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비 매거진 9월호 소개
떴습니다. 80%, 금액으로는 대략 20만원의 할인이었습니다. 얼른 ‘장바구니에 담기’ 버튼을 눌렀죠. 하지만 결제 버튼까지 진행하지는 못했습니다. 꼭꼭 숨어 있던 양심 혹은 애국심이 이 일본 브랜드의 구매를 막아선 것이죠. 단호하게 거부했다고 말하기는 좀 민망한 것이, 사고 싶었던 품목이 하필 침구류라, 며칠 동안 잠자리에 누울 때마다 눈앞에 아른거렸던 것이 사실입니다.
불매 운동은 여행에서 가장 큰 파급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일본의 구석구석을 가장 많이 여행하던 이들이, 바로 이웃 나라의 우리들이었으니까요. ‘맛 좀 봐라’ 싶으면서도, 씁쓸하기도 합니다.
한국의 일본 전문 여행사 직원들은 때아닌 휴가에 들어가야 했으니까요. ‘어려운 시기지만 잘 견뎌내 보자’며 서로를 격려하는 여행업계 내부의 목소리도 들립니다. 모두가 피해자인 것 같은 이 갈등에서 이익을 취하려는 자들이 괘씸할 따름입니다.
할인 품목은 며칠 만에 사라졌습니다. 재고가 다 소진되었고, 저의 고민도 자동으로 ‘비우기’가 되었죠. 일본 여행은 여전히 ‘보류’에 담겨 있습니다. 당당히 취소했다는 사람도 있지만, 눈치가 보여 가지 못했다는 사람도 있으니 현실은 꽤 복잡합니다. 그래도 양국이 서로에게 여행하기 위험한 국가가 되어버리는 일만큼은 없어야겠죠. 정치적 행위가 사람에 대한 증오로 변질되면 안 되니까요.
추석 연휴를 두고 꽤 고민하셨을 겁니다. 마음의 장바구니에 넣어 두셨던 여행지가 일본이었다면, 대체 품목을 알려드립니다. 급하게 떠나도 여유를 찾을 수 있는 늦여름 호캉스를 준비했습니다. 가을이라 더 좋은 국내 여행은 어떠신가요.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캠핑, 미식, 드로잉 등을 주제로 한 여행 특강도 준비했습니다. 입추가 지나면 더위가 거짓말처럼 물러가듯, 크고 작은 근심들도 곧 자동으로 비워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트래비> 부편집장 천소현
CONTENTS
September 2019 vol.331
Travel + Vie
12 editor’s letter
14 gracias
16 event 가을 여행주간 여행클래스
17 Travie x CGV 여행으로 먹고사는 방법
18 travelship <트래비>만의 뉴스 읽기
22 calendar 9월 여행 달력
24 editor’s choice 9월 해외축제
26 editor’s choice 9월 국내축제
81 Special Story 여름이 가도 좋은 이유, 늦캉스
꿈쩍도 하기 싫었던 여름이 옅어지자, 스멀스멀 휴가 생각이 피어납니다. 늦캉스족에겐 언제나 리조트가 답이죠. 어디로 가야 하나 고민 중이실까 봐 새로 오픈한 리조트와 신박한 프로그램을 모아 봤습니다. 해외면 어떻고, 국내면 어떻겠습니까. 지금 떠나서 당신이 누리게 될 모든 것은, 당신이 원하던 바로 그것입니다.
28 India 인도를 바라는 이유
인도가 세상의 일부인 것은, 세상에는 기적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믿지 않았던 기적을 믿게 되었다. 인도에서 보았던 모든 것이 그 이유다.
42 Austria 알프스부터 도시까지, 잘츠부르크
예술과 음악의 도시 잘츠부르크를 한껏 탐험했다.?도시를 조금만 벗어나면 알프스 산맥이 우뚝하고 마을과 호수와 산은 호젓한 동시에 웅장했다.?잘츠부르크는 그렇게 다채로웠다.
56 Canada 호수 위에 멈춘 시간, 온타리오
캐나다 동쪽, 토론토를 시작으로 호숫가를 타고 돌았다. 호수의 유속은 바다의 그것보다 좀 느려서 서툴러도 나아갈 수 있다. 서두르지 않아도 좋은 여행이었다.
102 Russia 줄 수 있는 건 낭만뿐
수십 개의 강과 운하에 노란 불빛이 내려앉았다. 여름이면 부지런하지 못한 해 덕분에 밤하늘은 붉다. 상트페테르부르크가 가진 건 낭만뿐이었다.
114 예천 물빛 바람이 이는 예천
안도현 시인의 고향을 찾았다. 다시 예천으로 돌아온 시인과 함께 그가 뛰놀던 서원을 여행하고 풍경 같은 시 낭송을 들었다. 길에는 시원한 물빛 바람이 일었다.
70 interview 온 지구를 돌아 하늘을 날다
이동진 모험가는 자신의 경험을 세상에 알리고자 영화제작자가 됐고, 하늘을 날고 싶어 파일럿이 됐다. 전혀 쉬워 보이지 않는 도전들을 척척 해내는 그의 비결은 사실 아주 단순했다.
74 gallery 낯설지만 낯설지 않은 그 길
중국 운남성과 사천성의 차와 티베트의 말을 교환하던 험준한 교역로. 해발 4,000m가 넘는 높이에 펼쳐진 능선과 절벽을 깎아 만든 길을 거닐었다.
98 photo essay 후보정으로도 바꿀 수 없는 것들
비약적으로 발전한 후보정 프로그램도 결코 바꾸지 못하는 사진의 영역이 여전히 있다. 결국엔 카메라를 든 이가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들이다.
100 aircraft 오른쪽 문으로 타면 안 될까요?
항공기 탑승을 위해 길게 늘어진 줄에 서서 필자는 문득 궁금해졌다. 왜 항공기는 타고 내릴 때 왼쪽 문만 이용하게 된 걸까.
110 cafe 애매하니 좋잖아, 서교동
애매한 요일과 계절이다. 카페인지 갤러리인지 가게인지 정체가 불분명한 서교동의 한 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뭐든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모호함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116 island 가을, 섬을 걷다
세상에서 가장 넓은 하늘은 섬에 있다. 그래서 가을엔 섬으로 가야 한다. 섬의 길은 하늘뿐 아니라 바다도 품고 있다.
118 gourmet road 마포, 맛의 꽃길을 걷다
합정역 성지길에서부터 양화로까지 꽃처럼 놓인 맛집을 훑었다. 피자 챔피언이 만든 마르게리따 한 판과 돼지로 우려 낸 맑은 곰탕, 위가 턱없이 부족했다.
Besides
80 campaign 구름 위의 정원으로
122 news 컬처·북
124 health 마시면 회복이 될까?
126 gift 정기구독자 선물
127 traviest <트래비> 8월호 리뷰
128 recent travel 스위스
130 talk b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