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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해외여행

낭만과 고독 사이,
11월의 파리

by 트래비 매거진

11월의 파리는 쌀쌀하다.
소나기도 자주 내리고, 흐린 날도 더러 있다.
그럼에도 여행은 낭만적이다.
때론 고독하기도 하고.


%ED%8C%8C%EB%A6%AC_L%27Horizon.jpg?type=w1200 파리의 낭만적인, 혹은 고독한 거리


파리의 11월은 제법 쌀쌀하고, 흐린 날도 많다. 그렇지만 이러한 날씨가 파리 여행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오히려 몇 일을 지낸 후에는 화창한 날보다 오히려 더 분위기 있는 파리의 모습을 볼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때로는 고독한 인상도 한껏 받는다. 비가 오더라도 현지인마냥 우산을 안 쓰고 돌아다니게 된다.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의 주인공이 비 내리는 파리를 동경하는 데, 괜히 그런 대사가 있는 게 아니다. 빗방울로 촉촉해진 파리는 낭만의 또 다른 이름이다.


%ED%8C%8C%EB%A6%AC_%EB%AA%BD%EB%A7%88%EB%A5%B4%ED%8A%B8%EB%A5%B4.jpg?type=w1200 몽마르트르와 사크레쾨르대성당 근처 곳곳에 다양한 기념품점이 있어 구경하기 좋다


그럼 어디를 걸어야 될까. 유명 관광지를 정처 없이 떠돌아도 좋은데, 몇 곳을 추천해보려 한다. 처음은 사크레쾨르 대성당(Basilique du Sacré-Coeur)과 몽마르트르 언덕 근처다. 앙베르(Anvers)역이나 한 정거장 이전인 피갈(Pigalle)역에서 시작하면 된다. 구글 지도만 있으면 사실 도착지까지 가는 건 어렵지 않으니 일단 발 닿는 대로 걸으면 좋겠다.


%ED%8C%8C%EB%A6%AC_%EC%8B%9C%EB%82%B4_%EC%A0%84%EA%B2%BD.jpg?type=w1200 몽마르트르에서 본 파리 전경


피갈역에서 몽마르트르 언덕까지 올라가는 도중에 사랑의벽(Le Mur des Je t'aime)이 있다. 파란 벽에 다양한 언어로 '사랑해'가 적혀 있는 벽화다. 인스타그램 등 SNS에 단골로 올라가는 장소인데 막상 보면 별 것 없다. 그럼에도 프레임을 잘 잡아 사진을 찍으면 적당한 사진을 건질 수 있다. 한글을 찾는 재미도 있다. 좀 더 걸으면 거리의 화가들이 모인 테르트르 광장(Place du Tertre)이 나온다. 근처에 쉬어갈 만한 카페와 식당마저 제법 분위기가 있다. 초상화는 가격이 꽤 나가니 옵션이지만, 커피 한 잔 마시며 여유를 부려도 좋을 것 같다. 테르트르 광장에 도착하면 사크레쾨르대성당도 지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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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크레쾨르대성당은 1871년 프로이센 전쟁에서 프랑스가 패한 후 가톨릭 교도의 사기를 북돋기 위해 지어진 성당인데, 1876년에 기공해 1910년 L.마뉴가 완성했다고 한다. 과거의 여러 성당 모양을 본뜬 절충적 성당으로 로마네스크풍의 파사드를 채용하는 등 비잔틴 로마네스크 양식의 건축물이다. 역사적 사실을 알면 더 좋겠지만, 이 건축물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대성당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서면 파리가 한눈에 들어온다. 오밀조밀한 건물, 그리고 우뚝 솟은 몽파르나스 타워도 보인다. 파리의 과거와 현대가 조화를 이룬 모습을 볼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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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베르를 통해 몽마르트르 언덕을 오를 땐 푸니쿨라를 타도 좋다. 색다른 교통 수단인 데다가 편하게 올라갈 수 있다. 그 전에 아래에서 올려다 본 대성당의 모습도 빠트릴 수 없는 매력이다. 지나다니는 사람들과 바로 앞 공원과 어우러져 하나의 풍경을 완성한다. 누구에게나 사랑받을 만한 공간이다.


%ED%8C%8C%EB%A6%AC_%C3%89glise_Saint-Eustache.jpg?type=w1200 레알 지역의 중심 생뙤스타슈 성당


허기가 진다면 레알(Les Halles)로 향하자. 먼저 웅장한 생뙤스타슈 성당(Église Saint-Eustache)이 당신을 반길 것이다. 1532년부터 역사가 시작된 성당은 레알의 중심에서 넬송 멍델라 가든(Jardin Nelson Mandela)과 함께 멋진 공간을 형성하고 있다. 주말이면 아이들이 뛰놀고, 거리 예술가들이 모여든다. 종종 대형 비눗방울을 만드는 이도 있어 여러 아이가 몰려든다. 한 발짝 떨어져서 그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훌륭한 여행이 된다. 마치 파리의 일상에 스며드는 것 같다.


%ED%8C%8C%EB%A6%AC_Jardin_Nelson_Mandela.jpg?type=w1200 Jardin Nelson Mandela 주말이면 성당 앞은 다양한 볼거리로 채워진다


성당 뒤편으로는 몽토게이 거리가 있다. 다양한 음식과 베이커리, 식료품점이 모여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맛도 있고, 이야기도 담긴 가게를 찾는다면 스토레(Stohrer)가 딱이다. 1730년 오픈해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양과자점 중 한 곳이다. 1725년에 루이15세가 폴란드 왕의 딸이랑 결혼했는데, 왕의 패스트리 셰프였던 스토레도 베르사유로 따라갔다. 5년이 지난 후 스토레는 몽토게이 거리의 자신의 디저트 가게를 열었고, 왕을 위해 준비했던 디저트들을 팔기 시작했다고 한다. 엘리자베스 여왕도 다녀갔을 정도로 화제성 하나는 대단한 곳이다. 디저트도 화려한데 바바 샹티와 알리바바, 바바오 럼 등 바바 시리즈가 매력적이다. 물론 에클레어 등의 디저트도 좋다.


%ED%8C%8C%EB%A6%AC_Le_Bon_March%C3%A9.jpg?type=w1200 11월부터 파리의 거리는 크리스마스를 향해 가고 있다.


저녁에는 화려한 곳이 좋겠다. 11월임에도 파리는 크리스마스를 향해 조금씩 전진하듯 거리 곳곳에 다채로운 조명이 걸린다. 백화점도 예외는 아니다. 이번 지하철역은 생플라시드(Saint-Placide)다. 목적지는 르봉 마르셰(Le Bon Marché)와 고급식료품점 라 그랑드 에피스리 파리(La Grande Epicerie de Paris)다.

두 곳 모두 한 번 들어가면 그냥 나오기 어려운 곳이다. 특히, 라 그랑드 에피스리 파리는 기념품으로 살 만한 식재료와 와인이 가득하다. 또 식기와 액세서리 등이 많아 구경하는 데만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식문화에 관심이 많다면 빠트리지 말아야 할 명소다. 주변의 이름 없는 길도 여행이 된다. 곳곳에 카페와 레스토랑, 베이커리가 있다. 붉은 조명이 매력적인 레스토랑들에 눈길이 간다. 왠지 모르게 파리다운 느낌이 가득하다.



글 · 사진 이성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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