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맥주 한 잔의 혼술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자칭 ‘맥주덕후’가
오직 맥주 하나만 보고 훌쩍 떠났다.
무수한 혼술족들이여, 오늘만은 함께할 준비가 되셨는가?
맥주 거품처럼 풍성한 제주 곳곳의 브루어리 탐방.
크래프트 비어계의 남다른 제주
혹시 ‘크래프트 비어 = 수제 맥주’라는 당연한 오해를 하고 있진 않은지? 엄밀히 말하면 크래프트 비어Craft Beer는 그냥 수제 맥주가 아니라 소규모 양조장에서 ‘장인정신’으로 만든 맥주를 의미한다.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크래프트 비어 산업이 성장한 건 지난 2014년 4월, 소규모 양조장에 관한 규제가 완화된 이후부터다. 이전에 대기업들의 주 무대였던 주류시장에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개성을 가진 브루어리들이 하나둘 들어서기 시작했다. 브루어리가 약 4,000여 개에 달한다는 미국에 비하면 60개 정도의 브루어리를 가진 우리나라는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그중에서도 제주는 걸음마 보폭이 남다른 우량아라 할 수 있다.
제주 자연과 정신을 담아제스피 JESPI
제주 천혜의 자연을 맥주에 담아내는 곳. 제주에서 자란 천연 보리와 100여 회의 화산활동으로 생성된 천연화산암반수로 맥주를 제조한다. 2010년 오픈한 뒤 현재 연간 85톤 정도의 생산 설비로 맥주를 생산하고 있는 제스피는 올해 들어 부쩍 그 존재감을 드러냈다. 지난 2월 ‘대한민국 주류대상 크래프트비어 부문’을 수상한 데 이어 세계 3대 주류 품평회 중 하나인 ‘유러피안 비어 스타 2016(European Beer Star 2016)’에도 출품한 것. 제주 내 대형 호텔이나 펍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제스피는 오직 제주에만 있는 맛이기에 더욱 귀하고 특별하다.
제스피 브루어리에 가면 실제 양조하는 작업 공간을 둘러볼 수 있다. 맥아분쇄부터 발효와 숙성, 저장까지 맥주 초보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직원이 직접 친절히 설명해 준다. 양조장 견학이 끝나면 라거(Lager), 페일에일(Pale Ale), 바이젠(Weizen), 스타우트(Stout), 스트롱에일(Strong Ale), 총 5종류의 맥주를 시음할 수 있는데 각각 도수와 바디감이 다르다. 맥주 입문자에겐 탄산이 가미돼 가볍게 마시기 좋은 라거를, 진한 맛을 원하는 맥주 고수에겐 중후하고 풍부한 맛이 일품인 스트롱에일을 추천한다.
제스피 브루어리주소: 서귀포시 남원읍 서성로 684-22오픈: 월~금요일 10:00~16:00(주말 휴무, 최소 2일 전 예약 필수)전화: 064 780 3582 홈페이지: brand.jpdc.co.kr/jespi
제스피 매장주소: 제주시 연동 신대로 16길 44 (수)신제주 종합시장 1층오픈: 16:00~01:00(연중무휴)전화: 064 713 7744
제주의 대표 맥주제주지앵 JEJUSIEN
이만큼 제주일 순 없겠다. 이미 SNS에서 자자한 입소문을 타고 제주의 대표 맥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주인공은 바로 제주지앵의 ‘감귤맥주’. “제주를 대표하는 맥주란 어떤 맥주일까?”라는 질문에 아주 간단명료하게 답하기로 한 두 고등학교 동창이 함께 브루어리를 만들었다. 서울에서 열린 비어 페스티벌에서도 제주지앵 맥주가 가장 먼저 동이 났다며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강규언, 문성혁 두 대표의 눈엔 맥주와 제주를 향한 하트로 그득했다.
제주지앵 브루어리의 외관은 양조장 하면 흔히 떠오르는 공장이나 창고의 비주얼과는 사뭇 다르다. 다른 브루어리들과는 다르게 일반 가정집 지하를 개조해 만들어 더욱 정감 가고 친근한 느낌이다. 이곳에선 라이트(Light)와 헤비(Heavy), 두 종류의 맥주를 양조하는데 라이트는 말 그대로 가벼운 에일(Ale) 맥주, 헤비는 강한 풍미가 느껴지는 맥주다.
산뜻한 감귤 향에 은은한 꿀맛이 가미된 라이트는 주로 젊은 여성에게, 진한 목 넘김으로 중후한 맛이 있는 헤비는 남성과 중년층에게 인기가 많다고. 아쉽게도 현재 브루어리 투어는 따로 운영하지 않지만, 제주 시내 베스트웨스턴호텔 1층에 위치한 ‘탭하우스 더코너(Taphouse The Corner)’에서 제주지앵을 만날 수 있다는 건 더할 나위 없는 희소식이다. 크래프트 비어를 사랑하는 당신, 제주 여행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로 ‘알딸딸한 제주지앵 되기’는 어떨지.
제주지앵 브루어리주소: 제주시 청귤로3길 42-7전화: 064 724 3650인스타그램: jejusien_official
탭하우스 더코너주소: 제주시 도령로 27 베스트웨스턴호텔 1층오픈: 월~토요일 18:00~01:00(일요일 휴무)전화: 064 744 2007
제주지앵 문성혁(왼쪽)과 강규언 대표오직 ‘제주’다운 맥주로 승부하겠다는 일념으로 똘똘 뭉친 두 친구. 그들은 진정한 제주지앵이다.
서울태생 맥주의 제주살이맥파이 MAGPIE
에릭(Eric)과 티파니(Tiffany), 핫산(Hassan)과 제이슨(Jason). 그저 맥주를 좋아하던 미국, 캐나다 친구 네 명이 모였다. 2012년 창립 이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맥파이는 크래프트 비어의 시초 격 브랜드라 할 수 있다. 처음에 서울 이태원에서 사업을 시작한 이들은 현대미술관으로 잘 알려진 ‘아라리오뮤지엄’의 투자로 제주에 양조장을 설립했다. 기존에 다른 브루어리에 위탁해 양조하다가 직접 맥주를 생산하고 공급할 수 있게 된 맥파이는 ‘BREWED ON JEJU, BORN IN SEOUL’이라는 슬로건으로 본격적인 제주살이를 시작했다.
맥파이는 영어로 ‘까치’라는 의미로, 좋은 소식을 몰고 오는 까치처럼 좋은 맥주 문화를 국내에 널리 알리고자 하는 뜻을 담고 있다고. 원대한 꿈만큼이나 맥파이 브루어리의 내부도 시원시원한데, 감귤 창고와 포장 공장을 개조해 만든 빈티지한 공간이 모던하면서도 감각적이다. 주말에만 진행하는 브루어리 투어에서는 양조시설과 과정을 볼 수 있는 것은 물론 맥아 샘플을 직접 보고 먹어 볼 수 있다. 페일에일(Pale Ale), 포터(Porter), 아메리칸 휘트(Wheat), 아이피에이(IPA)부터 고스트(Ghost), 가을가득(Full of Fall) 등 독특한 이름의 맥주들까지. 이곳의 모든 맥주에서 맥파이만의 톡톡 튀는 감각과 위트가 듬뿍 느껴진다.
맥파이 브루어리주소: 제주시 동회천1길 23오픈: 토~일요일 12:00~20:00전화: 02 749 2849홈페이지: www.magpiebrewing.com브루어리 투어: 13:00, 15:00, 17:00(사전 예약제)가격: 1만원(맥주 한 잔 포함)이메일: brewery@magpiebrewing.com
맥파이 매장주소: 제주시 탑동로2길 3, 1층오픈: 화~일요일 17:00~01:00(월요일 휴무)전화: 064 720 8227
맥파이 브루어리 담당자 이설희 매니저서울 경리단길 맥파이 매장 옆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던 그녀는 맥파이의 단골손님이었다. 그리고 결국 그 매력에서 헤어 나오지 못해 맥파이의 일원이 되었다.
*이 글을 쓴 오윤희 트래비스트는 예술과 여행을 좋아하는 직장인이다. 도저히 마시는 데만 그칠 수가 없어 맥주 제조 공부를 시작했으며, 앞으로도 맥주에 대한 글을 계속 써 내려갈 생각이다.
글 Traviest 오윤희 에디터 김예지 기자 사진제공 Traviest 오윤희, 제스피, 제주지앵, 맥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