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1. 미챠 구출 계획
하지만 어쨌거나 그녀는 그를 배반한 셈이었다. 알료샤는 속으로 '아마 자기가 미챠 형한테 죄를 지었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에 때때로 형을 증오하는지도 몰라'라고 생각했다.
미챠의 공판 후 카체리나는 사교계의 지탄에도 불구하고 아픈 이반을 자신의 집에서 돌보고 있었다. 알료샤는 카체리나와 중요한 결정을 하기 위해 만났다.
바로 미챠의 탈출 계획이었다. 이반은 오래전부터 미챠 탈출할 계획을 밝혔고 호송될 병참역사 사령관과도 만나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반은 그 모든 서류를 카체리나에게 넘기면서 자신이 죽거나 중병에 걸리면 카체리나 혼자서라도 미챠를 구하라고 하면서 만 루블의 돈을 주었다.
그 당시 카체리나는 미챠가 그루셴카와 같이 도망친다는 것 때문에 발끈했고 이반과 말다툼을 했다. 이반은 카체리나가 말로는 자신을 사랑한다고 했지만 실은 미챠를 사랑한다고 이때 생각했기 때문에 질투심을 느끼면서도 미챠를 구출해 내는 일을 카체리나에게 맡긴 것이다. 그러면서 카체리나는 법정에서 미챠가 살인자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 자신의 잘못을 후회했다.
카체리나는 알료샤에게 미챠를 설득해서 탈출시키자고 했다. 알료샤는 미챠는 몸이 안 좋으며 카체리나가 찾아와 주기를 간곡히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미챠는 '나를 용서할 순 없겠지'라고 말하면서 카체리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카체리나는 혼란을 느꼈지만 알료샤는 반드시 와야 한다고 하며 돌아갔다.
2. 한순간, 거짓이 참이 되다.
"당신도 지금은 다른 여자를 사랑하고, 나도 다른 남자를 사랑하지만, 어쨌거나 나는 당신을, 당신은 나를 영원히 사랑할 거야. 당신도 이건 알고 있었지? 듣고 있어, 나를 사랑해 줘. 당신의 삶이 끝날 때까지 나를 사랑해 줘야 해!" 이렇게 외치는 그녀의 목소리에는 거의 어쩐지 위협적인 전율까지 배어 나왔다.
미챠는 판결 후 신경성 열병에 걸려 스메르쟈코프가 입원했던 그 병실에 수용되었다. 알료샤가 찾아가자 미챠는 카체리나가 오겠다는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알료샤는 아무 죄가 없는 미챠가 유죄를 선고받아 그런 십자가를 지는 것은 옳지 않다며 탈출하는 것이 미챠에게 의무감을 주어서 평생의 갱생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미챠는 탈출할 것이며 스스로 자신을 단죄하겠다고 했다. 미챠는 아메리카로 탈출해서 그루셴카와 외진 곳에 숨어서 살다가 오랜 세월이 지나 자신도 그루셴카도 변해서 아무도 자신들을 못 알아볼 때쯤 고향으로 돌아와 외진 곳에서 살다가 고향땅에서 죽고 싶다고 했다.
이런 대화를 나누던 중 카체리나가 찾아왔다. 미챠와 카체리나는 두 손을 붙잡고 미친 듯 흥분하여 서로에 대한 사랑을 고백했다. 카체리나는 그러나 사랑은 지나가 버렸다고 하면서 자신에게 지나간 사랑은 고통스러울 정도로 소중하다고 했다.
그때 예정에도 없이 갑자기 그루셴카가 들어왔다. 카체리나는 그루셴카에게 자신을 용서해 달라고 했고 그루셴카는 둘 다 못된 년인데 누가 누구를 용서하냐고 하며 미챠를 구해주면 평생 카체리나를 위해 기도하겠다고 했다.
3. 일류셰치카의 장례식, 바윗돌 옆에서의 조사
신발을 보자 그는 두 팔을 들어 올려 그대로 그쪽으로 돌진하더니 무릎을 꿇은 채 쓰러졌고, 신발 한 짝을 거머쥐더니 입술에 갖다 대고는 '아가야, 일류셰치카, 귀여운 우리 아가, 네 발은 어디 갔니?'라고 외치면서 신발에 탐욕스럽게 입을 맞추기 시작했다.
*일류셰치카=일류샤
"아, 아이들이여, 사랑스러운 벗들이여, 삶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뭐든 참되고 좋은 일을 한다면 삶이란 정말 좋은 것입니다!"
일류샤는 미챠의 판결이 있은 지 이틀 후 숨을 거두었다. 책가방을 멘 채로 온 열두 명의 소년들은 장례식장에 알료샤가 나타나자 몹시 기뻐했다. 숨진 일류샤는 이상하게도 시체에서 거의 냄새가 나지 않았다. 관은 리즈와 카체리나가 보내온 꽃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아버지 이등대위는 떨리는 손에 꽃가지를 들고 자신의 소중한 아이에게 연거푸 뿌리고 있었다.
아버지 이등대위 스네기료프의 몸짓이며 터져 나오는 말을 보건대 반쯤 미친 것 같았다. 정신이 반쯤 나간 엄마도 다리가 아픈 누나도 조용히 울고 있었다. 아버지 이등대위가 아들 일류샤의 유언대로 자신들이 산책하던 길 위 바위옆에 아들을 묻겠다고 하자 모두가 반대하고 나섰다.
결국 십자가도 있고 교회의 기도 소리도 들이는 곳에 묻으면 일류샤에게도 그 소리가 들릴 것이라는 말에 교회 울타리 안쪽에 묻기로 했다. 이등대위는 장례식이 진행되는 동안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슬퍼하고 행동했다. 마을사람들이 모두 슬퍼하고 도와주어 일류샤의 장례식은 무사히 끝났다.
알료샤는 소년들에게 진지한 연설을 했다. 이제 헤어져서 언제 만날지 모르지만 선량하고 용맹스러운 소년 일류샤를 잊지 말자고 했다. 그리고 이날의 우리를 잊지 말 것이며 앞으로 어떤 일을 겪는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한때 이곳에서 아름답고 선량한 감정으로 결합되고 그것을 공유하면서 아름다운 시절을 보냈다는 사실을 절대로 잊지 말자고 했다.
살아가면서 우리가 악한 사람이 될 수도 있지만 이 날을 기억한다면 우리 스스로를 거대한 악으로부터 지켜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일류샤의 얼굴, 그 옷, 초라한 신발, 그 관, 불행하고 죄 많은 아버지를, 일류샤가 아버지를 위해 혼자서 용감하게 감당해야 했던 일들을 기억하자고 했다.
소년들은 열렬히 환호했다. 종교에서 말하듯 우리 모두가 죽은 자들 가운데서 되살아나 생명을 얻고 일류샤를 다시 보게 될수 있냐는 콜랴의 질문에 알료샤는 '꼭 되살아나서 꼭 다시 보게 될 것이다'라고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