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캐리어
델시
1970년, 과거의 여행객들은 슈트 가방을 들춰 메고 여행에 나섰다. 미국의 가방 제조업자 버나드 새도우는 어느 날 공항에서 짐꾼들이 수레바퀴를 사용해 짐을 옮기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그리곤 외쳤다, ‘유레카!’ 그는 곧장 트렁크 바닥에 바퀴 4개를 장착했고, 유연한 소재의 손잡이 1개를 부착했다.
편했지만 큰 문제가 있었다. 좁은 바닥면에 달린 바퀴가 여행 가방의 무게를 지탱하지 못하고 뒤집혔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1946년 에멘델 헤이와 세인헤브 형제가 설립한 프랑스 회사 ‘델시(Delsey)’가 해결했다.
이 브랜드에서 1972년, 최초로 두 개의 바퀴에 단단한 트롤리 케이스를 결합한 지금 형태의 캐리어를 만들었다. 미국에 샘소나이트가 있다면, 유럽에 델시가 있다고 할 정도로 인정받은 밑바탕엔 오랜 전통이 튼튼한 바퀴처럼 지탱하고 있는 셈이다.
최초의 패키지여행
토마스 쿡
최초의 패키지여행은 1841년, 토마스 쿡이 영국 레스터에서 러프버러까지 왕복 열차와 점심 그리고 관광이 포함된 여행 상품을 판매하며 시작됐다.
하지만 초창기 실적이 부진하자, 여행상품과 결합한 단체 할인 열차 상품을 출시했다. 열차 탑승 요금 정도만 지불하면 점심도 먹고 여행도 할 수 있으니 사람들의 반응은 당연히 폭발적! 이후 토마스 쿡은 자신의 이름을 딴 여행사를 설립하고 파리 박람회에서 최초의 해외 패키지여행을 개발하며 여행 산업의 전설로 기록되었다. 그랬던 토마스 쿡 여행사는 최근 들어 인터넷 여행사에 밀려 적자를 기록하다 결국 파산했고, 이후 중국 회사에 인수되고 말았다.
최초의 면세점
아일랜드 섀넌 공항
저렴한 면세점 쇼핑은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문뜩 궁금하다.
면세점은 어느 공항에서 최초로 시작되었을까.
항속 거리(항공기가 한 번의 급유로 비행할 수 있는 최장 거리)가 짧은 1940년대, 미국과 유럽을 오가던 비행기들은 유럽 가장 서쪽에 위치한 아일랜드 섀넌 공항(Ireland Shannon Airport)에서 급유를 해야 했다.
덕분에 공항은 늘 대기하는 환승객들로 넘쳤다. 공항 직원인 브랜든 오리건은 어떻게 하면 환승객들의 편의를 높일 수 있을까 고민하다 ‘출국장은 공식적으로 그 나라를 떠난 상태이기에 세금 부과의 의무 또한 적용되지 않는다’라는 법률에 의거해 면세점 사업을 창안했다. 면세점은 오픈과 동시에 환승객들이 몰려와 대박 행진을 이뤄냈고, 이로써 순식간에 전 세계 공항으로 퍼지게 되었다고.
최초의 저비용항공사
사우스웨스트 항공
항공 산업의 구도를 바꿔 놓은 저비용항공사(LCC) 중 최초는 어디일까? 1970년대 미국에는 항공권 가격 하한제가 있어서 국적 항공사들이 호텔 부럽지 않은 초호화 기내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신 항공 요금은 고공비행을 계속했었다.
이후 항공사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가격 규제가 풀리자 불필요한 기내 서비스와 라운지 등을 없애는 방법으로 요금을 낮춘 ‘사우스웨스트항공(Southwest Airlines)’이 등장했다. 특히 저렴한 미국 국내선 요금으로 승객들을 모아들여 짧은 기간 안에 국내선 수송 세계 1위, 수송인수 세계 3위 등을 기록하며 세계 최고의 저가 항공사로 발돋움했다.
최초의 국내 5성급 호텔
조선호텔
1914년 개관한 조선호텔(현 웨스틴조선호텔)은 한국 최초의 5성급 호텔이다. 프랑스식과 한국식을 겸한 호텔로 방마다 욕실, 전화, 난방 시설을 갖추고 있었으니 당시로는 초호화 시설이었다. 얼마나 고급스러웠는지 머무는 서양인마다 호텔의 시설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고 전해질 정도.
호텔 1층에 위치한 대규모 사교실과 프랑스식 식당에서는 또 다른 최초 기록들이 탄생했는데, 최초의 아이스크림, 최초의 엘리베이터, 최초의 댄스파티, 최초의 기자회견 등이 그것이다. 그 역사를 이어받은 웨스틴조선호텔은 여전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호텔이다.
최초의 항공연맹
스타얼라이언스
뭉쳐야 산다. 항공사들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 항공권 가격 규제가 풀리면서 경쟁이 치열해지자 저비용항공사(LCC)의 반대편에 있는 풀서비스항공사(FSC)는 다른 묘책이 필요했다.
1997년, 루프트한자, 유나이티드항공, 에어캐나다, 타이항공, 스칸디나비아항공이 모여 항공기 구입과 라운지 비용 절감, 허브 공항 확대를 위해 ‘스타얼라이언스(Staralliance)’라는 최초의 항공연맹을 만들었다.
이후 아시아나항공 등이 가입하며 현재 26개 항공사가 소속된 세계 최대 항공연맹으로 성장했다. 항공연맹의 등장은 항공여행자에게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충성도가 높은 고객을 얻었고 탑승객의 입장에서는 라운지 및 마일리지를 교차 이용할 수 있어서 기업과 소비자 모두가 만족한 마케팅 전략이었다. 요즘은 그 마일리지가 항공사 입장에서는 골칫거리가 되었지만 말이다.
최초의 세계일주
마젤란 & 칼 부쉬비
1519년 9월20일, 마젤란은 자신을 포함해 265명을 태운 5척의 함대를 이끌고 최초의 ‘세계 일주 항해’를 떠난다. 남아메리카 남단을 돌아 태평양을 통과해 1521년 3월6일 괌에 도착했지만 4월27일 필리핀 원주민과의 전투 중 사망하게 된다. 그해 9월5일, 1,080일 동안의 세계일주 항해가 끝났다. 생존 인원은 후안 세바스티안 엘카노, 안토니오 피가페타 등 18명, 무려 247명의 목숨을 희생해 얻어낸 결과다.
그렇다면 과연 완전한 인력으로 세계 일주를 달성한 사람이 있을까. 오늘까지 인력 세계 일주 달성자는 아직까지 없지만 기대를 걸어 볼 만한 사람이 한 명 있다. 칼 부쉬비다. 그는 1998년 11월1일 영국에서의 첫 발걸음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세계를 걷고 있다. 극한의 바다로 불리는 베링 해협을 도보로 건넌 최초의 사람이기도 하다. 그가 현재와 같은 속도로 걸을 경우 2021년 영국에 도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도전에 성공한다면 역사상 처음으로 걸어서 지구 한 바퀴를 일주한 기록을 세우게 되는 셈이다. 1년 남았다.
Record
세계일주를 하는 데 걸리는 최단 시간은?
두 가지 기록이 있다. 첫 번째는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발견 500주년을 맞아 1995년 에어프랑스에서 승객 80명을 태우고 ‘31시간 27분 49초’ 만에 세계일주를 한 것이다. 그렇다면 특별한 행사가 아닐 경우는 얼마나 빠르게 세계일주를 할 수 있을까?
2018년 앤드류 피셔는 상하이, 오클랜드, 부에노스 아이에스, 암스테르담, 다시 상하이로 오는 세계일주를 ‘52시간 34분’ 만에 성공했다. 그가 이처럼 빠른 기록을 세울 수 있었던 비결은, 에티하드항공의 부회장 출신이라 모든 항공 스케줄을 꿰차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정리 박경호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