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근교로 떠나는
브루어리 투어
서울을 살짝 벗어나 봤다. 이제 곧 꽃 피는 계절이 올 테니까.
새 봄을 기다리는 산뜻한 기분으로
경기 동부권 브루어리를 나들이 삼아 다녀왔다.
●세 남자의 훈훈한 맥주
굿맨 브루어리(GOOMAN BREWERY)
‘훈훈한 남자들’이 똘똘 뭉쳤다. 런던에서 만난 세 남자는 영국 크래프트 비어의 감동을 한국에 전파하고 싶다는 바람으로 구리시 동구릉 옆에 브루어리를 차렸다. 이미 맥주 맛 좋기로 SNS에서 입소문이 난 굿맨 브루어리는 영국과 벨기에 스타일 브루잉을 접할 수 있는 곳이다. 부드러운 풍미를 지닌 영국 맥주와 오랜 역사의 깊은 맛이 느껴지는 벨기에 맥주를 한국식으로 풀어냈다. 대개 영국과 벨기에식 맥주는 우리 입맛에 다소 밍밍하게 느껴지는데, 이를 보완해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청량감을 가미한 것. 굿맨 브루어리의 맥주는 현재 8종으로 그중 페일(Pale)과 앰버(Amber), 블랙(Black)은 일반 크래프트 비어보다 도수가 낮아 식전주나 데일리로 마시기 좋다. 이곳에는 실제 프랑스 와이너리에서 공수해 온 오크 배럴이 보관된 배럴 룸이 있는데, 와인 공부를 하다 브루어가 된 굿맨 브루어리의 창업자 조현두 브루어의 감각이 돋보이는 공간이다. 배럴에서 숙성된 2종의 세종(Saison)은 페퍼민트와 히비스커스, 레몬그라스 향이 가미돼 오크 특유의 나무 향과 가벼운 탄산감이 적절한 균형을 이룬다.
굿맨 브루어리 투어를 마친 후에는 제품 구입이 가능하다. 올해 하반기쯤엔 람빅(Lambic)과 사워(Sour), 플랜더스 레드 에일(Flanders Red Ale)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영국 현지 브루어리에서 갈고 닦은 노하우와 맛깔스러운 맥주가 곁들여진 굿맨의 스토리를 듣고 있자면, 서울을 벗어나 이곳까지 찾아온 보람이 절로 넘친다.
굿맨 브루어리
주소: 경기도 구리시 동구릉로 389번길 46-4
오픈: 월~금요일 10:00~17:00, 토요일 12:00~15:00
홈페이지: goodmanbrewery.co.kr
●대한민국 1세대 브루어리
카브루(KABREW)
수자원 보호구역이자 식수원인 청평호가 있는 곳. 가평에 터를 잡은 카브루는 대한민국 1세대 크래프트 비어 브루어리다. 2000년부터 양조를 시작한 이곳은 맥주 업계에서는 알아주는 선구자이자 지금의 크래프트 비어 열풍을 이끌어 온 브루어리 중 하나다. 2016년 육가공업체 진주햄이 인수한 이후 미국과 홍콩에 크래프트 비어를 수출하기 시작하면서 인지도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브루어리 입구에 보이는 꼬리가 아홉 달린 구미호는 카브루의 상징이다. 전설 속 ‘변신의 귀재’인 구미호처럼 맥주 맛을 각양각색으로 구현하겠다는 카브루의 정신을 담고 있다고. 카브루에서는 20여 종이 넘는 맥주를 두 개의 브루어리에서 나눠 양조하는데, 그중 시그니처 맥주는 모자익 아이피에이(Mosaic IPA)다. 모자익 홉*의 상큼한 시트러스 향이 느껴지는 메뉴로, 기존의 아이페이보다 씁쓸한 맛이 덜해 처음 크래프트 비어를 접하는 사람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따스한 봄에 어울리는 맥주로는 피치 에일(Peach Ale)을 추천한다. 복숭아 원액을 첨가해 싱그러운 향과 청량감이 감돌아 이성에게 ‘작업 맥주’로도 제격이다. 브루어가 직접 안내하는 브루어리 투어도 카브루에서 꼭 경험해야 할 코스. 다가오는 5월이면 카브루가 주최하는 ‘제2회 가평수제맥주축제 in 자라섬’도 열린다니, 봄나들이 코스로 이만치 맛있는 코스가 또 있을까?
*모자익 홉│감귤, 장미, 블루베리 등의 향을 가진 홉의 종류. IPA 중 가장 대중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카브루
주소: 경기도 가평군 청평면 상천리 수리재길 17
전화: 02 3143 4082
홈페이지: kabrew.co.kr
브루어리 투어│수제맥주 생산시설 견학과 비어클래스, 맥주 시음 코스로 구성. 야유회 및 워크숍 장소로도 대관 가능하며, 사전예약 및 시간협의 후 방문할 것.
●맥아와 손맛의 진정성
더 핸드앤몰트(The Hand and Malt)
세계적인 맥주 전문가들이 선정한 맥주 콘테스트 ‘인터내셔널 비어 컵(International Beer Cup) 2015’에서 은상 수상, 국내 맥주 전문가들이 모인 ‘비어 마스터 클럽(Beer Master Club) 2015’에서 최고의 국내 브루어리로 선정. 이토록 화려한 이력의 브루어리가 경기도 남양주시에 있다. 더 핸드앤몰트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원재료인 ‘맥아’와 이를 다루는 ‘손맛’을 한껏 살려 최고의 맥주 맛을 추구하는 브루어리다. 최고뿐 아니라 ‘최초’라는 타이틀도 여럿 갖고 있다. 국내 최초 김치 유산균 맥주 개발, 국내 최초 배럴 에이지드(Barrel Aged) 프로그램, 국내 최초 한국에서 재배한 홉을 사용한 맥주 출시, 크래프트 비어 최초 캔 맥주 출시 등. 그동안 더 핸드앤몰트는 유쾌한 실험적 시도를 거듭해 왔다.
더 핸드앤몰트의 대표 맥주는 슬로우 아이피에이(Slow IPA)와 애플 사이더(Apple Cider). 슬로우 아이피에이는 4.6도의 저알콜 맥주로 황금빛 빛깔에 시트러스 아로마 향이 완벽하게 스며들어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맛이 특징이다. 애플 사이더는 더 핸드앤몰트가 크래프트 사과주(Craft Cider) 회사를 설립한 후 출시한 메뉴로, 글루텐 프리(Gluten Free)의 천연 사과만으로 양조한 6.7도의 상큼한 과실주다. 커피를 좋아한다면 2016년 12월 커피 리브레(Coffe Libre)와의 컬래버레이션으로 탄생한 겨울 IPA(Winter IPA)를 마셔 보자. 원두의 진한 향과 맥주의 조화가 이색적이다. 브루어리 투어 후에는 더 핸드앤몰트의 캔 맥주 제품을 시중 판매가보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데, 한지로 디자인된 제품 패키지가 독특하다. 지인을 위한, 혹은 나를 위한 선물로 양손 가득 맥주를 들고 돌아오는 길이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다.
더 핸드앤몰트
주소: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 폭포로 361-1
오픈: 월~금요일 10:00~16:00(주말 휴무, 최소 2일 전 사전 예약 필수)
전화: 031 593 6258
홈페이지: thehandandmalt.com
브루어리 투어│매주 토요일 사전 예약제로 8인 이상시 진행, 목요일까지 예약 가능. 2만원(테이스팅, 시음 포함)
info@thehandandmalt.com
*글을 쓴 오윤희 트래비스트는 여행과 맥주를 두루 좋아하는 직장인이다. <트래비>에 브루어리를 소개한다는 명목으로 맥주에 푹 빠져 사는 중이다. 올 한 해는 전국 방방곡곡 브루어리를 다니며 맥주 여행에 대한 글을 쓸 예정이다.
글 Traviest 오윤희 에디터 김예지 기자
사진 카브루, 굿맨브루어리, 더핸드앤몰트, Traviest 오윤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