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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해외여행

여러가지 매력이 어우러진 도시
호주 멜버른

by 트래비 매거진
누구 말을 믿어야 하는지, 만나는 이마다 말이 다르다.

‘정원의 도시에 온 걸 환영해요!’,
‘남반구의 유럽에 온 기분이 어때요?’,
‘정말 커피의 도시답죠?’
혹시 몇 달간 몇 개국을 여행하며
들은 이야기라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한 도시 그리고 하루, 전부 멜버른에서 들은 인사다.


06.jpg?type=w1200 공원과 도시가 반반 섞여 있는 멜버른의 전경


멜버른은 실제로 그랬다. 멀끔한 차림으로 앉아 커피를 마시는 이들 뒤론 온몸에 페인트 가득 묻힌 그래피티 아티스트들이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묵직한 중압감이 느껴지는 유럽풍 건물 뒤로는 고층빌딩이 수두룩 펼쳐진다. 강이 흘렀고, 정원도 있더라. 걸음걸음마다 풍경이 달라지니 혼란스럽다.

때마침 퍼즐처럼 쪼개진 멜버른의 장면들을 맞춰 주는 존재가 등장했다. 바로 길 한가운데를 달리는 트램(Tram)이다. 멜버른 시내 근교에는 약 190개의 트램 정류장이 있다. ‘프리 트램존’에서 트램을 탑승할 경우 무료로 이용이 가능하니 멜버른 ‘통근러’들에게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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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램의 종류는 1889년부터 달려온 1세대, 신과 구의 구분이 모호한 2세대, 누가 봐도 요즘 것인 3세대로 나뉜다. 1세대 트램은 세월 탓에 몸이 성하지 않아 일부 구간만 짧게 운행하고 있다. 만약 1세대 트램을 탑승하고 싶다면 ‘플린더즈 스트리트역(Flinders Street Station)’으로 향하면 된다.


04.jpg?type=w1200 퀸 빅토리아 마켓을 자전거로 가로지르는 라이더


1911년 세워진 플린더즈 스트리트역은 호주에서 가장 오래된 기차역인 동시에 세계에서 네 번째로 긴 기차역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그 길이만 약 708m, 멜버른의 현관은 참으로 긴 셈이다.

플린더즈 스트리트역은 지상 전철과 지하철 메트로폴리탄이 만나는 곳이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이곳을 거친다. 밤이면 외벽에 설치된 조명이 역사를 환히 비춘다. 특히 노란 외벽의 시계탑은 ‘런던의 빅벤’이라 해도 믿을 듯하다.


05.jpg?type=w1200 런던의 빅벤이라 해도 무방한 플린더즈 스트리트역 시계탑


닮은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멜버른은 과거 1850년대 골드러시로 흥한 도시다. 눈앞의 일확천금이 아른거리니 세계각지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이후 1880년대, 대영제국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로 성장했고 오늘날 빅토리아 시대 건물이 고스란히 멜버른에 남게 된 것이다.

현재 호주 빅토리아주는 ‘빅토리안 헤리티지 레지스터(Victorian Heritage Register)’라는 법을 제정해 역사적인 건물들을 보존하고 있다. 국가의 허가 없인 시공이나 보수가 불가하다. 설사 본인 소유라도. 건물주의 눈물 덕분에 좀 더 생생히 과거를 거닐어 볼 수 있는 셈이다.


03.jpg?type=w1200 떨어지는 햇살에 노릇하게 구워진 야라강변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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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린더즈 스트리트역 뒤편으로는 야라강(Yarra River)이 흐른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첼로를 튕기고, 자전거 페달을 밟는다. 강변에 널브러진 채 행복을 소화시키고 있는 이들도 보인다. 코알라처럼. 잠시 커피나 한잔 마실 겸 근처 카페에 들렀다. 잊고 있었다. 멜버른의 또 다른 별명은 ‘커피의 도시’다. 호주에는 한국에서 흔한 두 가지가 없다. 첫 번째, 커피 체인점이다. 단순하고 획일화된 커피는 한사코 거부한다. 다양한 카페들이 제각각 특별한 커피를 만들어 내니, 멜버른에서만큼은 “어디 커피 마실까?”라는 질문이 스타벅스도 두 손 든 난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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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아메리카노가 없다. 대신 롱 블랙이 있다. 에스프레소 샷에 뜨거운 물을 더하는 아메리카노와 달리 롱 블랙은 물에 에스프레소 샷을 더한다. 앞뒤만 바뀌었을 뿐인데 풍미는 확연히 다르다. 크레마와 물의 양이 차이를 만든다고 한다. 멜버른 야라강 앞에서 한 모금 들이킨 롱 블랙은 조금 다른 것 같기도. 한강에서 먹는 맥주가 좀 더 맛있는 것처럼.




멜버른의 부엌
퀸 빅토리아 마켓(Queen Victoria Mark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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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잘 차려진 만찬보다 투박하게 올려 낸 백반이 매력적인 법, 시장도 마찬가지다. 매번 정리정돈된 백화점만 찾아다니면 언제 활기를 느낄 수 있겠나. 1859년에 문을 연 퀸 빅토리아 마켓은 멜버른에서 가장 나이 많은 시장이다. 가장 오래된 만큼 다채로워 ‘멜버른의 부엌’이라고도 불린단다.

각종 기념품부터, 육류, 수산물, 의료, 잡화 등 다양한 상품들을 살펴보고 있으니 문뜩 남대문 시장이 떠오른다. 매주 수요일에는 야시장이 펼쳐진다. 흥겨운 공연은 물론, 푸드트럭도 가득 들어찬다.
야시장 오픈|11~3월(여름 시즌), 7~8월(겨울 시즌) 17:00~22:00



글·사진 강화송 기자
취재협조 에어아시아, 호주 빅토리아주 관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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