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무사히 가야 할 텐데. 기도하고 타야겠습니다.” 일전에 어떤 유튜버가 해외에서 여행 중 국내선 프로펠러 비행기로 갈아타며 하는 말이었다. 그는 자신이 최신 터보프롭* 비행기를 탄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구식 비행기라 불안하다며 엄살을 피웠다. 처음엔 알면서 재미를 위해 ‘오버’하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도가 넘는 엄살에 ‘정말로 저렇게 생각하는 건가?’ 싶었다. 하긴 실제로 많은 사람이 그렇게 오해하기도 한다.
우리는 막연히 프로펠러기는 옛날 비행기이고 제트기는 최신 비행기라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사실이 아니다. 프로펠러의 유무는 비행기 운항 특성에 맞춘 효율을 고려한 결과일 뿐이지 기술의 차이는 아니다. 단거리, 저공을 주로 비행할 때는 프로펠러기가 장거리, 고공을 빠르게 비행할 때는 제트기가 적합한 것일 뿐이다.
겉과 속은 다르다
프로펠러 엔진이든 제트엔진이든 초창기 기종의 경우, 겉이 비슷해 보여도 요즘 엔진과는 속이 완전히 다르다. 특히 프로펠러 엔진의 경우가 그렇다. 구식 프로펠러기의 엔진은 왕복 엔진, 즉 자동차와 같은 피스톤 방식의 내연기관이다. 그래서 고장이 잦거나 공기가 희박한 고공에서 제대로 작동이 안 된다든가 하는 문제가 있었다. 이런 단점들은 꾸준히 개선됐지만, 어느 순간 여전히 무거우면서 효율이 떨어지는 한계에 달했다. 개인 수집가들이 고이 모셔 놓은 클래식 비행기가 아니라면 지금 우리가 이런 비행기에 오를 일은 없다.
이후 아예 프로펠러 없이 연소 가스를 직접 뿜어대는 제트 엔진이 등장했다. 1949년 데뷔한 세계 최초의 제트여객기 코멧(Comet)은 프로펠러 없는 세련된 ‘외모’로 당시 최첨단 기술의 상징이었다. 진동과 소음이 획기적으로 줄어들고도 더 빨라진 제트 엔진의 여객기에 승객들은 열광했다. 하지만 항공사 입장에서는 기름값이 무척 부담스러웠는데 그나마 멀리 갈 때는 빠른 속도를 봐서 눈감아줄 수 있었지만, 가까운 곳을 갈 때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격이었다. 그래서 단거리 저속 구간용으로 자리를 잡은 게 프로펠러의 경제성과 제트엔진의 장점을 결합한 터보프롭엔진 비행기다(사실 제트엔진보다 고안은 먼저 되었다). 보통 시속 700km 이하의 ‘저속’에서는 제트엔진보다 프로펠러 엔진이 효율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트엔진의 ‘실상’
프로펠러가 없는 제트엔진은 더욱 진보된 추진 장치처럼 보이지만 꼭 그런 것도 아니다. 오늘날의 여객기에 달린 터보팬 제트엔진은 엄밀히 보면 프로펠러와 제트엔진을 합친 형태인데 이제는 프로펠러기와 제트기가 서로 닮아가는 느낌이다(기술적으로는 분명 다르다). 제트엔진을 앞쪽에서 보면 엔진 앞 안쪽에 큰 팬이 돌아가는 게 보인다. 이 팬은 엔진의 연소에 필요한 압축공기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주로 하지만, 프로펠러처럼 비행기에 추진력을 주는 일도 한다. 엔진에 팬이 들어가 있어서 터보팬 엔진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반전이 있는데 이 프로펠러처럼 생긴 팬이 만들어내는 추진력의 비중이 정작 가스 분사보다 훨씬 크다는 점이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제트여객기도 프로펠러기에 덮개를 씌운 것이라 해도 될 정도다.
팬이 크면 클수록 추진력이 좋아지고 또 이 팬이 만들어내는 공기의 흐름이 엔진 중심축에서 분사되는 가스를 둘러싸 엔진 소음도 작게 해준다. 게다가 연비도 좋아진다. 그래서 오늘날 나오는 최신 기종일수록 엔진의 크기(팬의 지름)가 점점 커지는 추세다. 단순히 출력이 크기 때문에 엔진의 크기가 커지는 건 아니란 말씀! 반면 옛날 제트여객기들의 엔진을 보면 요즘의 오동통한 엔진과 달리, 마치 시가처럼 길쭉한 형태다. 바로 이 팬이 없고 있더라도 작기 때문이다.
오해가 만든 선입견
사람들이 프로펠러 비행기를 싫어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지에 따른 선입견 그리고 실제로 창문 밖에서 위협적(?)으로 돌고 있는 프로펠러에 대한 거부감일 것이다. 또 프로펠러는 고속으로 회전할 때 특유의 공기를 가르는 소음이 나는데 이 역시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 부분이다. 하지만 소음은 주로 이착륙 때 등 일부 단계에서 발생할 뿐이다. 사실 익숙해서 그렇지 이건 제트기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일부는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프로펠러기의 흔들림이 심해서 싫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것 역시 프로펠러기가 주로 단거리 기종이라 기체가 좀 더 작고 기상의 영향을 많이 받는 낮은 고도로 다녀서일 뿐, 프로펠러기의 약점은 아니다.
국내에 저비용항공사가 처음 등장한 2000년대 중반에는 터보프롭기를 볼 수 있었으나 지금은 모두 사라졌다. 많은 이들이 한국에서 프로펠러기가 ‘퇴출’ 당한 이유는 국내 승객들이 선호하지 않아서라고 믿고 있지만 이건 다분히 승객의 바람(?)일 뿐 기종의 선택은 승객의 취향으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국내 저비용항공사들이 국제선 확장까지 눈을 돌리고 있었기에 장거리 운항이 가능한 제트여객기로 교체했다는 ‘썰’이 보다 설득력 있어 보인다. 앞으로는 여행에서 혹시 프로펠러 비행기를 타게 되더라도 괜히 혼자 긴장하지는 말자. 물론 혹시라도 정말 옛날 프로펠러 비행기를 만난다면 얘기가 조금 달라지겠지만.
*유호상은 어드벤처 액티비티를 즐기는 여행가이자 항공미디어 에디터로 활동 중이다.
글 유호상
편집 트래비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