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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비 매거진 Mar 25. 2020

어느 한적한 날의 부산 여행기

유난히 한적했던 시간.
부산을 여행했다.


흰여울 마을, 이른 산책을 나선 아저씨


흰여울 냄시


주말 냄새가 있다. 보통의 주말에 나는 냄새. 느지막이 일어나 이불을 갠 뒤 창문을 열면 나는 냄새. 명확한 표현은 없지만, 그냥 그렇게 한적하고 신선한 냄새가 있다. 부산에서 주말 냄새를 맡았다. 정확히는 금요일 아침, 부산 흰여울 문화마을 냄새가 그랬다.


옹기종기 모인 고양이. 햇빛을 받는다


흰여울 문화마을은 영도 봉래산 중턱에 있다. 가파른 기슭에 집들이 오밀조밀 붙어 있다. 한국전쟁 피난민들이 산기슭 묘지 주변으로 모여들어 생긴 마을이다. 조깅하는 아저씨보다 그의 그림자가 더 긴 아침, 좁다란 골목 사이를 걸어 본다. 그냥 걷다 보면 알게 되는 것들. <변호인>의 촬영지였으며 <범죄와의 전쟁> 촬영지이기도 하다.

물론 그보다 더 빠르게 알게 되는 것은 흰여울 문화마을에는 고양이가 많다는 사실이다. 이곳 고양이들은 양지에만 앉는다. 졸거나 자거나. 사람은 안중에도 없다. 그래, 편안해지면 예민함도 무뎌지는 것이다. 바다가 보인다. 아침 바다는 맑은 옥색이다. 옥색 빛 위로는 넘실거리는 배가 있다.


희게 여울지는 파도, 흰여울


흰여울 문화마을의 앞바다는 ‘묘박지(錨泊地)’다. 묘박지는 배들이 정박하는 바다를 뜻한다. 삼발이 방파제에 부서지는 포말은 세 방향으로 인다. 희게 여울지는 파도, 흰여울. 해변은 전부 자갈밭이다. 포말이 해변을 덮으면 자갈이 구른다.


해삼과 소라, 멍게. 기름장이 잘 어울린다


달그락 달그락. 이른 아침, 식사 준비가 한창인 부엌 소리다. 좀 더 걸으니 ‘해녀의 집’이 나온다. 식당이라기엔 모자람이 있지만, 어쨌든 해녀가 채취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해삼과 소라 그리고 멍게. 손질은 칼과 도마로 충분하다. 달그락거리는 해녀의 주방은 파도 소리를 닮았다. 투박하게 잘린 해산물이 흰 접시를 어지럽힌다. 곧 접시 위 남게 될 것은 초장의 잔해뿐이다.


흰여울 골목에는 벽화가 가득하다


다시 걷는다. 가파른 기슭을 내려왔으니 가파른 기슭을 올라가야 한다. 여행은 반복이다. 떠나서 돌아온다. 봉래산을 오른다. 얼마 가지 못해 주말 냄새가 가빠진다. 바다를 내려본다. 금요일에 풍기는 주말 냄새가 의아하다. 아, 생각해 보니 오늘 냄새다. 그저 뻔히, 그렇게 행복할 오늘의 부산 냄시.


흰여울문화마을

부산광역시 영도구 영선동4가 1044-6




부산, 4291


자갈치 시장에서 기장 미역을 구입할 예정이었다. 자갈치시장은 부산의 어시장이다. 바닷가에 널려 있는 주먹 크기의 자갈, 그리고 어시장에서 팔리던 물고기를 의미하는 ‘치’. 이 두 글자가 합쳐 ‘자갈치’가 되었다.


수산물 위판장 건물 외관


1969년에 건물을 지어, 1970년부터 시장이 개설되었으니 낡은 외관은 당연하다. 그래서 연륜이 묻어난다. 문을 열었다. 왼쪽 창문으로는 부둣가가, 오른쪽 창문으로는 건어물 골목이 보인다. 여기라면 미역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보이는 것은 향초다. 세련된 스토어다. 뒷걸음쳐 건물을 다시 확인했다. 정확히 수산물 위판장 건물이다. 세련된 스토어로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B.4291이다.


B.4291의 내관, 트렌디하다



B.4291은 1958년 세워진 부산시 수협 건어물 위판장에 들어선 복합문화공간이다. B는 부산에서, 4291은 2층 천장 마룻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상량문에 단기로 표기된 건축연도에서 따왔다.



이곳에서 취급하는 물건은 가지각색이다. 스프레이형 향수, 책, 옷, 액세서리 그리고 미역과 멸치. 물과 기름 같은 사이, 아니 기름과 풍뎅이 같은 사이. 생뚱맞다. 계획대로 미역을 구입하긴 했다. 돌아와 국으로 끓여 보니, 맛은 같다. 결국, 아무리 세련되었다한들 미역이 미역이듯, 부산도 부산이었다. 예상하진 못했지만 계획대로다.


B 4291

부산광역시 중구 용미길10번길 1 B 4291




주목해야 할 전시회
심장 근처, 시오타 치하루 : 영혼의 떨림



어둡고 충격적이다. 부산 시립미술관에서 시오타 치하루의 작품을 전시한다. 한국 최초로 열렸으며 부산 시립미술관과 일본 도쿄 모리미술관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총 4개의 대형 설치작품을 중심으로 110여 점의 작품을 둘러볼 수 있다.



시오타 치하루는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나 현재 독일 베를린을 기반으로 작업하는 예술가다. 유년기 가족의 묘에서 느낀 죽음에 대한 두려움, 암 투병 중 마주한 삶과 죽음 등을 예술로 해석한다. 모든 공간에 실이 엉켜 있다. 그 가운데는 드레스, 의자, 침대, 신발 등 누군가의 흔적이 놓인다. 촘촘하게 엉킨 실은 연결하기도, 무언가를 가르기도 한다. 붉은색 실을 이용한 대형 설치작품, ‘불확실한 여정’은 혈관 가득 엉킨 심장이 떠오른다. 

시오타 치하루 : 영혼의 떨림
전시기간: 4월 19일까지
전시장소: 부산 시립미술관 본관 2층
입장료: 일반 5,000원, 학생 및 군인 3,000원
전화: 051 744 2602 



글·사진 강화송 기자
취재협조 아바니 호텔 www.avanihotels.com/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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