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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비 매거진 Nov 01. 2021

성산일출봉을 만나는 세가지 방법

마그마가 솟구쳐 올라 만들어진 제주 오름,
바닷가 오름 중 으뜸은 성산일출봉이다.
보고 오르고 먹고,
세 가지 방법으로 성산일출봉을 만났다.   



바닷가 오름 중 으뜸이라


제주도는 ‘오름의 왕국’이다. 땅속 마그마가 지상으로 솟구쳐 오름을 만들었다. 제주의 모든 오름은 한라산에서 비롯됐다. 한라산이 완성된 뒤 채 식지 않은 마그마가 제주 이곳저곳으로 가지를 치며 솟구친 흔적이 바로 오름이다. 부풀었던 대지가 꺼지거나 그대로 굳어서 오름이 되기도 했다.



산이어도 보통 산과 다르고, 같은 오름이라도 모양과 크기, 생태가 모두 제각각이다. 봉긋한 것 뾰족한 것 도도록한 것 주저앉은 것 볼록한 것 큰 것 어중간한 것…. 사람들 말과 기록은 조금씩 엇갈리지만, 제주도에는 368개의 오름이 있다. 많기도 하거니와 생김새도 제각각이니 그것들을 지긋이 바라만 봐도 좋다. 오름에 직접 오르면 더 좋다. 오름의 매력은 오름을 바라보는 멋과 오름에서 바라보는 맛이 더해져야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오름에 오른 적이 없다 단언할 일도 아니다. 오름인지도 모른 채 올랐을 수도 있어서다. 도두봉이나 어승생악처럼 오름인데 오름이라 불리지 않는 오름들이 많다. 산굼부리도 마찬가지다. ‘굼부리’가 제주도 말로 분화구다. 오름은 제주도 방언으로 언덕, 봉우리 등을 뜻하니 ‘악’이나 ‘봉’이라는 글자에도 주목해야 한다.



성산일출봉도 엄연한 오름이다. 마그마는 바닷물과 만났을 때는 더 크고 높게 솟구쳤다. 성산일출봉은 제주의 수많은 오름 중에서도 바다에 솟아오른 수성화산체라는 점에서 독특하다. 차가운 바닷물 속으로 분출된 마그마가 식고 퇴적되기를 반복해 성산일출봉을 만들었다. 성산 일출봉은 제주의 바닷가 오름 중에서 가히 으뜸이라고 할 수 있다.




푸른 이끼 너머로 성산일출봉


우선 성산일출봉을 오롯이 바라본다. 최적의 장소는 섭지코지로 향하는 길목에 있는 광치기 해변이다. 바다를 향해 길쭉하게 뻗은 성산일출봉의 아름다운 자태를 제대로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그뿐인가. 이곳은 용암지대의 독특한 지질구조를 띠고 있어 그 자체로도 독특한 매력을 선사한다.


광치기 해변


광치기 해변도 용암의 부산물이다. 용암이 바다와 만나 빠르게 굳어지면서 생성됐는데 그 독특한 지질구조는 바닷물이 빠지고 나면 그대로 드러난다. 오랜 세월 바닷물에 깎여나간 용암 지질과 그 위에 움튼 녹색의 이끼가 빚어내는 풍경은 그야말로 비경이요, 장관이다.


이곳의 모래는 검은빛을 띠는데, 현무암의 풍화작용으로 오랜 세월에 걸쳐 만들어진 입자다. 성산일출봉을 배경으로 검은 현무암 위 녹색의 이끼 위에 서서 사진을 찍으면 더할 나위 없이 싱그럽고 이색적이다. 사시사철 하루 내내 여행객들로 북적이는 이유다. 특히 일출과 일몰 무렵에는 낭만적인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해 연인들의 발길이 부쩍 많다.


광치기해변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리 224-33




성채 같은 분화구, 그 웅장함

 
다음은 성산일출봉 정상 등반이다. 2000년 천연기념물 지정, 2007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 2010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인증, 2012년 한국관광 기네스 12선 선정…. 직접 오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다.



등반이라고는 하지만 그렇게 거창하지는 않다. 해발 약 180m로 30분 정도면 닿는다. 제법 가파른 계단 길이어서 숨이 헉헉 차기도 하지만, 도중에 만나는 기괴한 모습의 바위들과 오를수록 넓어지는 시야에 힘이 난다. 한쪽으로 우도가 보이고 또 한쪽으로는 조금 전 성산일출봉을 바라봤던 광치기 해변의 푸른 물결이 일렁인다. 저 멀리 제주의 다른 오름들도 봉긋봉긋 솟으며 멋진 풍경을 선사한다.



압권은 정상을 바로 앞에 둔 순간이다. 마치 뻥 뚫린 하늘 속으로 날아오르듯 마지막 계단을 다 밟고 서면, 둥그런 사발 모양의 커다란 분화구가 와락 시선에 안긴다. 그 뒤로 제주 짙푸른 바다가 호위하듯 분화구를 감싼 풍경은 그야말로 호쾌하고 아름답다. 조금 전까지 가쁘게 내쉬었던 숨은 감동과 환호의 탄성으로 변한다.



성산일출봉 분화구의 바닥 높이는 해발 90m로 제법 깊고, 지름은 600m로 꽤 넓다. 분화구의 가장자리 테두리에 99개의 작은 봉우리들이 서로 어깨를 잇대며 둥그렇게 잇대어 있다. 이 모습이 마치 성과 같다고 해서 성산이라는 이름이 붙었고, 해 뜨는 모습이 장관이어서 일출봉이라는 이름이 더 붙었다고 한다. 정말로 봉우리가 99개인지 세어 볼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자연이 아니면 절대 빚어낼 수 없었을 걸작이라는 점이다. 억새 같은 수풀로 우거진 분화구는 넓디넓어 스마트폰 카메라로 한 앵글에 집어넣기 힘들다. 하긴 이 웅장한 자연과 시간의 걸작을 어떻게 다 담을 수 있겠는가, 가슴 속에 담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성산일출봉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리 1




해녀의 집에서 음미하는 멋


마무리는 성산일출봉 아래 해녀의 집에서 하는 게 좋다. 광치기 해변 쪽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성산일출봉의 또 다른 면을 직접 마주하면서 해녀가 잡은 싱싱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어서다.


성산 해녀의집과 우도



정상에서 하산 길을 따라 내려오다 보면 저쪽 바다 건너로 우도가 보이고 해안산책길 아래쪽으로 해녀의 집으로 향하는 길이 나온다. 홍삼, 해삼, 전복, 뿔소라 등 해녀가 잡은 해산물을 그 자리에서 손질해 내어준다. 깎아지른 듯 수직으로 깎인 성산일출봉의 검은 벽과 그 벽에 부서지는 하얀 파도를 바라보면서 싱싱한 바다의 맛에 풍덩 빠진다.


해녀의집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성산읍 일출로 284-34



제주 글·사진=김선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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