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당과 칼국수가 아닌 다른 대전 여행의 묘미
성심당과 칼국수만 생각나는 대전.
몇 번을 가도 똑같은 일정이 반복된다.
확실한 재미를 추구하지 않고, 계획 없이
발길 닿는 대로 걸으니 새로운 대전이 보였다.
‘성심당’으로 기억되는 대전은 만만치 않은 상대다. 그럼에도 한 번은 재밌게 다녀오고 싶은 목적지다. 7~8번을 갔음에도 성심당과 칼국수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 다른 여행지처럼 지역+여행으로 갈 만한 곳을 찾지만, 선뜻 가고 싶은 공간을 발견하기 어려웠다. ‘노잼 대전’의 명성을 실감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생각 없이 이곳저곳, 대전 친구의 도움까지 받아 여러 공간을 다녔더니 대전의 진짜 모습을 조금 엿볼 수 있었다. 엑스포의 추억 꿈돌이가 아직도 우리 기억에 남아 있듯이 대전은 레트로 색채가 강했다. 옛 정감이 깃든 대전의 소소한 공간들을 만났다.
흔한 것 같은데 다른 대전의 맛
대전에도 분명 요즘 감성이 가득한 식당이나 카페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곳은 서울이나 부산 같은 대도시에서 충분히 만날 수 있어 우선순위는 아니다. 오히려 어머니와 할머니 손맛이 나는 음식이 끌린다. 평범한 메뉴처럼 보이지만 맛만 보면 대전의 어느 식당보다 낫다. 대전에서 가장 유명한 칼국수뿐만 아니라 두부두루치기, 묵은지 갈비찌개, 옛날 빙수 등 옛 향수를 일으키는 음식이다.
진로집
대전광역시 중구 중교로 45-5
두부두루치기가 두부조림과 뭐가 다르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분명히 다르다. 두부두루치기는 좀 더 자박자박한 국물과 볶은 느낌이 특징이다. 부드러운 두부를 네모 모양으로 썰고, 고춧가루, 마늘, 간장, 참기름 등으로 양념한다. 거기에 얼얼한 매콤함은 덤이다. 밥은 물론 우동 면, 부추전과 함께 즐기면 좋고, 막걸리까지 더하면 어른의 맛이다.
대전 토박이에게 두부두루치기를 물으니 ‘어디에도 없는 메뉴, 듣기만 해도 침이 고이는 음식’이라는 극찬이 돌아왔다. 두부두루치기로 유명한 집이 여럿 있는데, 진로집과 광천식당 등이 30년 이상 대전의 맛을 지키고 있다.
묵은정 본점
대전광역시 서구 둔산로74번길 25
수제비를 더한 특별한 묵은지 찌개는 묵은정에 있다. 처음에는 별생각 없이 방문했다가 세숫대야 냄비에 담긴 묵은지 갈비찌개와 직접 뜯어먹는 수제비의 맛과 재미에 놀랐다. 연하면서 고소한 갈비와 잘 익은 묵은지, 쫄깃한 수제비가 조화롭고, 마지막에 라면사리와 공기밥 등 탄수화물과도 찰떡궁합이다.
한스브레드
대전광역시 유성구 월드컵대로316번길 17
입가심은 한스브레드의 108겹 크루아상 식빵과 성심당옛맛솜씨의 빙수가 좋겠다. 동네빵집의 전형인 한스브레드에는 대표메뉴인 크루아상 식빵부터 아주 예전부터 먹은 친근한 빵까지 두루두루 있어 손이 닿는 대로 집고 싶어진다. 옛맛솜씨의 경우 한과 디저트 카페인데 떡과 만주, 전병 등 주전부리와 식혜, 빙수 등이 준비돼 있다. 서운할 수도 있겠지만 대전의 심장 ‘성심당’은 이미 전국구로 유명해서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성심당옛맛솜씨
대전광역시 중구 대종로480번길 14
왠지 옛날이 그리워져
여행으로 유명한 목적지와 비교해 대전 중심가에서 특별한 관광지를 찾는 건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생활밀착형 공원과 옛 대전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명소가 있다. 도심 속 정원인 한밭수목원과 구 충남도청이다.
한밭수목원
대전광역시 서구 둔산대로 169
한밭수목원은 푸르른 숲과 다양한 꽃뿐만 아니라 이응노 미술관, 대전시립 미술관, 예술의 전당 등이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다. 가족과 연인 등 누구나 와서 다채로운 방법으로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공간이다. 서원과 동원으로 구성된 수목원은 잔디광장, 버드나무숲, 장미과원, 상록수원, 단풍나무원, 습지원 등 다양한 테마가 마련돼 있어 몇 번을 와도 새롭게 느껴진다.
특히 어린 아이를 동반한 가족들이 많이 찾는데, 자연에서 뛰노는 아이들을 보면 아무 걱정 없이 놀았던 옛날이 떠오른다. 주요 사진 스팟으로는 버드나무숲과 장미과원을 추천한다. 또 호수와 정자를 끼고 있는 허브원, 굴참나무도 걷기 좋으면서 인생 사진을 건질 수 있는 곳이다.
레트로가 잘 어울리는 곳, 바로 옛 충남도청이다. 대전에 현존하는 근대 관청 건물 중에서 제일 오래된 건물이라고 한다. 1932년 공주에서 대전으로 충천남도 청사를 이전하면서 신축했는데, 건물 외벽은 당시 유행하던 밝은 갈색의 스크래치 타일을 사용했으며, 1층 내부의 벽면은 요철(凹凸) 모양으로 파내어 장식했다. 1937년 일본 시즈오카현 청사 본관 외관과 비슷한 점으로 보아 당시 1930년대의 관공서 건축 양식을 잘 보여준다고 한다. 9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음에도 근현대사 전시관으로 활용되는 등 관리가 잘 돼 있다.
밝은 갈색의 도청건물과 아치형 구조의 내부에서 사진을 찍는 게 포인트다. 요즘 사진의 감성을 담아 자신만의 뉴트로(New+Retro) 작품을 완성해보는 건 어떨까. 이밖에도 엑스포과학공원, 대동 하늘공원, 대전천과 목척교 등이 도심에 근접한 관광 명소다.
대전근현대사전시관
대전광역시 중구 중앙로 101
글· 사진 이성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