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여행의 묘미는 1일 1마사지 아니겠는가.
이렇게 뼛속까지 찬바람이 파고드는 날이면 이불 속에서 귤을 까먹는 일보다 더 간절해진다.
방콕에는 가성비 좋은 마사지 숍부터 럭셔리 스파 숍까지 선택지가 다양한데, 그중에서도 좀 더 특별한 마사지 메뉴 몇 가지를 체험해 봤다.
마사지 좀 받아본 에디터의 리얼 체험 후기다.
마사지사 두 명이 동시에 꾹꾹
포 핸즈 타이 마사지(Four Hands Thai Massage, 60분)
방콕 렛츠 릴렉스 스파 트리트먼트(Let's Relax Spa Treatments in Bangkok)
메뉴 이름이 좀 특이하다 싶었다. 메뉴를 영문으로 읽으니 이해가 된다. ‘포 핸즈 타이 마사지’는 ‘네 개의 손’ 그러니까 마사지사 두 명이 동시에 지압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예약 전 유튜브에 검색하니 정말 두 명이 동시에 양쪽 어깨를 부드럽게 문지르며 마사지하는 영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픈 부위를 꾹꾹 눌러주는 손길에 개운함을 느끼면서 동시에 다른 아픈 부위도 함께 눌러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왔던 터라 예약에 망설임은 없었다.
사실 포 핸즈 타이 마사지는 방콕에 있는 다수의 마사지 숍에서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에디터가 예약한 곳은 렛츠 릴렉스 스파 트리트먼트로 방콕에서 가장 유명한 마사지 숍 중 한 곳이다. 방콕에만 12개 지점을 운영한다. 지난해 오픈 20주년을 맞이했을 정도로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이곳에서의 포 핸즈 타이 마사지는 오일을 사용하지 않는 타이 전통 마사지다. 보통의 마사지는 후면(등)부터 시작하는데, 여기에서는 곧바로 누운 상태에서 팔과 다리부터 지압한다. 한 명은 팔을, 다른 한 명은 다리를 맡았다.
포 핸즈 타이 마사지의 질을 결정하는 요인은 두 사람의 호흡이다. 지압과 누르는 속도가 비슷해야 어색함 없이 매끄러운 테라피가 가능해 보였다. 장점이라면 마사지를 한 시간 받아도 효과는 두 시간짜리와 비슷하다는 것(물론 가격도 두 배다).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면 집중도가 떨어진다는 점이다. 마사지사가 누르는 혈점에 따라 온 신경이 집중되기 마련이지만, 두 명이 동시에 진행하다보니 결린 근육이 풀어지는 순간을 느끼는 데 집중하기란 조금 어려웠기 때문.
복잡한 생각은 내려두세요
오피스 신드롬 치료(Office Syndrome Remedy, 120분)
디바나 너쳐 스파(Divana Nurture Spa)
이름부터 마음에 쏙 들었다. 사회에서 쌓인 온갖 독소를 뿌리 채 뽑아내고 곤두 서 있는 신경을 차분하게 안정시켜줄 것만 같은 메뉴였다. 디바나 너쳐 스파의 오피스 신드롬 치료 마사지는 120분의 넉넉한 시간으로 진행된다. 마사지에 앞서 자스민, 로즈, 레몬글라스 등 아로마 오일 중 본인에게 필요한 오일을 선택하는데, 나의 경우 스트레스 완화에 탁월하다는 로즈 오일을 택했다.
오피스 신드롬 치료 마사지는 책상에 오래 앉아서 생길 수 있는 어깨 뭉침과 부종 등을 치료하는 데 집중한다. 그래서 주로 머리, 뒷목, 어깨, 등을 위주로 혈점을 집어 공을 들여 눌러준다. 특히 다리는 너무 세게 누르기보다 중간 정도의 압으로 부드럽게 마사지하는 점이 좋았다.
손으로 근육을 풀어준 다음에는 다양한 허브를 배합해 뜨겁게 달군 허벌 볼(Herbal ball)로 곳곳을 자근자근 눌러준다. 허벌 볼은 태국 전통 치료법으로 허브 향과 따뜻한 온도로 근육을 부드럽게 자극하면서 원활한 기의 흐름을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너무 자극적인 마사지라기보다 부드럽고 안정적이며 차분한 스타일로 치료 후에는 몸이 한결 가벼워진 걸 느낄 수 있다.
태아처럼 편안하게 ‘둥둥’
플로팅 트리트먼트(Floating Treatment, 1시간)
방콕 플로트 센터(Bangkok Float Center)
플로팅 트리트먼트는 정말이지 생소했다. 마치 거대한 알처럼 생긴 기계 안으로 들어가 물에 둥둥 떠 있는 테라피인데, 태아가 스트레스 없이 엄마 뱃속에서 편안한 자세를 취하는 것에서 착안했다고. 약 60년 전 미국에서 처음 개발됐지만 아직도 한국에서는 생소한 테라피다.
물에 뜰 수 있는 이유는 엡솜(Epsom) 소금을 약 300kg이나 물에 넣어 염분이 높기 때문이다. 엡솜 소금은 마그네슘과 황이 다량 함유돼 있어 피부에 무척 좋고 두통이나 신경통, 근육 이완에 탁월한 효과를 자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차 적응이나 수면을 돕는 데에도 효과가 있단다.
개인 트리트먼트룸에는 거대한 플로팅 팟과 샤워실이 마련돼 있다. 샤워 후 이어 플러그를 귀에 꼽고 팟 안에 들어가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누우면 된다. 물에 떠 있는 동안에는 불필요한 근육의 사용이 줄어든다. 때문에 올바른 자세로 교정에도 좋다고. 알몸으로 진행하는 테라피라 돕는 이는 없다. 물에 들어가 스스로 팟의 헤드를 내려 닫고 조명을 조절하면 된다. 시작 후 약 10분 동안은 안정을 돕는 음악이 흘러나오고 50분 동안에는 고요한 상태를 유지한다. 생각을 버리고 그저 편안하게 떠 있는 것만으로도 심리 안정 치료가 되는 셈.
사실 플로팅 트리트먼트가 처음이라면 매우 어색하다. 이게 뭔가 싶기도 하다. 무념무상도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플로팅 트리트먼트는 최소 3번 이상 받아야 적응이 돼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센터에서는 마사지로 근육을 풀어준 후에 플로팅 트리트먼트를 받는 걸 추천했다. 나중에는 살짝 잠이 들 정도로 적응하긴 했지만 그보다 만족스러웠던 건 온천욕을 한 것보다 더 보드라워진 피부였다.
방콕에 플로팅 트리트먼트가 가능한 곳은 플로트 센터가 유일하다. 쇼디씨몰 4층에 위치해 있으며 예약이 필수다. 테라피는 1시간 또는 1시간30분 중 선택할 수 있다.
인생 마사지를 만나다
아유르베다(Ayurveda, 120분)
오아시스 스파(Oasis Spa)
아유르베다는 인도 전통 의학 요법이다. 수 천 년 전 인도 고대 의학으로 그 체계나 근본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매우 복잡하지만, 심신계의 균형을 회복시키는 데 집중하는 치료라고 볼 수 있다. 인도에서는 개개인의 신체 상황에 따라 치료의 목적으로 활용되는데, 아유르베다에서 영감을 얻은 마사지만으로도 심신을 안정시키고 원활한 기의 흐름을 도울 수 있다.
방콕 오아시스 스파에서는 태국 방식으로 개조한 아유르베다 마사지 메뉴를 선보인다. 아유르베다 테라피에는 올리브 오일을 중심으로 다양한 꽃과 허브를 섞은 오일 약 1리터를 사용한다. 처음 시작할 때 5~10분 정도 얼굴 마사지를 가볍게 진행한 후 고요한 상태에서 따뜻한 온도의 오일을 이마에 톡톡 떨어뜨린다.
자연스럽게 머리카락 속으로 흘러들어간 오일로 두피를 문지르고 꾹꾹 누르는 마사지를 무려 50분 가까이 유지한다. 스트레스가 가장 몰려 있는 뒷목과 관자놀이를 특히 집중적으로 풀어주고 귓바퀴 뒤쪽의 혈점까지 시원하게 눌러주기 때문에 두피 마사지만으로도 온몸이 개운해지는 기분.
몇 시간이고 받아도 좋을 것만 같은 두피 마사지가 끝나면 나머지 시간은 바디 테라피로 진행된다. 마사지사는 따뜻한 오일을 부어가며 매우 조심스럽게 느린 템포로 하지만 적당한 강도로 손을 오르락내리락 움직이는 경락 마사지를 진행한다. 1리터의 오일은 특히 건조한 머리카락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데 탁월하다고.
천국 같았던 2시간이 지나면 마사지사가 미리 적당한 온도를 체크해 목욕을 위한 물을 틀어준다. 전체적으로 어느 것 하나 흠 잡을 데 없었던 아유르베다는 개인적으로 인생 마사지에 등극했다.
오아시스 스파는 방콕에서 이미 유명한 럭셔리 스파 숍이다. 친절한 환대와 서비스마저 감동이다. 한적하고 조용한 스쿰빗 31과 51 두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방콕에서 ‘괜찮다’ 싶은 마사지 숍은 사전 예약이 필수다. 홈페이지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예약할 수도 있지만 나의 경우 클룩(KLOOK)에서 예약했다. 공식 홈페이지보다 저렴하고 무엇보다 앱으로 결제는 물론 모바일 바우처만 제시하면 되는 편리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앞서 체험한 네 가지 메뉴 외에도 다양한 스파 숍 이용권을 판매하고 있다.
글 손고은 기자, 사진 손고은 기자, 클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