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장. 오심(13~14)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by 정안

13. 사상의 간음자

"한 명의 무고한 사람을 벌하느니 차라리 열명의 죄인을 풀어 주십시오"

변호사는 변론을 계속했다. 이하 변론 내용이다.


피고(미챠)를 파멸시키는 것은 여러 사실들의 총합이 아니다. 미챠를 정말로 파멸시키는 것은 바로 늙은 아버지의 시신이다. 각각의 증거를 따로 떼어놓고 보면 불충분함에도 사람들에게 아버지를 피 흘리게 한 끔찍한 자에 대한 단죄를 원하는 것은 본능적이다.


그러나 우리가 아버지의 존재를 자식을 위해 헌신하고 사랑을 다한 사람으로 생각하지만 카라마조프처럼 그렇지 않은 아버지도 있다. 카라마조프는 우리 마음속에 떠오른 아버지의 개념과는 조금도 닮지 않았으며 자식을 돌보지도 않아 미챠는 들짐승처럼 자랐는데 심지어는 돈을 미끼로 아들의 애인을 빼앗으려고 했다.


게다가 사교계에서 아들에 대한 험담을 일삼고 아들을 감옥으로 보내기 위해 아들의 차용증서를 사 모으기까지 했다. 이러한 불우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미챠는 아름답고 고상한 것을 사랑하는 사람이며 거친 열정을 숨기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미챠의 거칠고 오만한 행동만 보고 충격을 받은 나머지 내면은 보지 않아서 이런 일이 생긴 것이다. 자식을 낳았다고 해서 다 아버지가 되는 것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카라마조프는 아버지의 자격이 없다. 방청석에서는 박수갈채가 나왔다.


미챠는 아버지의 집에 사랑하는 여인 그루셴카를 찾으러 간 것뿐이고 그녀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도망쳐 나오다 그리고리를 놋쇠공으로 때린 것이다. 미챠는 아버지를 죽이지 않았다. 검사의 광포한 논고에 겁을 먹지 말고 진실을 보아달라. 미챠의 운영은 여러분의 손에 달려 있고 러시아의 진실도 여러분의 손에 달려있다.


14. 촌놈들이 자기 고집을 부리다.

수석 배심원은 아까 그 관리로서 그중에서 제일 젊었는데, 그가 법정 안에 죽음과 같은 정적이 흐르는 가운데 큰 소리로 분명하게 선언했다.
"그렇습니다. 유죄입니다."
그다음엔 모든 죄목에 대해 한결같은 말이 흘러나왔다. 유죄이다. 유죄이다.

변호사 페츄코비치의 변론이 끝나자 방청석에서는 걷잡을 수 없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여성들은 울었고 남성들도 제법 많이 울었으며 고관마저도 눈물을 흘렸다. 재판장도 압도되어 종을 치는데 늑장을 부렸다.


그때 검사 키릴로비치가 일어나 자신의 논고가 소설을 쓰고 있다 변호사가 비난했지만 변호사의 변론은 소설 위의 소설이라고 비판한다. 검사는 변화사의 변론을 조목조목 짚어가며 반론을 제기했다.


미챠에게 발언권이 주어졌으나 그는 평생 남을 뭔가를 경험한 듯 자신은 아버지를 죽이지 않았고 이제까지는 금수처럼 살았지만 자비를 베풀어 주신다면 개과천선하고 여러분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했다.


배심원들이 퇴정 해서 회의를 하는 휴정 시간에 사람들은 대부분 무죄를 확신했고 변호사 페츄코비치 역시 자신의 성공을 굳게 확신하고 있었다.


한 시간의 회의 끝에 수석 배심원이 죽음과도 같은 정적이 흐르는 법정에서 선고를 했다.


"유죄!"


모든 죄목에 유죄였고 정상 참작은 손톱만큼도 없었다. 법정은 충격에 휩싸였다. 그 순간 미챠가 갑자기 일어나 울부짖었다. "하느님과 그 최후의 심판에 맹세하건대, 아버지의 피에 관한 한 저는 아무 죄도 없습니다!" 곧이어 여인의 통곡소리가 들렸는데 그루셴카였다.


현관입구에서 몇몇 사람이 법정을 나서며 외쳤다. "이십 년은 광산 냄새를 맡겠군." "맞아, 우리네 촌놈들이 자기 고집을 부린 거야" "그래, 그놈들이 우리 미첸카를 작살내 버렸어!" (*미첸카=미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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