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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비 매거진 Jul 26. 2018

치앙라이를 떠올리게 만들 3가지 색

[치앙라이 원정대 #3]

우정은 무슨 색일까?


은지와 인경은 윤회를 상징하는 곡선형 다리를 함께 건넜다.
여행을 함께 하며 거창하게 말하자면 생사고락을 함께 해 온 친구이니 나란히 이 다리를 건너는 것도 든든한 기분이다.


윤회를 상징하는 화이트템플의 다리를 함께 건너는 은지(왼쪽)와 인경(오른쪽)

화이트 템플로 알려진 왓 롱 쿤Wat Rong Khun의 다리였다. 치앙라이에서 가장 유명한 사원에 드디어 도착했다. 태국을 대표하는 예술가인 찰름차이Chalermchai Kositpipat 작가가 1997년에 시작해 2070년을 완공 목표로 진행 중인 대 불사다. 시야를 가득 메운 백색은 부처의 순수를 표현하는 색이라고. 처음에는 그저 하얀 덩어리로 보였던 사원을 찬찬히 뜯어보니 코끼리, 나가, 백조, 사장 등 불교적 상징이 빼곡히 새겨져 있다. 

다리 초입에는 지옥에서 올라온 것 같은 손바닥들이 팔을 뻗치고 있어서 괴기스럽기까지 했다. 새하얀 본당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작은 불당들은 다시 태국 사원 본연의 색, 황금빛이다. 그 황금색이 화장실까지 이어지고 있어서 명소라는데, 일부러 가 볼 필요까지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보다는 군데군데 재치 있게 그려진 벽화에 더 눈길이 갔다. 예쁜 것도 좋지만 정오의 열기 때문에 지칠 때로 지친 것이 사실. 사원 앞 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하얀 것이 참 좋구나!  


검은 집, 반 담 뮤지엄에서는 인간 내면의 어두움을 표현한 설치품이 가득하다

이번에는 검은 집이다. 반 담 뮤지엄Baan Dam Museum은 ‘검은 집’이라는 뜻이다. 40여 채가 넘는 건물들이 모두 세기말처럼 까맸다. 또 다른 태국의 국민예술가인 타완 다차니Thawan Duchanee 작가가 인간 내면의 어둠을 블랙으로 표현한 박물관이다. 곳곳에 버팔로 뿔, 악어 가죽, 뱀 가죽, 해골 등이 전시되어 있는 거대한 설치 미술 갤러리 같은 곳이다. 종교적, 제의적, 미래적인 요소들로 가득한 타완 작가의 모든 것이 여기 담겨 있다.  

반 담 뮤지엄에서 잠시 휴식

화이트 템플을 설계한 찰름차이 작가와 타완 작가는 친구 사이이기도 한데, 2014년 타완 작가가 암으로 먼저 세상을 떠났다. 때론 경쟁자이고, 친구이면서도 때론 동행자였을 두 거장의 작품을 차례로 관람하는 기분이 묘했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고 해도, 때론 서로가 흑과 백처럼 다르게 느껴지는 순간이 얼마나 많은가. 서로의 색깔을 인정하는 것이 우정의 비밀이라면 비밀이다.  


블루 템플은 해질 무렵이 더 예쁘다. 푸른 광채를 받은 새하얀 불상이 신비스럽다

농담 같지만 치앙라이에는 블루 템플도 있다. 찰름차이 작가의 제자가 2005년 설계한 왓 롱 수아 텐Wat Rong Suea Ten이다. 사원에 도착하니 갑자기 컬러 TV를 산 느낌이다. 더위를 씻어 주는 푸른색의 청량감은 덤이었다. 창백하면서도 신비로운 푸른빛이 가득한 사원 안에 앉아 있으니 맑은 소리로 울려 퍼지는 불경 소리가 모든 잡념을 씻어 주었다. 그 평화로운 상태를 흔들어 놓은 것은 화이트 템플부터 동선이 겹친 채 움직이고 있는 과일 바지 남자들의 VR 카메라였다. 햇볕은 피할 있어도 그들의 360도 카메라를 피할 수가 없으니 불공평하다. 그 장소를 피하는 수밖에.  

마지막으로 방문한 사원은, 가장 태국다웠다. 은지와 인경 모두 여행한 적이 있었던 방콕의 왓 프라 깨우Wat Phra Kaew와 이름이 같다. 거기 모셔진 국보급의 에메랄드 불상이 실은 이곳에서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1434년 사원에 있던 탑 하나가 번개를 맞아 부서지면서 그 안에 모셔졌던 에메랄드 불상이 비로소 세상에 드러나게 되었다. 그 전까지는 이 사원은 ‘대나무가 울창한 사원’이라는 뜻으로 왓 빠 이아Wat Pa Yia로 불렸었는데, 그 대나무들은 지금도 울창하게 남아 있지만 불상은 방콕으로 가고 없다. 빛나는 보석보다 수수한 녹음이 더 오래 남아 있는 것이다.  
 

Wat Rong Khun(White Temple)  
오픈: 08:00~17:30  
홈페이지: www.watrongkhun.org 


Baan Dam Museum(Black House) 
오픈: 09:00~17:00   
전화: +66 53 776 333  
홈페이지: www.thawan-duchanee.com 


Wat Phra Kaew(Blue Temple) 
전화: +66 53 711 385 

왓 프라깨우  

2 Na Phra Lan Rd, Khwaeng Phra Borom Maha Ratchawang, Khet Phra Nakhon, Krung Thep Maha Nakhon 10200 태국



글 천소현 기자  사진 김정흠  
취재협조 태국관광청 www.visitthailand.or.kr


은지와 인경이의 처음 만나는 치앙라이

태국 치앙라이 | 태국 최북단의 주Province. 메콩강을 경계로 라오스, 미얀마, 태국의 국경이 만나는 골든 트라이앵글이 속해 있다. 남쪽으로는 치앙마이주, 파야오주와 경계를 이루고 있다. 깨끗한 자연환경과 잘 보존된 소수 민족들의 전통, 태국 특유의 여유로운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할 수 있는 새로운 여행지로 떠오르고 있다.  
여행기간 2018년 5월22~28일(6박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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