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비통 메종 서울
서울특별시 강남구 압구정로 454
청담동명품거리에서 가장 창의적인 건축물을 봤다면, 그곳이 '루이 비통 메종 서울'이다. 현대 건축의 거장 프랭크 게리(Frank Gehry)의 국내 첫 작품인 루이 비통 메종 서울은 한국 역사뿐만 아니라 프랑스 파리에 있는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의 형태와 깊은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 수원화성, 그리고 흰 도포 자락을 너울거려 학의 모습을 형상화한 동래학춤의 우아한 움직임에서 받은 영감을 접목했다.
특히 4층에 위치한 에스파스 루이 비통 서울(Espace Louis Vuitton Seoul)에서는 루이 비통 재단의 소장품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가 정기적으로 진행된다. 10월1일부터 2022년 2월6일까지는 팝아트의 선구자 앤디 워홀(Andy Warhol)의 '앤디를 찾아서' 전시를 진행한다.
청담동명품거리
서울특별시 강남구 청담동 145
전시는 앤디 워홀의 자화상을 중심으로 한다. 작가의 내면, 관심사 등을 폴라로이드 사진, 실크스크린을 활용해 표현했다. 특히, 1967년 강렬한 빨간색으로 표현한 자화상과 1978년 이후의 작품들과는 사뭇 다른 점을 비교해서 보면 좋을 것 같다다.
앤디 워홀이 40세가 되던 1968년 6월 발레리 솔라나스라는 여성으로부터 권총 피격을 당한 이후의 변화가 눈에 띈다. 또 스커트, 화장, 하이힐 등 옷차림이나 행동을 통해 여성성을 드러내는 '드래그 퀸'을 주제로 한 작품도 눈길을 사로 잡았다. 앤디 워홀도 자신을 드래그 퀸 작품의 피사체로 활용하는 등 그가 얼마나 드래그 퀸을 진지하게 대했는지 엿볼 수 있다.
다양한 인물을 활용하기도 했다. 1975년경 뉴욕 언더그라운드의 주요 인물들을 재현해, 이상적인 여성성을 탐색하는 복장 도착자들의 모습을 담아낸 '레이디스 앤 젠틀맨(Ladies and Gentlemen) 시리즈를 선보였고, 이번 전시 작품 중 유일하게 앤디 워홀이 아닌 작품 1개도 해당 시리즈의 작품이다. 화려한 색채로 표현돼 에스파스에 들어가자마자 바로 알아차릴 수 있다.
앤디 워홀의 대표 작품 중 하나이며, 대중에게 가장 잘 알려진 1986년 자화상이 전시의 하이라이트다. 은색 가발을 쓴 앤디 워홀은 보라색으로, 배경은 온통 검은색이다. 평론가들은 해당 작품의 중심 메시지를 '죽음'이라고 말한다. 몸통이 없고 얼굴만 둥둥 떠 있고, 공허하게 표현된 눈, 그리고 칠흑 같은 어둠이 작품을 감싸고 있기 때문이다. 상업 작가로 성공 가도를 달렸던 1967년 빨간색 자화상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두 작품을 나란히 둬 전시의 극적 효과를 높인 것 같다. 또 전시의 제목 Looking for Andy(앤디를 찾아서)를 곱씹을 수 있게 했다. 작품을 제작한 앤디 워홀 혹은 작품을 통해서 그의 내면을 파고드는 관람객 중 '누가 그를 찾을 것'인가에 대해서 말이다.
사실 에스파스 루이 비통 서울의 전시 공간은 그리 크지 않다. 이번 전시에서도 단 10개의 작품으로 채워졌다. 그럼에도 작품 하나하나가 주는 메시지가 강렬하고, 도슨트 투어로 더 풍성한 예술 산책이 가능하다. 게다가 에스파스 루이 비통 서울 전시를 통해 새로운 예술 여행 일정이 떠올랐다. 파리 불로뉴 숲(Bois de Boulogne)에 있는 루이비통 재단 미술관은 물론 도쿄, 오사카, 뮌헨, 베네치아, 베이징에 있는 또 다른 에스파스에서 예술적 영감을 얻는 여행이다.
에스파스 루이 비통 서울
서울특별시 강남구 압구정로 454 루이 비통 메종 서울 4층
여행 PLUS
프랑스 정취 가득한 레스토랑
레스쁘아 뒤 이부
레스쁘아 뒤 이부(L'Espoir du Hibou)는 파인 다이닝의 격전지 청담동에서 10년 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프렌치 비스트로다. 비스트로는 보통 규모가 작고, 가격과 맛 모두 접근하기 좋은 음식점이라고 할 수 있다. 레스쁘아는 비스트로를 표방하고 있지만, 좀 더 업그레이드된 형태다. 맛과 가격 모두 말이다. 그렇지만 청담동 물가를 고려하면 여전히 합리적인 가격에 프랑스다운 음식을 즐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이다.
식사의 시작으로 양파스프가 좋겠다. 양파의 달큰함과 육수의 묵직함, 치즈의 짭짤함, 그리고 셰리 와인과 브랜디의 향이 어우러져 풍성한 맛을 즐길 수 있다. 프랑스인들이 즐겨먹는 파테(Pate)와 테린(Terrine)도 레스쁘아의 강점이다. 샤퀴테리의 일종인데 돼지, 가금류, 소 등의 고기와 내장 등을 이용해 만드는 육가공품이다.
레스쁘아에서는 돼지머리, 오리, 푸아그라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한 파테와 테린을 즐길 수 있다. 바게트와 브리오슈, 피클 등을 곁들여 샴페인 등 와인과 즐기면 딱이다. 물론 홉 향이 진한 벨기에 맥주와도 잘 어울린다. 메인 요리로 푸아그라를 넣은 갈비살, 오리다리 콩피, 오리가슴살, 푸아그라 부댕블랑 등을 퍼프 페이스트리로 피티비에, 광어 필레와 레몬 페투치니 등이 준비돼 있는데 어느 하나 놓치기 아쉬운 맛이다.
에스파스 루이비통의 앤디 워홀 전시를 도슨트로 즐기고, 점심 혹은 저녁에 레스쁘아를 찾는 일정이라면 청담동에서 프랑스의 정취를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날이 추워져 테라스는 운영하지 않지만, 선선한 날 빨간 차양 아래서 즐기는 레스쁘아는 매년 놓치기 힘든 미식 축제다.
레스쁘아 뒤 이부
서울특별시 강남구 선릉로152길 33
글 · 사진 이성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