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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비 매거진 Jul 22. 2021

제주 동쪽에 위치한 작은 마을,
나만 알고 싶은 종달리

욕심이 난다. 나만 알고 싶다는 뻔한 수식어가 어쩐지 뻔하지 않은 이유일까. 종달리는 제주 동쪽에 위치한 조용한 마을이다. 평화로운 풍경에 첫눈에 반해 제주에 갈 때마다 향하게 되는 곳. 뚜벅이 여행 중 택시에 올라 기사님께 행선지를 말하니 대번 대답이 돌아온다. “종달리로 가신다니 어떤 여행을 좋아하시는 지 알 것 같네요.” 종달리는 그 자체만으로도 설명이 된다. 아무 계획 없이 그저 머무르기만 하면 된다고 조용히 다독여주니까.


짙은 푸른 색의 바다 너머 우도가 보인다


처음은 우연이었다. 우도에서 나오는 배 시간이 하필 종달리행과 맞아 떨어졌다. 계절에 따라 다르지만 종달리와 우도는 보통 하루 여섯 차례 도항선이 오간다. 성산보다 시간대가 많지 않은 데다 배도 작아 비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이왕 우도를 간다면 날씨가 허락하는 한 한 번쯤은 번잡하지 않은 종달리로 향해도 좋다.


종달리에서는 우도로 가는 배편이 운항된다


종달리해변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 565-72


우도에서 15분 여 배를 타고 도착한 낯선 동네는 조용하고 평화로웠다. 눈에 보이는 식당에 무작정 들어가 국수 한 그릇으로 배를 채우고, 검은 현무암과 푸른 해초가 어우러지는 아담한 해변을 느적느적 걸었다. 결심했다. 이곳에서 머무르기로. 문득 들여다보고 싶은 곳이 많아졌다.


지미봉에 오르면 성산일출봉과 우도가 한 눈에 보인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다. 종달리와 사랑에 빠지게 된 팔할은 지미봉(지미오름) 덕이었으리라. 지미봉은 오르는데 20분 정도가 소요되는 높지 않은 오름이다. ‘땅의 끝’, ‘땅의 꼬리’라는 뜻에서 지미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정상에는 조선시대 봉수대의 흔적이 남아있어 다른 오름과는 달리 ‘봉’이라는 글자가 붙었다.

해발 165m에 불과하지만 정상까지 오르려면 만만치 않다. 소나무를 비롯해 여러 종류의 나무들이 울창하게 자라고 있는 탐방로를 걷는다. 생각보다 가파른 경사에 서서히 숨이 가빠올 때쯤 뒤를 돌아보면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지미봉 정상에서 바라 본 일출


탁 트인 바다와 소박한 마을 풍경이 고스란히 눈에 들어온다. 정상에 오르면 성산일출봉과 우도, 종달항, 종달리 앞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인다. 제주 동부지역 오름들과 철새 도래지도 조망이 가능하다. 올레 21코스에 자리하고 있어 많은 관광객들이 찾기도 한다. 특히 새벽에 올라 우도 뒤로 떠오르는 일출이 장관.


지미봉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 산3-1




Cafe


 돌담과 작은 정원이 아늑한 브런치 카페
플레이스엉물


플레이스엉물


플레이스엉물은 조용하고 아늑한 브런치 카페다. 입구에서는 아기자기한 돌담과 작은 정원이 맞이한다. 내부는 원목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높은 천장으로 답답함이 없고, 원목 테이블과 라탄 의자가 편안한 느낌을 자아낸다.


플레이스엉물


메뉴도 다양하다. 당근케이크를 비롯한 디저트부터, 샌드위치 등 브런치까지. 커피와 음료 가짓수도 많아 고민을 불러왔다. 일단은 배를 채워야 하니 브런치로 샐러드를 시키고 하얀 레이스 커튼으로 포인트를 준 창가자리에 앉았다.

음식이 준비되는 동안 예스러운 소품을 살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곳의 식구인 대형견 하늘이를 마음껏 귀여워해주는 일도 작은 행복. 마침내 맛 본 샐러드는 신선한 재료를 가득 넣어 건강하고 든든하다. 초록초록한 밭을 바라보며 여유를 느꼈다.


플레이스엉물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 756 카페엉물




여행에서 독서의 즐거움을 찾았다
북카페 '종달리746'


종달리746


북카페에서 반나절을 보내는 것도 제주여행의 재미. 종달리746은 마을 안쪽에 위치해있다. 이름은 주소를 따왔다고. 위치를 잊어버릴 일은 없겠다 생각하며 카페 안으로 들어섰다. 내부는 넓고 쾌적하다. 구석구석 비슷하면서도 다른 아늑한 독서공간을 갖췄다. 커다란 창 앞에는 방명록, 버킷리스트를 작성할 수 있는 책상도 있다. 밭을 바라보며 제주도에서 느낀 감상을 한 글자씩 심어보았다. 책이나 문구류에는 사장님의 정성어린 손글씨 문구가 담겨져 있다.


종달리746


종달리746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 구좌 당근을 이용한 당근 케이크와 당근 주스를 시켰다. 종달리가 위치한 구좌읍은 국내에서 당근 생산량이 가장 많은 곳으로, 카페 곳곳에서는 당근을 이용한 빵과 음료를 만나볼 수 있다. 아메리카노와 잘 어울리는 티라미수도 시그니처. 빼곡이 꽂힌 책을 들여다보며 참 따스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에 드는 책을 한 권 찾았더니 책장이 통째로 취향. 여행에서 독서의 즐거움을 찾았다.


종달리746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구좌읍 종달동길 29-9




한라산 소주가 들어간 '까눌레' 맛집
모뉴에트


모뉴에트


모뉴에트는 가족이 운영하는 카페다. 매일 직접 굽는 까눌레가 유명한데, 한라산 소주를 이용한 까눌레가 베스트 메뉴다. 인테리어는 음악을 좋아하는 사장님의 취향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직접 모은 LP판과 전축이 앤티크한 감성을 불러온다. 잔잔히 들려오는 클래식한 음악 때문에 이곳을 찾는 이들도 많다고. 어두운 실내 분위기와 창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대비되는 느낌을 자아낸다.


모뉴에트


특히 주방 너머에 있는 창틀은 마치 액자처럼 종달리의 분위기를 담아낸다. 지미봉과 잔디가 어우러지는 풍경에 잠시 시선을 빼앗긴다. 한쪽 벽에는 영화를 상영해 여유롭게 즐길 수도 있다. 참 아늑하다.


모뉴에트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구좌읍 종달동길 23



종달리 곳곳에서 만난 동물 친구들. 커다란 두 강아지 녀석들은 아침 산책을 하는 내내 해변과 골목길 곳곳을 따라다니며 꼬리를 살랑였다. 투닥투닥 정겹게 노는 모양을 보며 어찌나 흐뭇하던지. 이 곳에 사는 이들 모두 ‘종달리’스럽다.



글 ·사진 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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