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지방 발령 이후 본의 아니게 두집 살림이 아닌 두집 살이를 하게 되었다.
쉰이 넘도록 떨어져 지내본 적 없던 가족들과도 떨어져 지내고 퇴근 후에 강제로 혼자만의 시간에 처해지는 상황이 되었다.
처음에는 당연히 쉽게 생각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그냥 살아내면 되지. 사람사는거 다 비슷하지'
그러고는 몇 달의 시간이 물 흐르듯 스쳐갔다.
지방에서도 나름의 생활을 해야 하기에 서울 살이하던 살림들이 데칼코마니처럼 필요했다.
브러쉬나 헤어드라이 같은 생활용품부터 식사때마다 간신히 챙겨먹는 영양제까지 복제품들이 생겨났다.
처음 며칠은 그러려니 했지만, 시간이 몇 달 지나고 조금씩 이상한 감정들이 생겨났다.
시나브로 나 자신이 낯설어 졌다.
언제부터인지 어떻게 된 것인지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여기도 저기도 속하지 못하는 이방인처럼 내 자신이 아주 조금씩 조금씩 이질적으로 느껴지기 시작한다.
주말에 근무를 마치고 서울 집으로 오게되면, 사오일 정도 떨어져있었던 감정들이 스멀스멀 피어난다.
오랜 기간도 아닌 짧은 시간도 아닌,
내 것이면서 내 것이라고 할 수 없는 오묘한 감정들을 불러 일으킨다.
많게는 4~5일 정도의 시간에서의 mode 전환이
출퇴근시의 '쉼-근무 mode 전환'과는 또 다른 돌연변이를 만들어 낸다.
지방의 공간들에 거주하면서 '에이~ 주말이면 떠나갈 텐데..뭘 해..'
서울 집에서는 '내일이면 또 근무하러 공간 이동해야 하네? 좀 더 쉴수는 없나? '
조금 과장하면, 마치 재일교포가 일본에서 '조선인'으로 멸시 받고, 고국에 오면 '쪽빠리'로 치부되는 것처럼.
어느 한 공간에 정을 붙이고 '이게 나의 공간이다' 해야 하는데 예정된 떠남이
스스로를 이방인의 공간과 Identity로 몰아세운다. 오묘하고 미묘하다
내가 수십년간 있던 공간인데, 잠깐 떠나왔던 공간에서 돌아오면 그 간에 있었던 변화들을 듣고,
멀리 해외라도 오래 떠났던 사람인 양 웃으며 지난 아내의 에피소드들을 듣고 있는 이방인의 나를 발견한다.
'Diaspora',''경계인','주변인' 정도가 이런 단어가 될까?
지금 여기 있는데 떠남을 생각하고, 떠돌아 다니면서도 정착을 생각하는 이런 이율배반적 삶의 유형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peace of mind 마음의 평화를 이룰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