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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여행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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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비 매거진 Sep 10. 2019

애매해서 더 편하게 다가오는
서교동 카페 3


어차피 이도저도 아닐 거면 그냥 머물러 보기로 했다.
대중없게, 뭐든 할 수 있을 정도로.




아무래도 애매한 수요일이다. 한여름도 완연한 가을도 아닌 달, 기분상 긴팔을 입었지만 체감상 땀이 나는 날. 달달한 아이스 한 잔이 그리워도 번잡해지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 점에서 서교동은 반반이었다. 홍대 쪽으로 갈수록 복잡해지고 합정과 망원에 가까워질수록 한적해지니 후자로 턴. 멀지 않은 곳에서 적지를 찾았다. 편집 숍 같기도 하고 갤러리 같기도 한 카페에 자리를 잡고 아이스 초코를 시켰다. 서교동이 모호해 지도에 찍어 보니 모양이 새 같다. 날개를 펴니 좋다.



만나서 즐거웠어
헬로굿바이 HELLO, GOODBYE


새하얀 외관에 끌려 들어갔더니 카페만은 아니다. 셀렉트 숍 겸 카페인 헬로굿바이는 한 캐릭터 라이센싱 기업이 운영하는 라이프스타일 공간이다. 갤러리 같은 콘셉트가 아니라 갤러리이기도 하다. 



동화작가, 자수작가 등 아티스트들과의 협력으로 벽면과 굿즈에 매번 변화를 주니 갈 때마다 다른 느낌이 날 수밖에. 독특한 메뉴보다는 그냥 아무 때나 가서 아무 커피나 한 잔 시켜 놓고 오래오래 머물고 싶은 공간에 힘이 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해답의 책’이 놓였다. 질문을 생각하고 책을 펴 보는 식인데, 서로 다른 질문을 두고 두 번을 들췄지만 돌아오는 해답은 하나같이 ‘서두르지 마시오.’ 헬로와 굿바이 사이 공백이 쉼표보다는 길었던 이유다.



▼Editor’s TIP
조용한 골목에 있지만 주변에 맛집이 포진해 있다. 건물 바로 옆에 라자냐로 유명한 ‘카밀로 라자네리아(Camillo Laganeria)’, 맞은편엔 뚱뚱한 베이글의 성지 ‘포비(FOURB)’가 있다.


주소: 서울 마포구 동교로12길 41
영업시간: 매일 10:30~21:30
전화: 02 336 3020




시고 부드러웠던 오후
낮인더무드 NOT IN THE MOOD


창이 신성하다. 유럽 성당과 같은 카페 분위기는 외벽을 뚫어 낸 색색의 스테인드글라스에서 온다. 낮인더무드는 여러모로 작지만 신선하다. 



스페셜티 원두를 사용한 드립커피에서부터. 쌉쌀한 다크 초콜릿이냐, 화사한 과일이냐, 고소한 넛츠와 코코넛이냐, 취향에 따라 a, b, c 무드를 택하면 한 잔씩 정성껏 원두를 내려 준다. 지난 5월 말 문을 연 낮인더무드가 빠르게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데는 커피도 커피지만 브런치가 컸다. 

실패 없이 무난한 메뉴 중에서도 쫀득한 크레이프 위에 감자, 베이컨, 계란 등을 올린 프랑스 간식 ‘갈레트(Galette)’가 특히나 특색 있다. 취향은 b, 낮의 무드는 산미가 좀 강했다. 프렌치토스트 옆에 누운 바나나와 풀 위에 앉은 리코타 치즈만큼이나 부드러웠다.


▼Editor’s TIP
여럿이보다는 혼자 혹은 2~3명이 가는 게 좋겠다. 프레임에 어떻게 담느냐에 따라 한없이 돋보일 수 있는 공간이다.


주소: 서울 마포구 독막로3길 24-9
영업시간: 월~토요일 11:00~21:00(일요일, 셋째 주 월요일 휴무)




잠시나마 제주였다
랑데자뷰 RENDEJA-VOUS


어차피 빛이 없다면 불을 낮추리. 돌담으로 둘러싸인 랑데자뷰는 제주의 밤과 같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이 정도가 맘을 편안하게 만드는 것이다. 



쨍하지도 컴컴하지도 않은 조명이 제주 감성을 밝히고 발에 차이는 나무 조각들(톱밥처럼 빼곡 깔렸다)이 아스팔트와는 많이 달랐다는 얘기는, 자칫 여행 기분이 난다는 말이다. 메뉴도 일관성 있게 제주로 간다. 

랑데자뷰의 시그니처 메뉴는 카페 이름의 탈을 쓰고 카라멜 마키아토 맛과 비슷한 ‘랑데자뷰’. 녹차라떼와 자몽주스는 보기에 찍기에 마시기에 좋은 선택이다. 랑데자뷰 상수점은 서교점에 없는 루프 톱이 딸렸다는데. 가을이 오고 있다. 


▼Editor’s TIP
뻔뻔해질 수 있다는 장점과 그래서 배가 아플 수 있다는 단점 하나. 커플 혹은 인증샷을 찍는 여자 손님들이 많으니 웬만하면 브로맨스는 피하자.


주소: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27길 21
영업시간: 매일 12:00~23:00
전화: 070 4242 5656



글 김예지 기자 사진 강화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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