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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해외여행

금빛 불탑과 명상의 도시,
미얀마 양곤

by 트래비 매거진

인도차이나 반도에 남은 숨은 보석이라는 수식어가 전혀 아깝지 않은 곳.
미얀마에 벌써 세 번째 여권 도장을 찍고 오는 길이다.


02.jpg?type=w1200 미얀마의 상징인 쉐다곤 파고다


금빛 불탑과 명상의 도시
양곤 Yang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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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글라바(Minglaba)!” 미얀마식 인사말에 오랫동안 잊고 지낸 첫사랑을 만난 것처럼 가슴이 두근거렸다. 새벽녘 찬 공기가 금세 따스한 온기로 채워지며 발걸음이 좀 가벼워졌다. 숙소를 떠난 지 10분 남짓 됐을까. 어두컴컴한 거리에 황금빛 사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미얀마의 상징인 쉐다곤 파고다(Shwedagon Pagoda)다.


3.jpg?type=w1200 마치 황금 도시를 걷는 듯한 기분에 빠졌다. 그곳에서 만난 어린 아이의 눈망울이 순수하다


쉐다곤 파고다는 멀리서도 발견할 수 있을 만큼 고고한 금빛을 품고 있다. 높이 100m, 둘레 426m에 달하는 거대한 불탑 외관이 전부 금으로 뒤덮여 있다. 탑 꼭대기에는 수천개의 다이아몬드와 루비, 사파이어, 에메랄드 등 각종 보석이 빼곡해 마치 보물탑을 연상시킨다.

파고다 주위를 둘러싼 작은 불탑들마저 모두 금으로 치장되어 있어, 해가 떠오를 때면 찬란하게 빛난다. 독실한 불교 신자인 미얀마 사람들의 불심이 이런 황금빛을 만들어 냈으리라. 불탑 주변을 돌며 ‘지금 나는 황금 도시를 걷고 있어’라고 몇 번을 되뇌었는지 모른다.


3-1.jpg?type=w1200 황금빛 불탑 사이로 떠오르는 태양과 한 줄로 나란히 서서 정갈하게 비질하는 사람들


이제 막 여명이 걷히기 시작했지만 파고다 안은 바닥에 앉아 기도를 드리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사람들이 모여드는 건 눈에 보이는 화려함 때문이 아니다. 미얀마에서 가장 오래된 불탑이자 석가모니의 머리카락을 담고 있는 귀한 장소이기 때문이다. 마음속 보이지 않는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불심이 이들을 매일같이 이곳으로 이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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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작은 불상 주위로 사람들이 쉼 없이 물을 뿌려대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불상마다 다른 요일이 적혀 있는 것도 특이했다.

어떤 의식일까 궁금하던 찰나에 동행한 뚜레인씨가 태어난 요일을 물어 왔다. 갑자기 생년월일도 아니고 요일이라니? “미얀마 사람들은 태어난 날짜는 몰라도 요일은 다 알아요. 각자 태어난 요일 앞에서 부처님께 성수를 끼얹으며 축원을 드리는 거죠.”

그의 말이 떨어지기가 바쁘게 일행들이 스마트 폰을 꺼내 검색하기 시작했다. 어느새 태양이 세상을 온통 황금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마음에 평안을 찾아 떠나는 여정


05.jpg?type=w1200 세계 10대 명상 센터로 꼽히는 마하시 명상 센터


마하시 명상 센터(Mahasi Meditation Center)는 이번 여행에서 기대가 컸던 곳 중 하나였다. 미얀마에 유명한 명상 센터가 많다는 것은 알았지만 매번 아쉬움만 남기고 돌아와야 했기 때문이다.

2,600년 불교 역사를 이어 온 미얀마에서는 석가모니가 수행했던 위파사나 명상법을 따른다. 위파사나는 자신의 마음을 관찰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이를 통해 깨달음을 얻는 것이다. 미얀마에 위파사나 명상 센터가 여러 곳 있지만 그중 세계 10대 명상 센터로 꼽히는 마하시 명상 센터가 유명하다.

약 8만2,600m2(2만5,000평) 규모의 부지에 들어선 100여 개 건물 안에서 매일 수많은 사람들이 수행을 한다. 외국인 명상 수행도 가능해 여행자도 잠시 머물며 마음의 평안을 찾는 여정에 동참할 수 있다.


05-1.jpg?type=w1200 명상 센터에서 만난 미얀마 사람들. 이들에겐 명상이 낯설고 먼 단어가 아니다


명상 수련은 여러 명이 함께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때마침 전 세계 승려들이 모이는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덕분에 스님과 독대하며 위파사나 명상을 체험하는 행운을 누릴 수 있었다.

몸을 편히 하고 앉아서 “흐르는 생각을 애써 내쫓거나 붙잡아 두지 말고 내 마음을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세요.” 스님의 가르침에 따라 눈을 감고 호흡을 정돈했다.

그리고 가만히 마음이 전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고요한 침묵과 평온함이 흐르던 그 순간이 영원처럼 느껴졌다.

마하시 명상 센터
주소: No.16, Thathana Yeiktha Street, Bahan Township, Yangon
전화: +95 1 541971
홈페이지: www.mahasi.org.mm



글 정은주 사진 이승무 에디터 김예지 기자
취재협조 한-아세안센터(한국과 아세안 10개국 정부간 설립한 경제 및 사회 문화 분야 협력증진을 위한 국제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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