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연습 58

봄을 기다려..

by 프라하

봄을 기다려..


유난히 얇팍한 체형으로 추위를 많이 타는 체질인 나는

따뜻하거나 더운 날씨를 선호한다. 그래서 20~30대에는 더운 나라에 가서 이 곳이 내 살곳이구나 하는 생각도 많이 하고, 노년에 더운 나라에 가서 살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최소한 얼굴을 에이는 추위는 피해보자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더위와 추위 이 두 계절이 분명한 나라에 살고 있고, 추위도 온난화의 영향이라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 바램을 아직 포기한 것은 아니지만, 혼자 결정으로 될 문제도 아니기에 바램은 두툼한 외투 안 주머니 깊숙이 넣고 다니고 있다.


그런 연유로 조금이라도 따뜻해 질 단초라도 생기면, '이제 봄이 오는건가?' 라면서 활기를 되찾고는 한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야윈 어깨 움추러들게 만들었던 날씨는 아침 저녁만 빼면 덜 두꺼운 외투의 앞 지퍼를 열고 다닐 정도가 되어 '이제 좀 살만하네' 라는 혼잣말로 엄동설한을 지내 온 나에게 위로의 말을 건넨다.


몸이 느낀 것과 다르게 자연에서는 봄의 단초를 느끼려면 아직 멀었다. 아파트 산책로 곳곳에는 오랜 투병생활에 누렇게 뜬 환자 얼굴을 한 잔디밭이 듬성 듬성 쪽웃음을 내밀고 있고, 고사리손 같은 나뭇가지들은 '봄은 멀었다'고 말하며 앙상한 가지들로 내 기대를 외면하고 있다. 추위에 성이 난 흙들을 막다 못해 터져 버린 화단 경계석 밑둥에는 하얀 얼음과 눈덩이들이 파전 마냥 남아 있고, 작년 늦 가을 모으다만 낙엽 담는 마대자루들은 얄궂게 강아지들의 온갖 영역표시를 받아내고 있다.


그러나, 이제 남은 것은 더 따듯해 질 날씨 뿐이오, 피어날 꽃 봉오리 인 것을 왜 모를까?

아련함을 뒤로 한 채 어두운 겨울 외투를 벗어던지고 옷장 안에서 기다리고 있는 화사한 색깔 옷을 덥석들어 휘파람 불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조금씩 햇볕의 시간을 엿가락처럼 늘여 초록이 우거진 여름으로 이어질 것을.

생명의 계절 여름향한 여정의 출발이 봄이라는 것을.


작가의 이전글글쓰기 연습 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