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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비 매거진 Mar 20. 2017

[여행사진의 기술] #2

인생도 타이밍! 여행사진도 타이밍! 골목 사진 잘 찍는 법.

여행에서 사진은 떼려야 뗄 수가 없다. 

누구나 여행지에서 멋진 사진을 남겨 오고 싶고 촬영에 집중하는 시대. 하지만 당신의 여행사진이 마음에 안 든다면? 카메라 탓을 하고 싶겠지만 요즘 디지털카메라들이 오죽 좋은가? 원인은 모두 당신에게 있다. 당신이 담아 온 여행사진을 누군가 보는 순간, 그곳에 가고 싶어 항공권을 예매하게 만들 매혹적인 여행사진의 기술! 이번 호부터 차근차근 천기누설해보겠다.  


고양이는 우연이었을까?


왼쪽 사진을 처음 보는 순간 어떤 느낌이 들었는가? 그림처럼 빨간 집에 먼저 시선이 갔겠지만 이내 오른쪽 아래에서 걸어오는 황색 고양이가 눈에 띄었을 것이다. 그리고 벽과 창가에 정성스럽게 가꾼 붉은 꽃들과 정갈하게 걸려 있는 빗자루까지도! 이 사진은 수로와 원색의 집들이 아름다운 이탈리아 부라노섬에서 촬영한 스냅사진이다.


이런 사진을 보는 경우 대부분 사진을 찍은 사람이 우연히 찍었을 것이라 생각하기 마련이다. 길을 걷다 우연히 예쁜 집을 발견했고 때마침 고양이 한 마리가 지나간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찰칵! 운이 좋았으니 이런 사진을 찍을 것이라 생각되겠지만 천만의 말씀! 이 사진은 철저하게 계산된 준비 속에서 탄생했다.


부라노섬을 가장 대표할 수 있는 풍경은 이런 원색의 집들. 처음 부라노섬에 도착해 약 1시간가량 셔터를 누르지 않고 골목골목 산책을 했더랬다. 아무 집이나 찍는 것이 아니라 그중에서 페인트칠이 예쁘고 문에 단 스트라이프 커튼과 아기자기한 장식이 가장 예쁜 집을 몇 군데 점찍어 두었다. 그리고 자주 눈에 띄는 동네의 고양이들이 어떤 성향을 갖고, 또 어떤 동선으로 다니는지 관찰해 보았다. 섬의 고양이들이 비교적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았고, 이날 날씨가 무척 더웠기에 집 아래 그늘로만 다니는 성향을 분석해낼 수 있었다.


원색의 집 아래로 고양이가 유유하게 지나가는 모습. 부라노섬의 집들은 누구나 촬영하기에 그렇게 고양이가 더해지면 더 특별한 프레임이 탄생하겠다는 생각과 함께 점찍어 놓은 집 중 가장 예쁜 패턴이 있는 집 앞에 자리를 잡고 기다렸다.


집과 너무 가까이 있으면 고양이가 도망갈 수 있으므로 좀 멀찍이 떨어져 망원렌즈인 85mm 렌즈를 카메라 바디에 물렸다. 그리고 촬영자는 양지에 있었지만, 집 쪽은 광량이 부족한 그늘이었기에 고양이가 나타났을 때 움직임이 흔들릴 수 있으므로 ISO감도를 400까지 올리고 조리개는 밝으면서도 심도가 지나치게 얕게 나오지 않을 정도인 F5.6로 설정했다. 움직이는 고양이에 빨리 대응하기 위해 촬영모드를 간편한 조리개우선AV 모드로 했고 당연히 연사 설정으로 드라이브 모드를 바꿨음은 물론이다.  


그렇게 자리를 잡고 기다리자 불과 몇 분 뒤 예상했던 대로 황색 고양이 한 마리가 오른쪽에 나타났다. 최대한 렌즈를 집 벽면과 평행하게 만든 뒤 고양이가 프레임 속에 나타나는 순간부터 ‘촤르륵!’ 연사로 열 컷 이상을 찍었다. 그렇게 촬영한 사진 중 고양이 위치와 동작이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이 바로 왼쪽 사진.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한 장의 사진이 탄생하기까지는 이런 고민과 예측이 필수적이다. 


촬영지 | 이탈리아 부라노, 카메라 | Canon EOS 5D Mark II, 초점거리 85mm, 촬영모드 AV(조리개우선)모드, ISO 400, 조리개 f5.6, 셔터스피드 1/200초   





여행지의 매력을 여과 없이 표현하는 골목 사진 


우리가 여행에서 날씨나 시간에 관계없이 가장 손쉽게 담을 수 있는 사진은 바로 이렇게 골목이나 거리에서 담는 사진이다. 그리고 사막이나 오지를 가지 않는 이상 대부분 도심에 자주 머무르기에 여행에서 가장 많이 만나게 되는 풍경은 골목이나 거리이기 마련이다. 그래서 골목이나 거리 사진은 그 여행지의 삶과 문화를 가장 여과 없이 보여 준다. 또한 현재의 모습뿐 아니라 과거의 시간까지 투영하는 상징성을 띄게 된다. 이런 골목 사진은 우연히 담게 되는 듯하지만 관찰력과 인내심을 조금만 발휘한다면, 그리고 약간의 행운만 더해진다면 당신도 매혹적인 여행사진을 담을 수 있다. 

일본 오사카 나카자키초.

삶의 더께가 덕지덕지 붙은 골목은 지저분한 곳도 많다. 하지만 밤이 되면 낭만적인 분위기가 살아나는데 한 선술집의 붉은 등이 그런 분위기를 연출했다. 초점거리가 긴 망원렌즈를 선택해 뒷배경을 압축 처리하고 초점은 붉은 등에 맞춘 뒤 퇴근하는 샐러리맨이 나타나길 기다렸다. 그리하여 탄생한 이 사진에 제목을 붙이자면 억지스럽지만 ‘아버지의 퇴근길’. 


미얀마 인레.

골목에서 촬영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종으로 촬영할 것이냐, 횡으로 촬영할 것이냐’이다. 오사카 나카자키초에서 촬영한 사진이 종 방향으로 촬영했다면 이 미얀마 스님의 사진은 횡 방향으로 촬영한 사진이다. 촬영자가 앞으로 가게 되는 종 방향은 망원렌즈로. 촬영자의 양 옆을 촬영하는 횡 방향은 초점거리 35~50mm 정도의 표준렌즈가 좋다. 횡 방향으로 촬영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렌즈 면과 촬영 대상의 배경이 평행을 이뤄야 한다는 것. 그래야 왜곡이 없는 사진을 담을 수 있다. 


독일 뮌헨 마리엔 광장.

이날 오후 갑자기 소나기가 내렸고 바닥에는 물이 고였다. 해가 질 무렵 비가 그쳤는데 이렇게 비가 온 다음에는 반영 사진을 촬영할 절호의 찬스다. 초점거리가 짧은 렌즈로 넓게 화각을 잡고, 카메라를 바닥에 바짝 낮춘 다음 자전거가 올 때마다 연사 모드로 셔터를 눌렀다. 


인도 조드푸르의 블루시티 골목.

파란 페인트가 칠해진 집들이 끊임없이 있는 블루시티. 마침 축제가 열렸는지 바닥에는 파란색과 대비되는 분홍빛 물감 가루가 소복이 떨어져 있었다. 그 대비를 촬영하고 있는데 갑자기 나타난 파란 봉지와 분홍 봉지를 든 아저씨. 의도치 않은 절묘한 골목 사진이 탄생했다. 이렇게 때로는 생각지도 않은 행운이 멋진 여행사진을 찍을 수 있게 도와준다. 


인도 바라나시의 한 골목.

이른 아침이나 늦은 오후에는 그림자와 바닥의 질감을 노리면 좋다. 할머니가 지팡이를 짚고 가는 뒷모습을 실루엣으로 처리했고, 화이트밸런스를 ‘그늘(캘빈값 7,000)’로 해서 따뜻하고 노란 느낌을 더 강조했다.  




멋진 골목 사진을 위해 준비할 것 


① 작고 가벼운 카메라를 쓰자

꼭 골목이 아니더라도 여행용 카메라는 가벼운 것을 쓰는 게 진리다. 순간적인 대응을 빨리 하고 지치지 않으려면 작고 가벼운 카메라를 쓰자. 렌즈 일체형인 콤팩트카메라가 좋겠지만 요즘은 스마트폰의 카메라 기능이 워낙 좋기에 굳이 콤팩트카메라보다는 렌즈를 교체할 수 있는 미러리스 카메라가 더 좋다. 


② 렌즈는 가급적 밝은 렌즈로  

골목은 그늘이 지거나 어두울 때가 많다. 움직임을 순간 포착해야 할 때도 많다. 이럴 때 사진이 흔들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최대 개방 조리개값이 밝은 렌즈를 쓰는 게 좋다. 휴대하기 간편하며 밝은 렌즈들은 초점거리가 하나인 단렌즈들이 대부분. 조리개값이 밝은 35mm, 50mm, 85mm, 135mm 렌즈들을 추천한다. 


③ 촬영모드는 조리개우선AV 모드로  

정적인 풍경 촬영이라면 얼마든지 노출을 매뉴얼 모드로 잡아도 좋다. 하지만 변수가 많은 골목에서는 매뉴얼 모드로 촬영하면 순간을 놓칠 수도 있고, 또 의도치 않고 노출 부족이나 노출 과다 사진을 찍게 될 수도 있다. 적정 노출은 카메라에 맡기고 ISO와 조리개값만 조절하며 간편하게 촬영하도록 한다. 이럴 때 카메라의 측광 잘못으로 인해 사진이 생각보다 밝거나 어둡게 나올 수 있는데, 노출보정(+/-) 버튼을 이용해 밝기를 조절할 수 있다. 


④ 셔터스피드는 1/초점거리 이상으로  

초보자들이 조리개우선모드로 촬영을 하다 가장 많이 범하는 실수는 셔터스피드를 신경 안 쓰는 것이다. 카메라가 셔터스피드를 알아서 정해 준다 하더라도 흔들리는 것까지 신경써 줄 만큼 똑똑하지도 관대하지도 않다. 손으로 들고 찍을 때 흔들림을 방지하는 셔터스피드는 항상 ‘1/초점거리’ 초 이상으로 생각하면 된다. 예를 들어 50mm 렌즈로 촬영한다면 1/50초, 100mm 렌즈로 촬영한다면 1/100초 이상을 항상 확보하며 촬영하면 된다. 


⑤ 종 방향과 횡 방향을 구분하자  

당연한 것이지만 골목은 앞으로는 쭉 트여 있고 양쪽은 건물이나 상가 등으로 막혀 있기 마련이다. 이런 경우 내가 걷고 있는 앞쪽 방향과 내 좌우 방향을 구분해서 촬영을 해야 한다. 앞으로 열려 있는 방향(종 방향)은 초점거리가 긴 망원렌즈 계열로, 좌우 방향(횡 방향)은 그보다 초점거리가 짧은 35~50mm 정도의 표준렌즈로 촬영을 해야 한다. 이럴 때 렌즈를 바꿔 끼우다 보면 중요한 장면을 놓치게 될 터. 욕심이 난다면 바디 두 개를 사용하되 초점거리가 짧은 가벼운 렌즈는 상대적으로 무거운 DSLR 카메라에 물리고, 초점거리가 긴 렌즈는 애초에 렌즈도 작고 가벼운 미러리스 카메라에 물리는 게 현명한 방법이다.  






여행사진가 김경우 | 10년간의 잡지 기자 생활을 마치고 틈만 나면 사진기 한 대 들고 여행을 떠난다. 여행이 좋아 발 닿는 대로 다녔으나 늦둥이 아들이 태어난 뒤, 아이에게 보여 줄 오래된 가치가 남아 있는 곳을 집중적으로 찾아다니고 있다. 윗세대로부터 물려받아 다음 세대에 물려줘야 할 소중한 것들이 아직 무한히 많이 남아 있다고 믿고 있다. www.woosra.com  


글·사진 Travie writer 김경우  에디터 트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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