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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비 매거진 Nov 30. 2018

이탈리아 남부 소도시에서 찾은
진짜 이탈리아의 맛

나폴리, 소렌토, 아말피의 맛집 여행

정겨운 골목과 이국적인 바다.
이탈리아 남부 소도시 여행을 빛내는 요소들 중에서도 미식은 단연 돋보인다.


나폴리 거리의 전형적인 모습. 창가에널린 빨래들


미식의 의미 
나폴리 Napoli


나폴리가 이탈리아 3대 도시로 우뚝 서 있는 이유는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이탈리아 음식들의 탄생지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나폴리를 표현할 때 손가락을 모아 입에 대고 키스하는 시늉을 하며 ‘맛의 천국’이라는 표현을 쓴다. 생애 최고로 맛있는 음식을 즐기려면 나폴리로 가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나폴리에서 꼭 경험해야 할 뜨라또리아(Trattoria), 가정식 레스토랑, 피제리아(Pizzeria), 피자집, 파스티체리아(Pasticceria), 베이커리는 최소  3대 이상 내려온 곳들로 젊은 세대들이 오래 전 할머니 레시피를 고수하며 가족사업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그만큼 나폴리 사람들은 맛있는 음식을 만들고 먹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그들이 보여 주는 음식에 대한 자부심과 순수한 열정은 정말 대단하다.  



나폴리의 특별한 피자들


피자의 탄생지, 나폴리에 방문해서 처음 즐겨야 하는 음식은 당연히 피자다. 피자가 탄생한 곳에서 ‘전통’ 피자를 맛보는 것은 가장 소박하면서도 특별한 미식여행이 될 것이다. 피자이올로(Pizzaiolo)라고 불리는 피자 장인들은 나폴리 음식 문화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들이다. 이탈리아 전역을 넘어 세계적으로 뻗어 나가 피자를 국제적인 음식으로 알린 장본인들이기 때문이다.


피자이올로가 화덕에 구워 만드는 마르게리타 피자


하얀 옷을 입은 이들이 반죽에 토마토소스와 모짜렐라 치즈, 올리브 오일을 두르고 마지막으로 바질리코(Basilico), 바질를 올린 후 화덕으로 굽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피자의 고향에 왔다는 실감이 난다. 



나폴리에서 탄생한 피자의 기본은 마르게리타(Margherita)다. 토마토소스, 모짜렐라 치즈, 바질리코 이 간단한 세 가지 재료만으로 이런 맛을 낼 수 있다니. 실제로 이 심플한 피자가 로컬들 사이에서는 가장 인기 있는 메뉴다. 



일반 모짜렐라보다 더 깊고 강한 치즈 맛을 느끼고 싶다면 모짜렐라 디 부팔라(Mozzarella di Bufala)*가 들어간 마르게리타 디 부팔라(Margherita di Bufala) 피자를 추천한다. 마르게리타 피자는 세계 어디에서 맛볼 수 있지만 튀긴 피자라는 뜻의 ‘프리따(Pizza Fritta)’는 여기 나폴리에서만 맛볼 수 있다. 마르게리타와 피자 프리따를 같이 맛보는 순간 이것이 바로 나폴리의 맛이구나 싶다.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는 나폴리는 진정한 미식 도시다. 점심시간이 지나 배가 출출해질 때쯤 스트리트 푸드를 사기 위해 줄을 서는 로컬들을 볼 수 있다. 

감자와 모짜렐라 치즈를 섞어 버무린 후 튀긴 크로케(Crocche), 스파게티보다 굵은 면인 부카티니(Bucatini)와 치즈, 다진 고기와 콩으로 요리한 파스타를 튀겨 내 걸어 다니면서 먹기 좋게 만든 프리타티네(Frittatine),  쌀과 라구(Ragu) 소스* 로 만든 리조또를 오렌지 모양으로 동그랗게 튀겨 낸 아란치니(Arancini).  1~1.5유로 정도로 이렇게 다양한 재료의 파스타 요리를 즐길 수 있다니, 정말 나폴리 사람들 모두가 음식 장인들 같다. 스트리트 푸드 하나 하나에서 이탈리아 할머니의 파스타 손길이 느껴진다. 


나폴리의 전통 돌체인 ‘제폴레’와 ‘파스티에라’


나폴리에서는 식사를 마친 후 돌체(Dolce), 디저트 혹은 스위트를 즐기지 않으면 나폴리의 미식을 완벽하게 이해한 것이 아니라는 말이 있다. 이탈리아 다른 지방에서도 무척 인기 있을 만큼 나폴리의 돌체는 특별하다. 

나폴리에서만 맛볼 수 있는 대표적인 돌체로는 부드러운 빵에 럼(Rum)을 담가 촉촉하게 먹는 바바(Baba), 안에 크림을 넣고 도넛처럼 튀긴 후 달콤한 과일로 장식한 제폴레(Zeppole), 나폴리 사람들의 아침 식사를 책임지는 바삭바삭한 크루아상 스포리아텔라(Sfogliatella) 그리고 많이 달지 않으면서 부드러운 케이크인 파스티에라(Pastiera)가 있다. 

돌체는 식사 후 디저트로 즐기기도 하고 아침식사로 에스프레소에 함께 곁들이기도 한다. 여유를 내서 꼭 돌체 나폴레타나(Dolce Napoletana)라고 불리는 나폴리 돌체를 경험해 보길 바란다.  


*모짜렐라 디 부팔라 Mozzarella di Bufala 
나폴리 인근에서 생산되는 물소에서 짜낸 치즈. 최고급 품질 모짜렐라 치즈의 맛과 향이 깊다. 
*라구 Ragu 소스 
다진 고기와 토마토 소스로 만든 이탈리아 전형적인 파스타 소스



나폴리 추천 맛집


피제리아 디 마테오의 스페셜티인 마리나라 피자. 토마토소스와 오레가노, 마늘, 올리브오일만으로 만든다


로컬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곳
피제리아 디 마테오 Di Matteo  

1936년에 문을 연 피제리아 디 마테오는 나폴리에서 가장 오래되고 맛있는 피제리아로 꼽힌다. 1994년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이곳 피자를 맛보기 위해 직접 찾았을 정도로 나폴리의 명소로 알려져 있다. 피자뿐만 아니라 나폴리의 모든 스트리트 푸드를 경험할 수 있다. 로컬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보석 같은 곳이다.  
주소: Via dei Tribunali  94  


나폴리의 크리스마스 돌체, 로코코


가문의 이름 걸고 맛과 품질 보장
파스티체리아 살바토레 카파렐리 Salvaore Capparelli   

이탈리아 맛집들의 공통점은 오너의 이름을 그대로 따서 가게 이름을 지었다는 것이다. 대대로 내려오는 가족 사업인데다, 이름을 걸고 하는 만큼 맛과 품질은 보장이 된 셈. 나폴리의 모든 돌체를 최고급 퀄리티로 맛볼 수 있는 베이커리다. 
주소: Via dei Tribunali 327  




해산물 파스타의 진수 
소렌토 Sorrento


나폴리의 도시를 벗어나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 코스로 꼽히는 아말피 해안(Amalfi Costiera)이 펼쳐진다. 여유 있게 드라이브하며 미식 여행을 즐길 시간이다. 


소렌토 바다 풍경을 볼 수 있는 마리나그란데


수많은 이탈리아 남부 요리 중에서도 특히나 빠질 수 없는 것이 파스타다. 우리가 알고 있는 파스타 레시피가 바로 나폴리를 포함한 이탈리아 남부 지방에서 시작됐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파스타 요리법에 그 지역에서 생산된 신선한 해산물이 만난 곳이 소렌토다. 



소렌토-포지타노-아말피로 이어지는 약 50km 해안 도로를 달리는 동안 보이는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신선한 해산물이 기다리고 있겠구나 하고 짐작하게 된다. 직접 경험해 본 소렌토의 해산물 파스타는 최고의 요리다. 


레스토랑 ‘다 에밀리아’에서


소렌토에서 전통 해산물 요리를 즐기기 위해 꼭 방문해야 하는 곳이 있다. 1947년 소렌토의 에밀리아(Emilia) 할머니가 가정식 레시피를 바탕으로 문을 연 ‘다 에밀리아(Da Emilia)’ 레스토랑이다. 전형적인 이탈리아 남부 스타일로, 온 가족이 4대째 내려온 레스토랑을 공동 운영한다. 증손녀 에미디아(Emidia)가 운영을 맡고, 에밀리아 할머니의 레시피를 물려받은 큰 아버지가 주방을 책임진다. 



에밀리아의 주방에서 직접 만든 홈메이드 파스타와 고유 레시피로 만든 토마토소스, 소렌토 바다에서 난 해산물의 조합은 이탈리아에서 맛볼 수 있는 최상의 맛이다. 저녁시간이 되면 대가족이 주방에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무엇이 이탈리아를 미식의 나라로 만들었는지를 한눈에 보여 주는 장면이다.  




달콤한 여행의 맛 
아말피 Amalfi


아찔한 해안 절벽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푸른 바다 사이 좁고 구불구불한 해안도로를 달린다. 소렌토에서 그렇게 약 한 시간 반을 달려 도착한 곳은 아말피다. 


안드레아 판사 바 & 베이커리


이탈리아 남부 해안에는 소렌토, 포지타노, 아말피를 포함해 총 열다섯 개의 작은 마을이 있다. 그런데 하필이면 이 해안의 이름이 ‘아말피’ 해안이라는 것이 특이하지 않은가. 작지만 중요한 의미를 지닌 아말피의 가치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아말피는 오래 전부터 이탈리아 귀족들의 휴양지였던 만큼, 다른 소박한 해안 마을들과는 다르게 한층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난다. 소렌토에서 해산물 파스타를 즐겼다면, 아말피에서는 커피와 아말피식 디저트를 ‘럭셔리하게’ 맛볼 차례다. 


현재 안드레아 판사를 운영하고 있는 창업자의 6대 손자, 안드레아


아말피를 여행하다 보면 가장 눈에 많이 띄는 것이 레몬이다. 상점에 진열된 작은 장식품부터 레스토랑의 메뉴까지 레몬을 빼놓고 아말피를 논할 수 없을 정도다. 아말피는 이탈리아 레몬의 대표 생산지다. 레몬으로 과연 얼마나,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싶지만 고향에서 나는 고유한 재료들로 최고의 음식을 만들어 내는 것이 ‘이탈리안 스피릿(Italian Spirit)’이다.    


아말피에서 생산된 신선한 레몬


아말피 레몬으로 만든 디저트 알코올 리몬첼로(Limoncello)를 꼭 맛보아야 한다. 레몬과 알코올을 적절히 조합해 만든 리몬첼로는 식사 후 소화를 돕기 위해 한 잔씩 마시기도 하고 그와 어울리는 돌체를 곁들이기도 한다. 이탈리아 남부에서 시작한 리몬첼로는 곧 이탈리아 전역으로 퍼졌고, 국민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아말피 해안에서만 맛볼 수 있는 돌체는 델리지아 알 리모네Delizia al Limone(레몬에서 온 기쁨, 레몬의 좋은 맛이라는 이중의 뜻을 가진 돌체)다. 마치 구름 한 점을 먹는 듯한 부드러움과 레몬의 상큼함이 한데 어우러진다. 



델지리아 알 리모네를 만드는 아말피 대표 맛집은 1830년 안드레아 판사(Andrea Pansa) 할아버지가 문을 연 후 6대째 내려오고 있는 파스티체리아 ‘안드레아 판사’. 창업자의 이름을 그대로 딴, 이탈리아 전역에서 명성이 자자한 바(bar)다. 현재 6대 손자인 안드레아가 운영하고 있으며 할아버지가 했던 그대로 정통 아말피 스타일의 레몬 디저트 레시피를 고수하고 있다. 



안드레아의 집 정원에서 직접 가꾸는 레몬으로 매일 아침 델리지아 알 리모네를 만들어 낸다. 안드레아 판사 바의 야외 테이블에 앉아 에스프레소 한 잔과 델리지아 알 리모네를 즐겨 보자. 왜 이곳이 아말피 해안의 하이라이트인지, 이내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글·사진 김예름, 에디터 김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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