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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비 매거진 Jul 27. 2018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하기 좋은
치앙라이 여행 스폿

여왕처럼 걷는 정원


도이 뚱Doi Tung에 도착해 점심을 먹는 중이었다. 하루에 한번은 꼭 쏟아지는 폭우. 야외였지만 천막이 비를 충분히 가려 주어 다행이었다. 쏟아지는 폭우에 모든 것이 멈추어버렸다. 움직일 수 없게 되자 커다란 쉼표가 선물처럼 왔다. 20여 분의 달콤하고 시원한 휴식이었다.  

비가 그치자 달팽이들이 부지런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땅이 마르기 전에 한 걸음이라도 더 움직이려는 듯했다. 우리도 서둘러야지. 달팽이를 앞질러 1,630m 높이의 산 중턱에 세워진 도이 뚱 로열 빌라Doi Tung Royal Villa를 방문했다. 지난해 서거한 푸미폰 국왕의 어머니가 지은 별장이다. 


도이 뚱 로열 빌라 앞. 스위스와 비슷한 풍경을 골라 지은 왕실 별장이다

소문대로 집 앞 전망이 기가 막혔다. 스위스에서 유학을 한 그녀는 1987년 이곳에 별장을 지었다. 태국에서 스위스와 가장 비슷한 풍경을 여기에서 찾은 것이다. 별장 역시 스위스의 샬레로 건축했는데, 약간의 란나 스타일이 가미되어 독창적인 결과물이 나왔다. 실크 벽지가 입혀진 가장 넓은 홀에는 그림 등 예술품과 그녀의 일상생활을 보여주는 유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자선과 교육 사업에 앞장섰다는 그녀의 기품 있는 삶이 투영되어 보였다.  


푸미폰 국왕의 어머니가 정성껏 가꾼 매 파 루앙 가든

저택의 앞쪽 풍경이 중첩된 산의 실루엣이라면, 뒤쪽은 화훼박람회를 떠올릴 만큼 화려한 정원이다. 화초 가꾸기를 좋아했던 그녀의 취향이 반영된 매 파 루앙 가든Mae Fah Luang Garden이다. 섹션별로 잘 정리된 신기한 수종의 나무와 피튜니아와 진달래, 난 등 화려한 꽃은 들여다볼수록 신기했다. 

인경이 나뭇가지 위에서 조용히 몸을 떨고 있는 아기 새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사이 은지는 나무와 나무 사이를 연결한 30m 높이의 공중다리, 트리 톱 워크Tree Top Walk에 올라갔다. 지상이 아닌 공중에서의 산책이다. 안전벨트를 착용하는 준비 과정은 집라인을 타는 것과 동일했다. 


로프로 만들어진 다리는 한 발을 내딛을 때마다 출렁거렸지만 리듬감이 있어서 더 안정적이었다. 7개의 다리를 건너는 총 300m 길이의 느린 공중 산책 동안 좋았던 것은 나무뿐 아니라 숲을 볼 수 있었다는 점. 한바탕 비가 내리고 난 뒤의 숲은 더욱 푸르고 촉촉하기만 했다. 다리에서 내려오니 인경이 시원한 도이 뚱 커피를 건네주었다. 치앙라이에서 가장 유명한 커피브랜드인데, 의외로 판매점이 많지 않다. 도이 뚱이 아니면 공항에서 맛볼 수 있다.  

Doi Tung 
홈페이지: www.doitung.org 

Doi Tung Royal Villa 
오픈: 07:00~18:00   
입장료:90B 

Mae Fah Luang Garden 
오픈: 06:30~18:00   
입장료: 90B 




코끼리 자립 프로젝트


접근 금지! 코끼리에 가까이 다가가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 무엇을 하는 걸까? 코끼리들이 노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전부다. 오전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이른 아침 도착한 엘리펀트 밸리Elephant Valley Thailand에서는 벌목장, 채석장, 서커스에서 구출한 코끼리들을 자연상태로 회복시켜 주는 장기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었다. 코끼리 트레킹도 쇼도 없고, 코끼리와의 수영은 물론이고 만지는 것도 금지되어 있다. 그들의 주의를 끌지 않도록 달콤한 향이 나는 화장품도 사용해서는 안 된다. 안 되는 것 투성인데, 마음이 편하다. 코끼리들이 편해 보였으니까.  

멸종위기의 아시아 코끼리를 보호 중인 엘리펀트 밸리에는 사람을 위한 길이 없다

엘리펀트 밸리는 2007년에 캄보디아에 첫 번째 캠프를 열었고, 치앙라이 캠프는 2016년 성탄절에 운영을 시작했다. 원래 농경지였던 땅에서 인공 구조물을 모두 걷어내고 콘크리트, 나사못 등을 치우는 데만 반년 이상이 걸렸다고. 50년 전만 해도 10만 마리에 이르렀다는 아시아 코끼리는 현재 3,000여 마리로 줄어들어 멸종위기종이 됐다. 그중 여섯 마리가 치앙라이 숲 속에 살고 있다. 사연을 알고 나니 애틋해졌다. 짧은 만남이 이뤄지는 시간은 바나나를 먹이는 시간. 은지와 인경이는 6마리 모두에게 골고루 바나나가 배분되도록 신경을 썼다. 물론 아기 코끼리에게 더 정이 간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방문객이나 봉사자는 짧게는 한나절, 길게는 2주까지 머물 수 있다.  


멸종위기의 아시아 코끼리를 보호 중인 엘리펀트 밸리에는 사람을 위한 길이 없다

코끼리를 먹이고 나니 우리도 출출해졌다. 소박한 접시에 담겨 나온 태국 북부 요리들을 나눠 먹은 테이블 옆자리에 캠프의 매니저가 동석했다. 우리가 태국관광청의 추천으로 이곳을 방문했다고 하자, “그래요? 굿 뉴스네요!”라고 말하는 캠프 매니저의 반응에는 놀라움과 냉소가 섞여 있었다. 코끼리 보호에 적극적이지 않은 기업체와 밀렵꾼을 상대하는 동안 그도 상처를 받은 모양이다. 


코끼리들은 하루 종일 자유롭게 이동하며 풀을 먹는다. 어떤 훈련도 구속도 없다 6 바나나를 주는 인경


Elephant Valley Thailand   
요금: Half Day Program 1,400B (점식식사, 왕복 차량 제공) 
전화: 095 4521 974   
홈페이지: www.elephantvalleys.com




친구야, 농장으로 놀러가자!


추이퐁 농장의 몽실몽실한 녹차밭

뭐든 뿌려 놓으면 쑥쑥 잘 자라는 비옥한 토지는 치앙라이의 자랑이다. 오죽하면 란나 왕국의 이름이 ‘The land of a million rice fields’를 뜻할까. 반세기 전에는 그 땅에 수평선 가득 양귀비꽃이 피었다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던 채플린의 인생에 대한 정의가 문득 떠올랐다. 지금은 시야 가득 몽글몽글한 녹차밭이다. 


추이퐁 농장의 전망 좋은 카페에서 시원한 녹차라떼 한 모금

해발 1,200m 높이의 추이퐁 차 농장Choui Fong Tea Plantation은 이상적인 고도에서 키워 낸 명품 녹차 생산지다. 소수 부족들이 섬세한 손길로 따 낸 찻잎은 타이완에서 온 전문가의 기술과 안목으로 블랜딩되어 방콕의 주요 백화점이나 최고급 호텔에 납품된다고. 이곳의 카페가 유명한 것은 차 맛 뿐 아니라 특이한 건축 때문이기도 하다. 구릉지대에 전망대와 아래층 카페가 탁 트여 있는 구조다. 위층에서는 인생 샷을, 아래층에서는 인생 녹차 라떼를 건졌다. 선물용으로 차와 다구를 사기도 좋았다.  


 싱하파크는 즐길거리가 많다. 지금은 얼룩말을 만나는 시간

맥주 브랜드로 유명한 싱하그룹도 치앙라이에 대규모 관광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380만 평방미터 규모의 싱하파크Singha Park에서 생산되는 우롱차의 양만 연간 400톤 이상이다. 넓은 공원을 걸어서 돌아다니기는 어렵다. 자전거를 대여하거나 셔틀처럼 운영하는 전기트램을 타면 된다. 

녹차밭 스테이션에서는 전통 의상을 빌려 입고 녹찻잎 따기 체험을 해 볼 수 있었다. 뙤약볕 아래서 작은 잎들을 하나하나 수확하는 일이 얼마나 큰 정성인지 체감하는 시간이었다. 

농장은 가족들이 좋아할 만한 액티비티와 휴식장소를 고루 갖추고 있다. 기린은 멀리서만 볼 수 있었지만 얼룩말 가족들은 방문객들에게 다가와 기꺼이 모델이 되어 주었다. 물론 먹이라는 미끼가 주효했지만. 

점심 무렵에는 가볍게 집라인 한판. 이번에도 은지가 대표 선수로 나섰다. 넓은 초지 사이를 비상하는 기분은 시원한 수박 주스와 함께 싱하농장 최고의 짜릿함이었다. 시간이 넉넉했다면 자전거로 농장을 꼼꼼히 돌아도 좋았을 것 같다. 싱하 그룹은 태국 내 사이클링 대회의 주요 스폰서라서 그런지 대여해주는 자전거의 상태가 썩 좋아 보였다. 겨울 페스티벌 시즌에 맞춰서 오면 열기구가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장관을 바라보며 맛있는 태국 요리를 먹을 수도 있단다.  


효리네 민박을 연상시키는 농가주택에서 여유로운 휴식 중인 은지

마지막으로 <효리네 민박>과 <삼시세끼>의 전원주택을 합쳐 놓은 듯한 작은 농장을 방문했다. 치앙라이 시내에서 툭툭으로 약 20분 거리에 있는 사완본딘 팜 & 홈스테이Sawanbondin Farm & Home Stay는 시골의 정취가 가득했다. 농가주택을 개조해 게스트하우스로 만들고, 마당에 텃밭과 노천카페, 도예공방을 운영 중이다. 구석구석 주인들이 직접 가꾸고 만들어 낸 태국식 전원 라이프였다. 

신기한 것은 외딴 농장 카페에 손님들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 게스트룸도 만실이라 내부를 볼 수 없었다. 농장에서 직접 재배하는 나비완두콩Butterfly Pea Flower 꽃으로 색을 낸 청보라빛 음료들이 이곳의 시그니처다. 


나비완두콩 꽃으로 색을 낸 사완본딘 카페의 시그니처 음료

태국에서는 흔히 쓰이는 식재료인데, 진한 청보라빛의 색감은 강렬하지만 맛은 밋밋하고, 몸에 좋은 성분이 가득하단다. 언젠가 치앙마이가 아니라 치앙라이에서 한 달 살이를 한다면 여기 게스트하우스에 자리를 잡고, 오토바이를 하나 빌려 타고 여기저기 다녀도 좋을 것 같다. 친구와 함께라면 더욱 좋겠고. 


Choui Fong Tea Plantation 
전화: +66 53 771563  
홈페이지: www.chouifongtea.com 


Singha Park 
오픈: 09:00~18:00  
전화: +62 594 2862  
홈페이지: www.singhapark.com 


Sawanbondin Farm & Home Stay 
찾아가기: 치앙라이 시내에서 차로 15분 정도. 우버 택시를 이용하는게 편하다. 
주소: Chiang Rai 57100, Thailand  
전화: +66 81 205 3554  
페이스북: @Sawanbondin.farm



글 천소현 기자  사진 김정흠  
취재협조 태국관광청 www.visitthailand.or.kr



은지와 인경이의  
처음 만나는 치앙라이


태국 치앙라이 | 태국 최북단의 주Province. 메콩강을 경계로 라오스, 미얀마, 태국의 국경이 만나는 골든 트라이앵글이 속해 있다. 남쪽으로는 치앙마이주, 파야오주와 경계를 이루고 있다. 깨끗한 자연환경과 잘 보존된 소수 민족들의 전통, 태국 특유의 여유로운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할 수 있는 새로운 여행지로 떠오르고 있다.  
여행기간 2018년 5월22~28일(6박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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