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국내여행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트래비 매거진 Oct 25. 2021

해외여행 못가도 비행기를 즐겨보자
'국립항공박물관'

김포국제공항 옆에 국내 최초의 항공박물관이 있다. 2019년에 완공된 국립항공박물관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개관이 미뤄지다가, 작년 7월에서야 손님을 맞기 시작했다.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의 이 건축물은 비행기의 터빈 엔진을 형상화했다.



전시는 항공 역사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하늘을 날고자 했던 인류의 열망을 시간 순서에 따라 소개하고 있다. 세계 각지의 수많은 사람이 하늘을 정복하기 위한 여러 아이디어를 제시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동서양 모두 15세기부터 이런 사례가 등장했다는 점도 흥미롭다. 이론을 정립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행에 옮긴 이들도 상세히 다루고 있다.


의외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잘 모르는 국내 사례도 소개한다. 그중 하나가 임진왜란 중 진주성에서 있었던 일이다. 정평구라는 인물이 하늘을 나는 수레라는 뜻의 '비거'를 만들었다는 기록을 제시한다. 비거는 큰 날개를 달아 바람을 이용한 장치이며, 사람이 탈 수도 있었단다. 비거의 흔적도, 이를 묘사한 그림도 전혀 남아 있지 않다는 점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초기 연구 사례 이후에는 구체적인 발전 과정을 나열한다. 새를 해부해 그 구조를 연구한 레오나르도 다 빈치, 세계 최초로 유인 열기구 비행에 성공한 프랑스의 몽골피에 형제, 세계 일주를 한 체펠린의 비행선, 항공의 아버지라 불리는 조지 케일리, 비행인간으로 알려진 오토 릴리엔탈, 본격적인 비행기 시대를 열었다고 평가하는 라이트 형제까지. 주요 인물을 차례로 언급하고 있다.



박물관의 설명에 따르면, 항공기는 전쟁을 거치며 더욱더 발달했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는 초기 형태의 폭격기와 전투기가 활약했고, 제2차 세계대전에서는 거대 폭격기와 제트기 등이 등장했다. 이러한 대규모 전쟁은 항공기 기술 발달을 촉진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게 다가온다. 우리에게는 슬픈 역사인 한국전쟁이 주요 강대국들의 전투기 기술을 한층 업그레이드하는 실전의 장이 되기도 했다니, 묘한 느낌은 커지기만 한다.



초기 항공기는 간신히 뼈대만 갖춘 수준이었다면, 이후에는 철판으로 외관을 만들고 기압을 조절하는 능력까지 탑재했다. 인근 지역을 간신히 오갈 수 있는 항공기는 기술의 발달과 함께 점점 비행 거리를 늘려 대양을 건넜고, 제트 엔진을 개발하며 속도를 끌어올리는 데도 성공했다. 전시에서는 전쟁으로 인해 발달한 기술력이 급속도로 발달했던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제시한다.
 
전쟁 후 항공 산업의 발달상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군사적인 영역에서 만들어진 기술이 민간 영역에서 변화하고 진화했다는 점이 특히 인상적이다. 속도 경쟁의 결과물이었던 콩코드 여객기에 관한 이야기도 놓치지 말자. 여권과 탑승권, 세계적인 항공사들의 홍보 리플릿도 전시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항공 역사도 가벼이 지나치지 않는다. 대한민국임시정부가 항공학교를 만들어 독립운동을 이끌었던 일화를 집중적으로 다루었다. 힘든 상황에서도 항공기 조종사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흔적을 여러 기록과 증언, 유물 등을 통해 가늠해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비행 장교 박희성, 이용근을 포함해 조국의 독립을 위해 헌신했던 이들의 이야기가 하나씩 소개되어 있으니, 자세히 살펴보기를 바란다. 영상실에서 상영하는 YTN의 다큐멘터리 <하늘에서 독립을 꿈꾸다! 임시정부 비행학교>에서도 자세히 다루고 있다. 함께 둘러보자.
 


항공갤러리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비행기의 실물 또는 모형을 전시해 놓은 공간도 있다. 공군에서 사용하는 고등훈련기 T-50, 거대한 몸으로 전 세계를 누비고 있는 보잉 747기의 내부 단면도 이곳에 전시되어 있다. 대한국민항공사(KNA)에서 시작한 민항기 역사가 대한항공까지 이어지게 된 이야기도 이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층은 항공산업관이다. 동북아시아 허브 공항을 목표로 하는 인천국제공항을 중심으로 한국의 항공 수송 실적, 발전 상황 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 소개하고 있다. 차세대를 대표할 스마트 무인항공기 TR-100의 실물도 이곳에 자리한다.



항공운송산업과 공항에 관한 이야기도 들어보자. 특히 우리가 비행기를 이용할 때 함께 부치는 수화물 등이 어떤 과정을 거쳐 처리되는지를 알 수 있다. 검역과 세관에 관한 이야기, 우리가 공항에서 입출국 절차를 받는 과정 등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 해외여행이 어려운 요즘에는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전시 공간이다.



국립항공박물관에서는 꽤 수준 높은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이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웹사이트를 통해 사전 예약하는 것이 필수다. VR과 4D 기기를 활용해 항공서비스 전반을 실감 나게 경험해 볼 수 있다. 아이를 동반하는 가족 단위 관람객 사이에서는 꽤 인기가 많으니 서두르자. 단순히 재미를 추구하기보다는 항공과 관련된 다양한 경험을 가장 실제와 가까운 프로그램으로 구현한다는 점이 큰 매력이다.



3층으로 올라가면 우리나라의 항공기술 지표를 볼 수 있는 항공생활관, 그리고 기획전시실이 차례로 맞이한다. 드론과 무인 항공 택시의 실물을 보며 우리의 미래를 예측해보는 재미가 있다. 기획전시실에서는 김포공항과 사람들이라는 주제의 특별기획전이 열리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개항 전까지만 해도 한국의 첫 번째 관문이었던 김포공항의 역사와 이에 얽힌 이야기들을 소개한다.



국립항공박물관 
주소: 서울 강서구 하늘길 177
전화번호: 02-6940-3198
운영시간: 10:00~18:00 (입장 마감 17:00까지)
휴관일: 1월 1일, 설날과 추석 당일, 매주 월요일 (단, 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에는 월요일 당일 개관 후 다음날 평일에 휴관)
관람요금: 무료
주차장 운영시간: 08:00~20:00 (운영시간 외에는 주차장 이용 불가)
주차요금(일반 차량 기준): 최초 30분 초과시 1,000원(30분까지 무료) / 15분 초과 시 마다 500원 추가



국립항공박물관
체험프로그램 안내


·  현재 모든 프로그램은 국립항공박물관 홈페이지에서 사전 예약이 필요하다.
·  블랙이글탑승체험: 신장 130cm 이상 190cm 미만, 100kg 미만 탑승 가능 / 10분 / 3,000원
·  조종관제체험: 초등학교 5학년 이상 / 1일 7회 운영 / 80분(강의 20분, 체험 60분) / 5,000원
·  기내훈련체험: 초등학교 1학년 이상 / 1일 7회 운영 / 90분 / 3,000원
·  항공레포츠체험: 신장 140cm 이상 / 1일 7회 운영 / 50분 / 5,000원
·  어린이공항체험: 5~8세 / 1일 7회 운영 / 50분 / 2,000원
·  일부 체험 프로그램의 경우, 임산부와 음주자, 심폐질환, 고혈압, 습관성 탈골, 디스크, 어지럼증(빈혈) 등 관련 유질환자는 체험이 불가능



글·사진 김정흠 트래비 객원기자



매거진의 이전글 강화도의 맛과 멋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