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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해외여행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
그레이트 오션 로드

호주 빅토리아주 여행

by 트래비 매거진
달리는 건 차요. 배기는 건 엉덩이요.
멜버른을 출발한 지 2시간은 진작 지났을 거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를 달리는 중이었다.


호주 해안을 따라 드라이브를 나서면 그 길이가 무려 3만5,000km에 달한다. 그중 하이라이트라고 불리는 구간은 243km, ‘죽기 전에 꼭 가 봐야 할 곳’이라 불리는 그레이트 오션 로드다. 도대체 무슨 매력이 있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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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트 오션 로드는 빅토리아주 토키(Torquay)에서 워넘불(Warrnambool)까지 이어지는 해안도로다. 1932년 완공된 그레이트 오션 로드는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군인들을 위한 ‘고용 창출 프로젝트’ 사업이었다. 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시작한 대공사는 약 13년간, 무려 3,000명의 노동력으로 완성됐다. 자연이 만들어 낸 작품을 구경하기 위해 그 긴 해안도로를 사람이 만들어낸 셈이다. 그들이 얼마나 고생했을지는 직접 그레이트 오션 로드에 내려 보면 체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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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하루 종일 차량으로 이동한 탓에 멀미를 좀 앓고 있었다. 멀미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곧바로 사그라졌는데, 아름다움 때문이 7할, 감당 못 할 바람 때문이 3할이었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는 바다의 차가운 바람과 내륙의 따뜻한 바람이 만나는 구간이다. 이 바람은 파도를 일으켜 정말 매섭게 절벽들을 때려댄다. 오랜 세월 맨몸으로 바람과 파도를 받아 내고 있는 석회암 바위들은 깎이고 깎여 돌기둥의 형태로 남았다. 런던 브릿지, 깁슨 스텝스, 로크아드 고지 그리고 12사도 등의 이름이 붙여진 바위가 대표적이다.




%ED%81%AC%EA%B8%B0%EB%B3%80%ED%99%982p.JPG?type=w1200 그레이트 오션 로드 상공에서 내려다본 12사도상


12사도상은 오래 남아 주길


바다에 줄지어 솟아 있는 바위들의 모습이 마치 ‘예수의 열두 제자’와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아마 국내였다면 십이지신(十二支神)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하나하나 수를 헤아려 보니 너그럽게 보면 8개. 아니, 7개가 정확한 듯하다. 2005년, 몰아치는 바람과 파도를 견디지 못하고 제자 중 한 명이 순교해 그 흔적만 작게 남았으니 말이다. 나머지 4명의 사도는 통 눈에 보이질 않는다. 거센 바람을 못 이겨 끝내 순교했는지, 순례 중일지는 모를 일이다. 실제로 절벽은 일 년에 2.5cm씩 침식되고 있다. 그러니, 먼 훗날 순례를 마친 사도가 문뜩 솟아 있거나 새로운 사도가 서 있을지도 모르겠다.


%EA%B7%B8%EB%A0%88%EC%9D%B4%ED%8A%B8_%EC%98%A4%EC%85%98%EB%A1%9C%EB%93%9C_-13.JPG?type=w1200 붉게 물들기 시작하는 12사도 해양 국립공원


“조금 더 가면 ‘런던브릿지’라는 침식 지형이 나와요. 예전까지만 해도 육지와 이어져 있어서 왔다갔다 할 수 있었죠. 근데 1990년 1월15일 안쪽 상판이 무너져 내리면서 바다 위에 떠 있는 아치가 되어 버렸어요. 12사도 바위들도 최근 파도로 밑동이 가늘어지고 있어요. 언제 없어질지 모른다는 소리죠. 빨리 눈에 담아 놓으세요.” 가이드가 이야기를 더한다. 정말 정확한 이야기다. 파도와 바람이 멈추지 않는 이상, 바위들은 분명 없어질 것이다. 어쩌면 새로운 걸작을 위해 자연이 스스로 만든 작품을 허무는 중일지도 모르겠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에서는 지금도 8명의 사도가 가차 없이 불어대는 바람과 파도에 맞서고 있다. 당신이 오기만을 기다리면서.




그레이트 오션 로드, 이렇게 보면 더 좋아요


한눈에 보고 싶다면 헬기투어
아무리 땅에서 높이 올라도, 날아가는 새보다 멀리 볼 수는 없다. 헬기에 올라 12사도를 내려다보니 그 차이가 확연히 느껴진다. 약 15분 비행에 약 150호주달러. 비싸다. 그런데 만족감으로 따진다면 충분히 지불할 만한 가치가 있다. 즉 가성비가 좋다. 헬기에 오르기 전, 구명조끼와 기본적인 주의사항을 숙지해야 한다. 비상상황은 언제나 발생할 수 있는 법이니까. 헬기 탑승시에는 앞좌석을 사수하는 것이 좋다. 전방 180도 내 어느 곳으로든 풍경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뒷좌석에 탑승해야 한다면 좌, 우가 좋다. 우측 좌석은 출발 직후, 좌측은 돌아올 때 제대로 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중간만 가자는 말, 여기서는 최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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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가까이 깁슨 스텝스
그레이트 오션 로드에는 로크아드 협곡(The Loch Ard Gorge), 레이져백(The Razorback) 등 다양한 절경 포인트들이 존재한다. 그중 깁슨 스텝스는 가까이에서 12사도 바위 중 하나를 만나 볼 수 있는 포인트다. 계단을 차근히 밟고 내려가면 강한 파도로 인해 안개가 자욱하다. 해 질 무렵, 햇빛이 파도 알갱이에 반사될 때면 그야말로 황금빛 풍경을 카메라에 담아낼 수 있다. 갑작스럽게 밀려오는 파도에 유의하며 최대한 가까이 12사도 바위에 다가서 보길.



이렇게 찍어 보세요, 그레이트 오션 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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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멋진 곳에서 사진을 ‘못’ 찍는다는 건 정말 슬픈 일이다. 특히 헬기투어는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 버리니 미리 카메라 세팅을 해놓는 것이 좋다. 셔터스피드 우선 모드 혹은 매뉴얼 모드를 사용해야 한다. 내부와 외부의 노출, 헬기의 프로펠러, 흔들림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직접 찍어 보니 1/800초 이상이면 충분하다. 해가 어중간히 져 가는 시점에 깁슨 스텝스를 찾았다면 화이트밸런스를 6400K정도로 맞춰 촬영하면 파도 알갱이에 반사된 빛을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다.




travel info


Weather
멜버른의 계절은 한국과 반대다. 기본적으로 온화한 기후다. 여름철 햇볕은 강하지만 습하지 않아 그늘에 들어서면 시원함이 느껴지는 정도. 겨울 역시 영하로 내려가는 일이 거의 없어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꼽힌다. 여름 시즌은 보통 12~2월, 겨울은 6~8월이다. 12~2월은 멜버른을 여행하기 가장 좋은 시기다.

Visa
호주를 여행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출국 전 비자를 발급 받아야 한다. 비자는 한국인의 경우 3개월 이내 관광, 업무 목적의 방문인 경우 온라인으로도 간단히 신청할 수 있다. 호주 비자의 유효기간은 발급일로부터 12개월, 최대 체류 가능 기간은 90일로 유효기간 내에는 재입국이 가능하다.



글·사진 강화송 기자
취재협조 에어아시아, 호주 빅토리아주 관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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