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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비 매거진 Mar 20. 2017

[여행사진의 기술] #3

멋진 노을 사진 찍는 법

노을은 멋있다. 잘 찍어 보고 싶지만 어렵다. 
하늘이 허옇게 날아가거나 땅이나 건물이 새까매지기 십상이다. 
그토록 멋진 노을 사진들은 도대체 어떻게 찍는 걸까?
 


왔노라, 찍었노라, 그러나


조금만 기다리면 찾아올 단풍 시즌. 왼쪽의 사진은 단풍의 절정기에 일본 교토 기요미즈데라(淸水事), 청수사를 촬영한 사진이다. 교토에 가면 꼭 한 번 가 봐야 할 일본의 국보다. 그러나 이런 명소를 찾는 시간은 대부분 대낮이기 마련이다. 촬영에 있어 가장 중요한 광원인 해가 높이 떠 있는 시간에는 그림자가 짙고 빛이 거칠어 아름다운 사진을 찍기 힘들다.


기요미즈데라를 그렇게 밋밋하게 찍긴 싫었다. 촬영 시간도 단풍과 본당을 어우러지게 찍을 수 있는 각은 저녁 시간대가 좋다는 것을 사전조사를 통해 알아냈다. 해질 무렵 붉은 단풍과 함께 기요미즈데라를 담는 것을 목표로 세웠기에 현지에서도 계속 일기예보를 주시했다. 도착한 첫날은 흐렸고, 둘째 날은 비가 왔다. 마침내 셋째 날 비가 그치고 오후부터 개이기 시작하자 만사 제쳐두고 기요미즈데라로 달렸다.


그렇게 해가 지기 한 시간 전쯤에 찾은 촬영 포인트. 단풍은 홍염이 솟아오르듯 새빨갛고 서쪽 하늘에는 구름도 적당히 있어 생각했던 일몰 사진 찍기 최적의 상태였다. 하단부에 단풍을 넓게 깔고 최대한 시원한 느낌을 주기 위해 광각렌즈를 사용했으며 조리개는 최적의 화질이 나올 수 있는 f8을 선택했다. 해가 지고 난 뒤까지 촬영할 생각이었으므로 삼각대에 카메라를 물렸으며 촬영모드는 M매뉴얼모드를 선택했다. 그리고 보다 더 붉은 느낌을 내기 위해 화이트밸런스는 그늘 모드캘빈값 7,000를 선택했다. 노출은 단풍과 본당 건물이 드러나게 하기 위해 정확하게 적정노출로 잡았다.


“자, 이제 셔터만 누르면 기가 막힌 작품이 나오겠구나!” 확신에 찬 경쾌한 손놀림으로 누른 첫 셔터! 과연 왼쪽 사진처럼 나왔을까? 천만의 말씀! 하늘의 색감과 질감은 온데간데없고 하얗게 날아간 하늘이 찍혔다. “아차차! 노출을 너무 밝게 잡았구나!” 그래서 다음에는 노출을 적정 기준에서 좀 어둡게 설정하고 다시 셔터를 눌렀다. 이번에는 노을은 잘 표현되었지만 기요미즈데라 건물과 단풍은 새까맣게 실루엣으로 찍혔다. 해와 마주 봐야 하는 역광 사진에서 카메라는 인간의 눈만큼 명암을 잘 구분해내지 못하기에 필연적으로 생기는 노출차를 간과한 것. 그래서 여행에서 정말 멋진 노을 사진이나 일출 사진을 찍고 싶다면 꼭 필요한 것이 이 노출차의 극복이다. 그 해답은 다음 장에 있다. 


촬영지ㅣ일본 교토  

카메라ㅣCanon EOS 5D MarkⅢ, 초점거리 19mm, 촬영모드 M(매뉴얼)모드, 삼각대 사용, ISO 100, 조리개 f8.0, 셔터스피드 1/30s, 화이트밸런스 그늘, 브라케팅 3장 촬영 후 합침  

노출차, 그것이 문제로다


멋진 노을을 사진에 담기란 쉽지가 않다. 노을을 살리면 땅이나 건물이 까맣게 나오고, 땅이나 건물을 살리면 노을의 색감이나 질감은 표현되지 않고 그냥 하얗게 나오는 현상. 어떻게 극복하면 좋을까? 






노을을 잡는 4가지 방법 


1. Braketing

브라케팅 기능을 활용하자

꼭 비싼 DSLR이 아니더라도 요즘 나오는 대부분의 디지털카메라는 브라케팅 기능을 갖고 있다. 브라케팅이란 서로 다른 노출값으로 동시에 여러 장의 사진을 찍는 것을 뜻한다. 3장을 찍는다면 적정노출 1장, 과다노출 1장, 노출부족 1장을 찍게 되며 노출의 정도도 조절할 수 있다. 앞의 기요미즈데라 사진처럼 하늘과 땅의 노출차가 발생할 때 브라케팅 기능을 활용해서 찍으면 하늘의 노을도 표현하고 단풍과 건물의 디테일도 함께 다 살릴 수 있다. 촬영과 동시에 자동으로 합쳐 주는 HDR 기능이 있는 카메라도 많으며 보다 더 세밀한 결과물을 원한다면 포토샵 등의 편집 프로그램을 활용해 직접 합쳐도 된다. 이때 중요한 것은 3장이 다 동일한 위치와 각도에서 찍혀야 한다는 것. 그래서 브라케팅 촬영을 할 때는 꼭 삼각대를 사용하도록 한다. 


2.Gradation

ND그라데이션 필터를 지참할 것

브라케팅 기법으로 노출차를 줄이는 것은 보수적인 입장에서 본다면 합성에 가깝다. 사진이란 한 장으로 촬영해야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ND그라데이션 필터를 써 보자. ND는 ‘Neutral Density’의 약자로 ND필터는 선글라스나 자동차 유리에 선팅을 하는 것처럼 광량을 줄일 수 있다. ND그라데이션 필터는 윗부분만 선팅이 되어 있는 네모난 형태의 반투명 유리아크릴판이다. 여러 가지 농도가 있으며 농도가 셀수록 노출차를 더 줄이는 효과가 있다. ND그라데이션 필터를 쓸 때 촬영모드는 M매뉴얼모드로 선택하며, 땅이 표현되고 하늘이 조금 밝게 날아간 노출 기준에서 하늘 부분에 그라데이션 필터의 어두운 면을 대고 촬영하면 땅 부분은 그대로, 하늘은 노을의 색감이나 질감이 살아있는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3.Silhouette

실루엣을 살려 보자

앞의 기요미즈데라 사진처럼 촬영자가 위에서 찍고 있고 또 단풍이나 건물의 질감 또한 함께 살려야 할 경우라면 노출차를 줄이기 위해 브라케팅이나 ND그라데이션 필터를 사용하는 게 좋다. 하지만 거리나 골목, 광장, 바다, 들판 등 촬영자가 낮은 위치에 있고 해 지는 방향에 높은 건물이나 피사체가 있다면? 이럴 때는 굳이 노출차를 고민하지 말고 그런 피사체를 실루엣으로 표현해 보자. 노을이 지는 멋진 하늘에 실루엣이 걸쳐지면 도드라져 보이기에 실루엣만으로도 그 건물이나 피사체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스마트폰의 카메라로도 쉽게 촬영할 수 있으며 여행에서 어쩌면 가장 많이 찍게 되는 노을 촬영의 방식이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앵글이다. 촬영자가 낮게 몸을 숙일수록 노을이 지는 하늘에 실루엣이 더 도드라지게 걸쳐지는 것은 당연지사. 체면 따윈 무시하고 아예 땅바닥에 누워 찍어도 된다. 


4.White Balance

화이트밸런스를 조절해 보자

전문가들은 사진파일 형식을 Raw파일로 해놓고 나중에 보정을 염두에 둔 촬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포토샵이나 라이트룸 같은 보정 프로그램을 못 다루는 일반인이라면? ‘Raw’는 스테이크 주문할 때나 쓰는 거라고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노을을 우리 눈이 느끼는 것처럼, 그리고 보다 색감이 멋지게 촬영하고 싶다면 카메라의 화이트밸런스WB를 바꿔보자. 보통 촬영할 때 대부분 화이트밸런스를 오토AWB로 두면 되지만 노을을 촬영할 때는 집 모양 아이콘인 그늘 모드로 바꿔 보자. 캘빈K값 기준으로 색온도가 7,000인 그늘 모드는 노을의 색감을 보다 붉고 노랗고 따뜻하게 표현해 준다. 해가 뜰 때도 똑같이 그늘 모드로 촬영하면 좋다. 






이탈리아 피렌체

노출차와 상관없이 실루엣을 강조한 사진. 자전거를 끌고 가는 사람과 가로등을 하늘 속에 도드라지게 표현했다. 이럴 때 카메라 세팅은 사진이 흔들리지 않을 만큼, 그리고 화이트밸런스를 그늘 모드 정도로만 해주면 된다. 더 중요한 것은 렌즈의 초점거리요, 촬영자의 위치다. 이 사진은 망원렌즈를 사용해 불필요한 요소를 줄였으며 거의 땅바닥에 엎드려 자전거와 사람의 실루엣이 하늘을 배경으로 나오게 했다. 가로등 또한 촬영을 하며 왼쪽으로 이동해 하늘 속에 도드라지게 나오도록 표현했다. 



과천

실루엣이 꼭 하늘에만 표현되는 것은 아니다. 일몰 때 바다나 호수, 강이 있는 곳에 갔다면 수면도 하늘만큼 훌륭한 캔버스가 된다. 해가 지기 직전 호수 쪽을 보고 촬영한 이 사진은 함께한 사람의 실루엣이 호수 속에 들어가도록 위치를 잡았다.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호수의 보케Bokeh, 초점이 맞지 않아서 흐리게 보이는 부분와 함께 인상적인 사진을 얻을 수 있었다. 때로는 다 보여 주는 것보다 이렇게 살짝 실루엣만 보여 주는 것이 더 아름다울 수 있는 법이다. 



프랑스 파리

노을 사진은 꼭 해가 진 다음부터 촬영하는 것은 아니다. 해가 지고 나면 순식간에 어두워지기 마련. 그리고 해가 지기 1~2시간 전의 빛은 무척 풍부하고 부드럽다. 이 에펠탑 사진은 해 지기 약 1시간 전에 촬영했다. 이날은 오로지 에펠탑과 파리 시가지를 찍기 위해 일찌감치 파리 몽파르나스 타워 꼭대기로 올라가 기다렸다. 



호주 그레이트 오트웨이 국립공원

호주 그레이트 오션로드의 12사도 바위와 노을. 바다의 경우 수면이 하늘의 색깔을 반영하기에 노출차가 크지 않다. 하지만 해가 떠 있을 때는 빛의 산란과 굴절이 심해서 온전한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해가 지고 하늘이 오묘하게 변하고 나서야 비로소 노출차가 없고 빛의 산란이 없는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제주 협재해변

사실 노출차를 줄인다는 것은 전문적인 기술이다. 브라케팅이니 ND그라데이션 필터니 이런 용어들이 너무나 어렵다면 일몰시 실루엣 사진에 집중하는 게 더 좋다. 또한 실제로 전문가들도 많이 찍게 되는 것이 실루엣 사진이다. 제주 협재해변에서 촬영한 이 커플의 사진은 언덕 위에 커플이 올라가 있고 촬영자는 밑에서 촬영해, 두 사람의 실루엣이 노을 속에 도드라지도록 표현한 사진이다. 이렇게 하늘을 제외한 부분이 까맣게 실루엣으로 표현되는 사진은 누구나 스마트폰 정도로도 충분히 촬영할 수 있다.   






여행사진가 김경우 | 10년간의 잡지 기자 생활을 마치고 틈만 나면 사진기 한 대 들고 여행을 떠난다. 여행이 좋아 발 닿는 대로 다녔으나 늦둥이 아들이 태어난 뒤, 아이에게 보여 줄 오래된 가치가 남아 있는 곳을 집중적으로 찾아다니고 있다. 윗세대로부터 물려받아 다음 세대에 물려줘야 할 소중한 것들이 아직 무한히 많이 남아 있다고 믿고 있다.
www.woosr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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