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책감의 자유. 내 큰 탓이로소이다!
경주마 훈련
11분 안에 최대한 빠르게 글을 쓴다.
자유롭게 연상되는 대로 쓴다.
철자나 맞춤법, 논리 등은 생각하지 않는다.
낯선 단어들을 조합하자.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형용사와 명사를 조합하자.
이상한 문장을 만들자.
새로운 단어를 발명하자.
하나의 표현을 단어만 바꿔 가며 계속 써보자.
이름을 쓰고, 이름 뒤에 감춰진 그 사람의 기이한 면모를 적어보자.
문을 열고 한 번도 나간 적 없는 곳으로 그들을 내보내라.
시간이 다 됐다.
11분 동안 얼마나 많은 단어를 썼는가?
다음에는 이보다 더 많이 써보도록 하자.
-픽사 스토리텔링, 매튜 룬
죄책감의 자유.
죄책감에서 자유로워지고 싶어서 사람들은 무슨 짓이든 한다.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는 동력은 크게 2가지이다.
하나는 욕망.
또 다른 하나는 두려움.
두려움의 이면에는 죄책감이 있다.
뭔가 잘못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내가 잘못한 것은 아닐까 하는 죄책감.
잘못하지 않으려고 기를 쓰고 사는 사람들을 우리는 주위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사실 그래 봐야 인생이 고달플 뿐이지만
죄책감이 얼마나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지
다른 식으로 인생에 접근하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한다.
그저 죄책감을 지우는 삶을 계속할 수밖에.
적나라하게 말하면 그저 죄책감의 노예가 되는 삶이 아닐까.
당연히 이런 마음에는 자유가 없다.
홀가분할 수가 없다.
내가 뭔가 잘못하지는 않았는지 전전긍긍하면서 매사 확인해야 하므로.
죄책감에서 비롯한 삶은 그러니까, 삶을 더 잘 살려고 하는 노력임에도
늘 역효과를 낸다.
그렇다면 죄책감에서 자유로우려면 어떡해야 할까?
죄책감을 역이용하면 된다.
죄책감이 '내가 잘못했다는 느낌'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한 몸부림이라면
죄책감으로부터의 자유는 '내가 잘못했다'고 선수쳐서 인정하는 것에서 온다.
죄책감이 나를 구속할 여지를 주지 않는 것이다.
죄책감이 나를 생포하고 내 삶을 갉아먹도록, 주권을 넘겨주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내 탓이오. 내 탓이오. 내 큰 탓이로소이다.'라고 고백하는
천주교 미사의 전례가 유효한 것이다.
내가 정말 건강하게 자기를 탓할 수 있다면
죄책감은 나를 사로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은 자기를 탓하기보다는 자기 책임을 다하려고 할 것이고,
자기 책임을 다하는 사람은 결과가 어찌 나오든 자기 삶을 살 수 있다.
주권을 자기가 가진 사람이 되는 것이다.
자기를 스스로 탓할 수 있다는 것이 그것을 반증한다.
그래서 그는 오히려 죄책감에서 자유로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죄책감이 나를 부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죄책감에 먼저 손을 내밀기에.
이렇게 보면 우리가 일상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참 단순한다.
내 잘못을 빨리 찾아내서 빨리 인정하는 것.
기를 쓰고 나를 방어하려 하지 않고 순결한 척 하지 말고
어서 빨리 단 1%의 잘못이라도 그것을 찾아내고 이해하고 수용하는 것이다.
'나 또한 평범한 사람입니다.'라고 고백하는 것이다.
그럴 때 우리는 굳이 방어할 필요가 없다.
방어할 게 사라진다.
죄책감이 나를 가두려 해도 갇히지 않는다.
마음은 훨훨 날아다니면서 내 삶의 책임을 다 지게 된다.
책임을 다 하니 대개도 결과가 좋다.
현실이 나아진다.
나는 오늘 어떤 죄책감을 품고 사는가?
나는 오늘 어떤 죄책감거리를 방어하고 사는가?
정말 자유롭고 싶다면 먼저 고백해보자.
'내 탓이오. 내 탓이오. 내 큰 탓이로소이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이미 대인배이다.
그는 구속받지 않는 자유를 누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