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젤라
중학생이 되면서 안젤라는 사춘기에 접어들었다. 내 말에 웃으며 맞장구치던 긍정 마인드의 소유자였던 안젤라는 툴툴거리며 내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인상을 찌푸리기 시작했다. 가끔은 이야기를 하다가도 문을 쾅 닫고 방으로 들어가 나오지 않았다. 내 얘기는 무조건 잔소리라고 투덜거렸다.
안젤라가 무엇을 하는지 궁금해서 방에 들어가 보고 싶었지만 참기로 했다. 사춘기가 왔으니 이해해줘야지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안젤라와 이야기를 계속 나누고 싶었던 엄마는 참지 못하고 안젤라에게 부탁을 했다.
"엄마가 좋아하는 아드린느를 위한 발라드 피아노 연주 좀 해주면 좋겠다. 너무 듣고 싶은데."
"엄마 동화구연 연습하는 것 모니터링 좀 해줄 사람!"
"나무랑 하늘 찍은 사진 예쁘게 그려줄 사람!"
안젤라는 내가 원하는 것을 다 해줄 수 있는 유일한 능력자였다. 방에 들어가 나오지 않던 안젤라는 끊임없는 나의 부탁에 거실로 나오기 시작했다. 피아노 연주를 하며 안젤라의 표정은 밝아지기 시작했다. 나의 동화구연을 들으며 날카로운 모니터링도 아끼지 않았다. 엄마가 좋아하는 하늘과 나무를 그려서 내 책상에 올려놓았다. 자연스럽게 안젤라와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다시 생겼다. 안젤라의 방문이 쾅 닫히는 소리가 사라졌다. 안젤라가 다시 웃기 시작했다.
안젤라의 웃음이 돌아오면서 나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내 이야기를 담아놓고 싶었다. 그런 나에게 안젤라는 제안을 했다.
"엄마가 글 쓰고, 내가 그림을 그려서 만든 그림책 생각만 해도 멋지지 않아요?"
"한 번 해볼까? 너 그림에 내가 쓴 이야기가 담긴다면 멋질 것 같아."
안젤라의 환한 미소를 보며 꿈이 생겼다. 엄마의 이야기와 딸의 그림이 담긴 예쁜 그림책을 만들고 싶다. 안젤라의 버킷리스트에 '엄마와 그림책 만들기.'가 추가되었다. 딸과 함께 같은 목표를 가질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는 순간이었다.
사춘기 딸과 알콩달콩 지내는 엄마의 이야기는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