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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비 매거진 Jul 14. 2021

5·18민주화운동 자취를 따라
광주를 걷다.

고향이 광주이거나 초중고등학교 시절을 광주에서 보냈다면, 5·18민주화운동을 자주 접해 친근하게 느낄 것이다. 깊게 아는 것과는 별개로 말이다. 5·18민주화운동은 짧게 정의하면 1980년 5월 18일 광주에서 신군부 세력을 거부하고 민주화를 요구하여 일어난 시민봉기다. 고등학교 때는 입시를 이유로 덜했지만, 초등학교와 중학교 9년간 여러 방법으로 5·18 관련 이야기를 들었다.

특히 5월에는 18일이 되기 전까지 틈날 때마다 5·18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다. 5·18 관련 영화, 만화도 많다. 고3 수험생 때는 김상경, 안성기, 이요원, 이준기가 열연한 영화 <화려한 휴가>를 보고 감상문을 썼던 기억이 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민주화를 위해 큰 공을 세우고, 많은 희생이 있었다는 것만 알았지 자세한 건 오히려 서울로 보금자리를 옮긴 20대가 돼서야 머리에 각인됐다. 또 5·18의 배경이 됐던 공간들은 30대가 돼서야 여행했다. 관련 자료와 미개방 공간이 지금까지도 새롭게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5·18 역사를 잘 간직한 5·18민주화운동기록관


5.18민주화운동기록관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221


5·18 여행은 아주 가까운 곳에서 시작한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이곳을 알았고, 심지어 몇 번 다녔음에도 5·18과 관련된 건 전혀 몰랐다. 눈앞에 두고 몰라봤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효광초등학교 바로 맞은편에 있는 ‘광천동 성당’이 둘불야학의 옛터다. 박기순, 윤상원, 박용준 열사 등이 노동자들에게 지식과 노동의식을 가르친 들불야학은 성당 교리실에서 1978년 7월23일 시작됐다.

바로 옆 광주 최초의 아파트인 시민아파트도 들불야학의 무대였고, 5·18민중언론 투사회보를 제작했던 곳이다. 들불야학의 중심을 이루던 인물들은 5·18민주화운동에도 앞장섰다. 애석하게도 도청에서 총을 맞아 죽거나 고문 후유증 등으로 생을 마감했지만, 들불열사기념사업회가 그들의 정신을 이어가고 있다.


천주교 광천동교회와 바로 옆 시민아파트는 모두 들불야학의 무대였다


들불야학을 이끈 이들은 민주화운동에도 앞장섰다


천주교광천동교회

광주광역시 서구 죽봉대로119번길 28-13


서구의 또 다른 역사 공간은 최근 일반인에 공개됐는데, 2021년 5월 말 서구 쌍촌동에 생긴 5·18 역사공원이다. 이곳은 전남지역 군 정보기관이었던 505보안부대가 자리 잡고 있던 곳이다. 5·18 당시 505보안부대는 이 지역 민주인사와 학생운동 지도부 및 시민군 등을 체포해 지하에 감금하고 고문수사를 자행했다. 또 5·18 민주화운동 진압과 그 진실을 은폐, 조작했던 실질적 지휘본부였다고 한다.


민주인사와 학생운동 지도부, 시민군 등을 억압한 505보안부대


505보안부대가 이제 5‧18역사공원으로 탈바꿈해 시민 곁으로 왔다


사적지로 관리하던 이곳을 역사공원으로 조성해 시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하면서 광주의 중요한 역사를 함께 기억할 수 있게 했다. 역사적으로 가치가 높은 위병소, 면회실, 내무반, 본관, 식당 및 이발소가 남아 있다. 특히 본관의 깨진 유리창은 당시의 아픔을 기억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앞으로도 이러한 역사 공간을 발굴하고, 잘 보존해 미래 세대에 전달해주는 게 5·18을 기억하는 중요한 방식이 될 것 같다.


5‧18역사공원
주소: 광주광역시 서구 쌍촌동 993-1번지 일원


5·18민주화운동의 시작점, 전남대학교


전남대학교 광주캠퍼스

광주광역시 북구 용봉로 77


이제 발걸음은 5·18 흔적이 가장 많이 남은 금남로로 향한다. 그 전에 민주화운동 최초 발원지인 전남대학교도 잠시 들러도 좋다. 금남로 일대에는 대인시장, 5·18민주화운동기록관, 전일빌딩245, 구 전남도청사, 남동성당 등 민주화운동의 이야기가 담긴 공간이 여럿 있다.


전일빌딩의 역사를 담은 벽


비교적 오래되지 않은 전일빌딩 245는 꼭 방문해야 할 곳 중 하나다. 광주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담은 공간이기 때문이다. 52년의 역사를 간직한 전일빌딩은 2020년 5월11일 ‘전일빌딩245’로 다시 태어났다.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 흔적이 남아 있는 공간으로, 최초 총탄 개수 245를 이름으로 활용했다.


헬기 사격이 있었음을 증명하는 전일빌딩


지하 1층, 지상 10층의 빌딩인데, 9~10층이 핵심이다. 9~10층에 자리 잡은 5·18메모리얼 홀은 헬기 사격의 역사를 전시로 재구성했다. 프롤로그를 시작으로 증거, 목격, 왜곡, 기록, 진실, 에필로그, 기획전시로 마무리된다. 특히 탄흔 원형이 보존된 공간과 전일빌딩 헬기사격 영상을 통해 당시의 아픔을 느낄 수 있다.


관람객이 헬기 사격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도록 제작된 작품


전일빌딩245 전망대에서 본 구전남도청 일대


전일빌딩245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245


여행의 마지막은 국립5·18민주묘지로 했다. 다양한 공간을 통해 그 시대의 아픔을 간접적이나마 알게 됐고, 마지막으로 참배하는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지키다 희생된 분들이 이곳에서 영면하고 있다. 민주화운동의 정신과 역사적 의미를 확인하는 공간이자, 의로운 희생의 가치와, 자유, 정의를 상징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민주의 문으로 들어가면 민주광장과 5·18민중항쟁 추모탑, 제1묘역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차분히 참배를 마치고, 추모관, 유영봉안소, 역사광장 등을 둘러보며 5·18의 의미를 되새기고, 영면하신 모든 분을 기려본다.


국립5.18민주묘지를 광주 여행의 마지막으로 해도 뜻깊다


게다가 민주묘지를 초록 산림이 둘러싸는 형태인데, 자연이 5·18민주묘지를 보호해주는 기분이 들었다. 좀 더 안전하게, 좀 더 편안하게 말이다. 여행을 마치며 그저 영원히 이 아픔과 민주화운동의 의미를 잊지 않고, 마음속에 기억해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국립5.18민주묘지

광주광역시 북구 민주로 200 국립5.18민주묘지



글· 사진 이성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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