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chard, Strauss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2017.03.03
국립극장 해오름
학창 시절 청소년 권장도서 목록에서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이렇게 말했다>를 처음 접했던 기억이 납니다. 읽으라기에 열심히 읽었는데 도무지 무슨 소린지 알 수가 없어서 누가 당당하게 목록에 넣었는지 진심으로 궁금했던 기억이 문득 납니다. 이 책을 온전히 해석할 수 있는 사람은 니체 자신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니체도 이런 사실을 알았던 건지 책에 이런 글귀를 적어 놓았습니다. '모든 이를 위한, 그러나 그 모두의 것도 아닌 책'
시간이 흘러 서울시향과의 작업을 위해 저는 다시 책을 펴 들었습니다. 철학 수업시간에 들었던 위버멘쉬, 영원회귀 같은 개념들이 머릿속에서 카오스를 이뤘습니다. 책은 다시 봐도 여전히 어려웠고, 뚜렷한 서사가 없었으며, 비유와 상징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하지만 예전과는 달리 몇몇 구절들이 마음에 와닿았고, 어떤 고민들에 대한 힌트 같은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문득 그 힌트들을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번 작업에서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 창조적인 오독을 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그래서 음악과 니체 사상이 가지고 있는 큰 주제와 틀 안에서 제가 본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에피소드를 알기 쉽게 재창작했습니다. (이야기 안에서 아이와 남자가 읽고 있는 에피소드 세 가지는 니체 저서에는 존재하지 않는 이야기임을 미리 밝혀둡니다.) 이번 공연을 통해 진입 벽이 높은 철학서를 조금은 쉽게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한때 음악을 전공했던 저이기에 동떨어져 보이는 클래식 음악과 연극이 함께하는 무대가 무척이나 반갑고 즐거웠습니다. 앞으로도 <음악극장>을 통해 다양한 예술장르와 오케스트라의 협업 작업이 활발히 시도되고 사랑받았으면 좋겠습니다. 더불어, 훌륭한 연주로 이야기를 완성해주실 서울시향과 저를 믿고 모험을 강행해주신 연출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