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페루의 수도가 될 뻔한 도시답게 규모가 상당히 크다. 페루의 다른 도시와 달리 파스텔톤 스페인풍 건물이 즐비해 여행자 사이에서 출사 명소로 잘 알려진 도시다. 리마나 쿠스코 등으로 떠나기 전에 잠시 머물다 가는 경유지 성격의 도시다.
백색도시
아르마스 광장
중남미의 대부분 도시가 그렇듯 아레키파 역시 도심에는 아르마스 광장이 있다. 리마 다음으로 큰 도시답게, 아레키파 아르마스 광장의 규모도 상당히 크다. 예부터 아레키파는 화산암의 종류인 실라(Sillar)로 지은 건물이 많아 백색도시라는 별칭이 붙었다.
아르마스 광장 주변으로는 대성당을 비롯해 중세 스페인식 건물이 ㄷ자 형태로 배치되어 있다. 중앙에는 대형 분수대가 자리하고 제법 잘 꾸며진 공원이 조성되어 있는데, 여행자는 보통 여기서 아레키파 루트를 짠다.
광장 북쪽에 자리한 백색의 대성당은 리마와 쿠스코의 그것과 함께 ‘페루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당’에 곧잘 거론된다. 일단 아레키파에서 가장 유명한 건물을 고르라면, 여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1544년 아레키파를 점령한 스페인 군대는 원주민을 교화하려는 목적으로 지금의 대성당을 세웠다.
6번의 대지진을 거치는 동안 대성당은 파괴와 재건의 역사를 반복했고, 지금에 이르고 있다. 아레키파 대성당의 종은 무려 5톤이 넘는데, 국경일 같은 중요한 행사 때만 울린다. 내부의 대형 파이프 오르간도 주요 관람 포인트다.
광장 남동쪽으로 향하면, 원주민 재래시장, 산 카밀로 마켓이 나온다. 아레키파 최대 규모의 시장으로 식료품 가게와 기념품 가게가 어지럽게 늘어져 있다. 여행자는 보통 이곳에서 꾸이(기니피그를 통째로 구인 페루 특식)나 세비체(남미 태평양 연안에서 주로 먹는 물회를 닮은 요리)를 저렴하게 맛본다.
아르마스 광장
FFCC+2FC, Huaraz 02001 페루
산 카밀로 시장
C. Perú 416, Arequipa 04001 페루
페루에서 가장 큰 성
카탈리나 수도원
아르마스 광장에서 북쪽으로 조금만 걸으면, 매머드급 수도원이 나온다. 성 카탈리나 수도원은 페루 아니 남미에서 가장 특별한 수도원으로 불린다. 정확히 말하면, 수녀원이다. 수도원 내부는 수녀원들이 생활하던 공간과 예배당, 전망대, 정원, 박물관 등으로 꾸며져 있다.
성 카탈리나 수도원은 여행자 사이에서 ‘아레키파 사진 찍기 좋은 곳’으로 통한다. 해외 유명 인플루언서들이 이곳의 파스텔톤 건물을 등지고 찍은 기념사진이 유명해지면서 구름 떼 같은 여행자를 불러 모았다. 붉은색과 푸른색 외벽이 칠해진 구역은 마치 모로코의 마라케시나 그리스의 산토리니의 조붓한 골목을 찾은 듯한 느낌이 들게 한다. 수도원의 내부가 매우 넓어 적어도 2시간 이상 투자해 느긋느긋 둘러보는 것이 좋다.
수도원 근처에는 산 프란시스코 광장이 있다. 아르마스 광장보다 규모가 작아서 그런지 공원에 가깝다는 인상을 준다. 주변으로 원주민이 직접 제작한 공예품 상점이 많은데,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중간중간 전통복으로 잘 차려 입은 원주민들이 보이는데, 새끼 알파카를 데리고 다니기도 한다. 약간의 팁을 주면, 이들과 멋진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다. 멀리 지구 반대편 페루까지 온 만큼, 이들에게 팁을 확실히 주면, 원하는 기념사진을 충분히 건진다. 팁은 보통 1솔 짜리 동전 하나면 된다.
성 카탈리나 수도원
Santa Catalina 301, Arequipa 04001 페루
콘도르의 안식처,
콜카 캐니언
어쩌면 아레키파를 찾는 가장 큰 이유는 콜카 캐니언 방문일지도 모른다. 아레키파 근교에 자리한 협곡으로 ‘콘도르의 안식처’라는 별칭이 있다. 콘도르는 남미 고산지대, 대략 해발고도 4~5000m 부근에 서식하는 맹금류를 말한다. 예부터 원주민들은 콘도르를 신성시 했는데, 지금도 마찬가지다.
보통 아레키파에서 당일치기 투어 프로그램을 통해 콜카 캐니언과 마카, 치바이, 얀케 등의 주변 소도시를 다녀온다. 아레키파에서 대략 새벽 4시 무렵에 출발, 콜카 캐니언에 도착하면 오전 10시가 지난다. 보통 전망대 근처의 도로에서 내려 가벼운 트래킹을 하면서 협곡을 내려다본다. 아레키파로 돌아오는 길, 중간에 온천을 체험하고 야생 알파카 떼도 만난다.
콜카 캐니언 일대는 해발고도가 매우 높은 지역인 만큼, 고산병이라는 불청객이 찾아올 수 있다. 고산병은 체격과 체력과 관계 없이 랜덤하게 찾아온다. 허약한 사람이라고 고산병에 쉽게 노출되고, 운동선수라고 해서 걸리지 않는 것이 아니다. 고산병을 예방하는 방법은 최대한 천천히 움직이고 평소보다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 또 현장에서 제공하는 코카차를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된다.
Colca Canyon
Chivay, 페루
글·사진 이수호 트래비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