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마라탕후루 들어 보셨나요? 유행에 민감하신 분이라면 이미 틱톡이나 인스타그램에 챌린지를 올리셨을 수도 있겠죠. 떠오르는 챌린지 유행과 달리 탕후루는 속절없이 추락하고 있습니다. 새로 창업하는 가게보다 폐업하는 곳이 훨씬 많죠. 탕후루가 너무 많이 팔려 여기저기 널린 탕후루 꼬치가 문제라는 기사가 나왔던 게 불과 몇 달 전의 일입니다.
연일 뉴스에 나오고 있는 연돈불카츠는 어떤가요? 직원이 매출액 예상액에 대해 언급을 했다 아니다로 연일 시끄럽죠. 백종원 대표의 더본은 상장을 앞두고 있고, 점주들은 생계가 걸린 문제이니 한치도 양보를 할 수 없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영원할 것 같던 애플의 아성이 무너지고 주가 1위를 마이크로소프트가 꿰차는 일이 발생했죠. 마케팅의 대명사 같던 나이키가 위기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연일 사건사고가 나는 보잉은 이제 불매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엄청난 양의 빅데이터를 순식간에 분석하고, AI가 그림도 그리고 작곡도 하는 마당에 우리는 불과 1년 뒤의 상황도 예측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탕후루든, 연돈불카츠든 모든 것을 걸고 창업을 했을 때는 그만한 조사도 했을 텐데.. 나이키든, 보잉이든 수십, 수백억 연봉을 받는 CEO가 있고.. 세계 최고의 교육을 받은 마케터가 수두룩 할 텐데.. 왜 이런 일은 계속 벌어지는 걸까요?
대학교 2학년 때쯤의 일로 기억합니다. 저는 경영학이 전공인지라 '마케팅 원론' 수업을 들었는데요. 첫 시간 교수님이 이런 질문을 하시더군요.
왜 경영학이나 경제학을 가르치는 교수들은
모두 부자가 되지 못했을까?
각종 경영 기법, 마케팅 이론을 섭렵한 교수들이라면 모두 사업을 통해 부자가 돼야 할 것 같은데 왜 그러지 못할까라는 거죠. 답은 간단합니다. 경영학의 이론은 인간, 즉 소비자들은 합리적인 판단을 한다라는 전제로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는 사업을 하는 이들, 마케팅을 하는 사람들을 줄기차게 괴롭힙니다. 앞서 언급한 탕후루나 연돈불카츠의 사례와 같이 이는 우리가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느냐와 관련돼 있습니다.
광고계에 유명한 격언 중에 이런 말도 있습니다.
나는 안다, 내가 쓰는 광고비의 절반이 버려지고 있다는 것을.
문제는 그 절반이 어느 쪽인지를 모른다는 것이다.
그럼 반대로 이런 의문이 있습니다. 절반이나 버려지는 광고를 왜 했던 걸까요?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입니다. 절반을 버려가면서 적당히 밀어붙이면 - 즉, 정보를 제공하는 - 업체들에 비해 소비자가 가진 정보가 적기에, 다른 경로를 알지 못하는 소비자들은 이들이 제공하는 정보를 신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이 모든 것을 바꿔 놓았습니다. 소비자들에게도 엄청난 정보가 쏟아지고 소비자들이 직접 여러 콘텐츠나 리뷰를 생산하게 됩니다. 이제 그들도 자의적인 판단이 더 늘어나면서 더욱 예측 불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물론 마케터들도 가만히 있었던 것은 아니죠. 빅데이터를 분석하게 되면서 이제 소비자들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게 됐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기업 역시 소비자에 대해 더 많은 정보(Information)를 얻었을 뿐입니다. 조금 더 안다고 해서 예측(Forecast)까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오만에 가깝습니다.
여전히 소비자는 비합리적입니다. 오히려 소비자는 더 비합리적으로 변했죠. 게다가 이제 소비자들 직접 리뷰를 생성하고 콘텐츠를 만들면서 스스로 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시장은 예전보다 더 인간적이 됐습니다.
다소 추상적이긴 했어도 하나의 '마켓' 또는 '대중'이라는 말로 퉁칠 수 있던 것이 이제 뚜렷한 개념을 만들기 어려워졌습니다. 우리는 인사이트를 발견하는 것이나, 소비자를 찾아내는 것을 흔히 금을 캐는 작업에 비유하곤 하는데요. 예전의 마케팅이 커다란 금맥을 찾는 것이라면, 지금의 마케팅은 사금을 모으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드넓은 백사장에서 옥석, 아니 금석을 가려내야 하는 상황이죠. 그나마 그 금은 얼마 되지도 않아요. (이 글의 커버 그림, 의도와 달리 금을 좀 많이 캔 것 같네요..)
방법은 없을까요? 있습니다. 이제 금을 찾는 것이 아니라 마치 자석이 쇳가루를 끌어올리듯 소비자를 끌어 들일 수 있어야 하죠. 즉, 브랜드 자체가 인간적이 되어야 합니다.
프릳츠 김병기 대표는 특이한 로고와 네이밍에 대해 어떤 의도가 있었는가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는데요. 그런 거 없었다고 하죠. 로고나 네임은 그저 상표일 뿐 중요한 건 내용이라는 겁니다.
프릳츠는 한국적인 개성을 추구합니다. 근데 이 개성이 독특합니다. '전통적인 한국'을 떠올린다면 조선시대의 것들을 생각하게 되고, '현대적인 한국'이라면 세련된 도시의 느낌을 생각하지만 프릳츠는 둘 다 거부합니다. 어쩌면 우리가 의도적으로 감추려고 했던 개도국(!) 시절의 추억을 끄집어냅니다.
프릳츠가 특별하다면 그것은 어떤 마케팅 기법에 있는 것이 아니라, 보편적이면서도 차별화된 개성을 찾아낸 것입니다. 김병기 대표가 감명 깊게 읽었다는 책(나음 보다 다름)을 보면 추구하는 바가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습니다.
결국 익숙한 것에 '다름'을 얹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무엇이 익숙함이고 무엇이 다름인지를 선택하는 안목은 마케터의 몫입니다.
컴퓨터에 문제가 생겼다는 연락을 받는다면, 껐다 켜보라고 하면 열에 아홉은 해결된다는 농담이 있습니다. 대부분 비슷한 실수를 한다는 거죠. 마케팅을 할 때도 비슷합니다. 보통 원인을 외부에서 찾습니다. 최신 마케팅 기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요즘 어떤 채널이 핫한가? 우리만 모르는 뭔가 좋은 방법이 있지 않을까?
물론 그런 것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근본적인 변화는 내부에서 필요합니다. 먼저 우리 브랜드는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는가부터 정의해야 합니다. 우리는 특별하다고 느끼지만 소비자들에겐 One Of Them일 수 있거든요.
마케팅이 어렵다고 느낀다면, 먼저 우리 브랜드만의 매력을 찾는 것이 우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