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3.08~2023.05.28 아트원씨어터 2관
오래 짝사랑해 온 사랑에게 끝내 버림받은 사람의 기분으로 쓰는 일을 그만 그만두겠다고 생각한 어느 날. 200년 전 영국에 살았던 윌리엄 헨리 아일랜드를 만났습니다. 이 아이의 어떤 마음이 이런 말도 안 되는 사건을 만들어낸 걸까 궁금해졌습니다.
처음에는 헨리가 인정받고 싶다는 이유로 셰익스피어 위조라는 터무니없는 노력을 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고, 어느 날은 아무것도 되지 못한 채 밤처럼 가만히 늙어가는 게 두려운 사무엘의 모습이 보였다가, 마지막에는 자기 자신을 그저 자신이라는 이유로 사랑하지 못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리고 문득 그것들이 다 내 안에 있는 모습이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그들에게. 그리고 나에게. 혹시나 이 이야기가 닿을 곳에 있는 누군가에게 ‘있는 그대로도 괜찮아’라는 말을 건네고 싶어서 시작되었습니다. 우리의 <윌리엄과 윌리엄의 윌리엄들>이, 이 이야기를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무사히 도착하길 바랍니다. 그 마음들에 한 줌의 위로가 될 수 있다면 많이 기쁠 것 같습니다.
<윌리엄과 윌리엄의 윌리엄들>은 긴 시간 동안 많은 분들의 정성을 통해 여기까지 왔습니다. 저희의 머릿속 세상을 펼칠 수 있게 해 주신 컴퍼니 일상적과 연극열전. 그리고 이 무대를 함께 만들어주고 계신 배우. 스텝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처음을 함께 해주신 분들을 기억합니다. 여러분들의 귀한 마음이 우리를 여기까지 데려다줬어요. 고마워요.
이 이야기를 무대로 데려오는 동안 ‘응원합니다! 지켜볼게요’라는 말을 참 많이 들었는데, ‘지켜본다’라는 말이 새삼스레 마음에 남았습니다. 저에게 이 말이 ‘지키고’ ‘바라보다’의 의미로 읽혔기 때문입니다. 많은 분들께서 이 이야기를 지켜주었음을, 오래 바라봐주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제는 행복하게 바라봐 주세요.
저는 이 이야기를 살아내는 동안 깨닫게 된 것이 있습니다. (헨리도 그랬을 거라 생각합니다.) 글을 쓰는 행위가,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내가 이 세상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방식이구나. 당분간 계속해봐야겠다. ‘꿈을 꾼다는 건 삶에 대한 믿음은 갖는 일’ 이니까!
마지막으로 아마도 천 시간쯤 윌 이야기와 윌 아닌 이야기를 함께 나누며 이제는 친구가 되어버린 작곡가님! 고마워요.
드디어 우리만 아는 친구들을 세상에 소개할 수 있게 되었어요!
그리고 가장 좋아하는 셰익스피어의 소네트 한 구절을 남겨봅니다. 이 이야기를 만들면서 버팀목이 되어주었던 구절이었습니다.
사랑은 시간의 어릿광대가 아니기에
사랑은 짧은 세월에 변하지 않고
운명을 다할 때까지 견디는 것
만일 이것이 틀렸다면, 그렇게 밝혀졌다면
나는 글을 쓰지 않고, 그 누구도 사랑하지 않았을 것을.
<셰익스피어 소네트 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