경이 만나는 골든 트라이앵글이 속해 있다. 남쪽으로는 치앙마이주, 파야오주와 경계를 이루고 있다. 깨끗한 자연환경과 잘 보존된 소수 민족들의 전통, 태국 특유의 여유로운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할 수 있는 새로운 여행지로 떠오르고 있다.  
여행기간 2018년 5월22~28일(6박 7일) 



글 천소현 기자  사진 김정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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