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 남매 엄마가 적어보는 편지 #1 - 나의 세월 친구에게
언니 그거 알아요?
인생에 세월 친구라는 게 있대요
어느새 내 삶에 스며들어 어떤 공통점을 나누며 살아가다가 또 그 어떤 특별한 연유 없이도 스리슬쩍 멀어지곤 하는, 그때의 그 세월 친구.
우리에겐 그 연유가 될만한 게 참도 많았어서 실은 예정된 수순 같으기도 했지만 괜히 씁쓸한 마음이 드는 건 또 어쩔 수가 없네요.
언니의 발령 소식을 듣고 온 화창한 오후의 짧은 만남에 마음이 꽤 먹먹해졌어요. 만나지 못할 거리도 아닌데 만남에 조금의 용기가 더 필요해질 듯한 느낌이 두려웠거든요. 아이를 키우며 모든 약속이 만남이 참 그랬잖아요. 어쩜 그래서 더 귀하고 귀했던 사람이었네요.
전 집에 아이가 셋이고 남편도 있는데 정말 몇 년 만에 연애하다 실연당한 상실감을 다 느꼈지 뭐예요. 낯간지러운 거 질색인 언니에겐 좀 부담스러울 고백(?)일까요?
집에 와 막내를 재우니 쌔근거리는 숨소리만 고요히 퍼지고, 붕 떠있던 생각도 숨결 하나하나에 제자리를 찾아가네요. 아이에 손이 뻗히느라, 아이 표정을 살피느라 아이와 함께한 만남은 계절 상관없이 참 진땀이 나고 넋이 나가요. 전 늘 그럴 때면 집에 돌아와 일련의 대화와 채 마무리짓지 못한 결론들을 곱씹곤 했던 거 같아요. 물론 아이의 유무와 무관한 제 성격일 순 있겠지만요.
무튼 못다 한 이야길 덧붙이자면, 언니의 소식들이 제게도 어떤 시작이 다가왔음에 슬쩍 힌트를 주는 듯했어요. 이 전에 언니가 추후에 발령이 날거란 걸 넌지시 알려주었던 오래전 그때에, 저도 이 날의 저를 그려보곤 했었어요. 그때면 뱃속의 우리 막내는 이만큼 자라 있겠구나, 첫째는 초등학교 갈 날이 훌쩍 다가오잖아? 하면서 말이죠. 감사하게도 제 삶에 이제 출산이란 챕터를 무사히 마무리하고 이 맘 때를 그려본 제 나름의 계획처럼 다시 세상에 나갈 준비를 해나가려 해요. 언니가 보다 앞서 고군분투했던 그 시간들을 저 역시도 언니처럼 잘 해낼 수 있겠죠?
우린 참 부족한 엄마임을 늘 서로에 고백했지만 언니는 제게 참 강단 있고, 누구보다 씩씩한 워킹맘이었기에 많이 배웠어요. 우리의 새로운 시작을 늘 그랬듯 깊은 진심으로 북돋우며 응원해 봅니다.
새 발령지에서의 점심투어를 기대하며, 아직은 쌀쌀한 봄날